'워크맨' 사라졌지만..재발견되는 아날로그

2010. 11. 2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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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소니, 생산중단 선언디지털에 두손 든 셈

원음의 풍부함·감성되살리는 기술 개발새로운 과제로 남아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해온 음악이 디지털로 속속 투항하고 있다. 지난달 소니는 음악 감상 문화에 일대 전환을 가져온 휴대용 카세트테이프 '워크맨'의 생산을 중단했다. 애플은 지난 17일부터 영국의 전설적 록밴드 비틀스의 곡들을 음원판매 사이트인 아이튠스스토어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청각이라는 원초적이고 직접적 감각을 통해 경험하는 음악이 디지털 기술 때문에 달라지고 있다. 모든 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음향이 0과 1이라는 전자적 정보로 전환되면서 일어나는 변화다. 저장과 복제가 간편해지고 이동성이 부여돼 음악을 듣는 사람이나 시간은 인류 역사의 어느 때보다 늘어났다. 디지털로 바뀐 소리는 편리해지고 다양한 기술과 접목되면서 더 나은 청각 경험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새로운 과제도 함께 던지고 있다.

■ 디지털 덕분에

공연장과 스테레오 스피커를 통해 공간의 울림을 느끼며 즐기던 음악 감상이 디지털 환경에선 주로 이어폰과 헤드폰을 통해 귓속에서 이뤄진다. 휴대전화, 엠피(MP)3 등 개인용 모바일 기기를 통한 음악 감상의 조건에 맞는 새로운 음향 기술을 개발하려는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음향기술 업체인 돌비는 최근 피시와 모바일 환경을 위한 새 기술을 선보였다. 스마트폰에서 엠피3 파일을 들을 때 낮은 음역대를 키우고, 디지털 압축과정에서 사라진 높은 음역대를 복원해주는 '돌비 모바일'이란 기술이다. 가상화 5.1채널을 적용해 서라운드 효과의 입체감을 이어폰에서도 즐기도록 해주려는 시도다. 사람이 소리를 인식하는 구조를 연구하는 음향심리학의 도움도 크다. 돌비가 최근 넥슨의 온라인 게임에 적용한 기술은 가상현실을 더욱 현실에 가깝게 만들어준다. 게임 속 캐릭터에 가까이 가면 음성이 커지고, 멀어지면 작아진다. 게이머들이 서로 벽을 등지고 있으면 음향이 반사돼 들리고, 장애물에 막혀 있으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젠하이저, 소니 등의 소음제거 헤드폰은 항공기나 열차 등에서 들리는 소음 주파수를 분석한 뒤 이를 상쇄하는 전파를 발생시켜 무소음 상태를 만드는 기능을 구현해, 높은 가격에도 만족도가 높다. 닛산과 혼다의 승용차에도 같은 원리의 소음제거 기술이 적용돼 외부 소음을 크게 줄이고 실내를 음악 감상실로 만들었다. 디지털 기기에서는 아무리 복제와 재생을 반복해도 음질 변화가 없으며, 메모리와 재생기술의 발달로 음질도 더 충실해져가고 있다.

■ 디지털 때문에

디지털 환경은 '원음'(Original Sound)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임상완 돌비코리아 대표는 "아날로그는 모든 게 녹음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소리까지 담기는데 우리는 이러한 방식의 '원음'에 길들여져왔다"며 "디지털 기술로 불필요한 소리를 제거할 수 있게 돼 시디(CD)나 엠피3의 음질은 깔끔해졌지만, 동시에 차갑다고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돌비는 40년 전 테이프 녹음 때 잡음을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해 인기를 얻고 카세트테이프의 대중화를 가져왔는데, 그렇다고 모두가 이를 선호한 것은 아니다. 음악 재생기기들은 잡음이 섞인 소리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돌비 기술 활성화를 감상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엘피(LP) 음반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모든 음역대를 제한 없이 녹음하는 데 반해, 시디는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음역대를 제거하고 녹음한다. 가청 주파수 대역인 20~2만㎐ 안의 소리만을 녹음한다. 저장용량의 한계 때문이다. 시디 한 장에 담기는 용량은 700메가바이트로 엘피판과 비슷한 60분 안팎의 연주시간을 확보하려면, 불가청 영역대를 제거한 채 녹음해야 한다. 엠피3는 시디의 음원을 다시 10분의1 크기로 압축하는 파일 형식이다. 휴대용 디지털 기기에서 가장 널리 쓰이지만 음질이 낮다.

디지털 음악은 불필요한 소리라고 보아 잡음과 불가청 주파수 대역을 제거했는데, 소리의 풍부감과 깊이가 함께 사라진 결과를 낳았다. 귀로만 음악을 듣는 게 아니고, 들리지 않는 주파수대의 소리도 군더더기가 아니었다. 녹음 과정에서 사라진 소리라서 아날로그 시절처럼 '돌비 비활성화'를 통해 되살릴 수도 없다. 디지털 기술은 이어폰에서도 입체음향을 느끼게 해주고 엠피3에서 블루레이처럼 더 나은 음질로 진화하며 더 충실한 '원음'을 추구하겠지만, '무엇이 더 좋은 소리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구본권 기자

<한겨레 주요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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