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어떻게 SKT를 무장해제 시켰나?

2010. 10. 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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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시크릿 가든, 비밀의 정원이 있었다. 텔레토비가 사는 꼬꼬마 동산처럼 언제나 평화롭고 아늑함이 깃든 곳이었다. 땅 주인은 마음씨가 참 좋은 사람이었다. 정원 울타리에 장미꽃을 빙 둘러쳐 놓아 외부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주인은 그 장미를 위피(WIPI)라고 했다. 사람들은 이 정원을 벽으로 둘러쳐진 월드 가든(Walled Garden)으로 불렀다. 하지만,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이 정원의 이름은 '갈라파고스'였다.

 그곳에선 가게를 운영하는 6명의 텔레토비가 살았다. 이들은 3명씩 모여 놀았다. 이 가운데 자신을 스스로 '이통'이라고 부르는 3명은 항상 땅을 파고 조그만 것을 묻었다. 그들은 이를 중계기라고 했다. 이 기기가 있으면 조약돌 같은 장난감을 갖고도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 얘기할 수 있었다. 텔레토비들은 이를 이동통신 서비스라고 했다. 이통 가운데 가장 힘이 센 텔레토비는 S였다. 그에 맞서 K와 L이 가끔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자신을 '제조'라고 부르는 3명도 매일 뭘 만들었다. 손에 꼬옥 잡히는 조약돌을 깎아서 만들었다. 그들은 이를 휴대폰이라고 했다. 이들이 만든 휴대폰 한가운데는 언제나 큼직한 버튼이 있었다. 제조 역시 S가 가장 힘이 셌다. 그와 맞서는 L과 P는 S에 비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텔레토비들은 이통서비스와 휴대폰을 정원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팔았다. 어떨 때는 좀 더 많이 팔려고 휴대폰을 깎아주기도 했다.

 모두 평화스러웠다. 텔레토비들은 스스로 균형이 잡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텔레토비의 서비스와 휴대폰을 쓰는 사람들은 늘 뭔가 부족했다. 집에선 마음껏 인터넷이라는 것을 썼는데, 막상 휴대폰으로는 인터넷을 쓸 수가 없었다. 가끔 휴대폰에 있는 큼직한 버튼을 실수로 누르면 한 달 뒤 어마어마한 돈을 물어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갈라파고스 정원 밖에서 아이 하나가 장미꽃을 꺾으며 정원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땅주인은 자신이 사랑하는 장미꽃인 위피가 꺾인다며 그 아이를 계속 못 들어오게 했다. 정원에 사는 사람들은 관심 있게 지켜봤다.

 땅 주인은 그 아이에게 "정말로 들어오고 싶으면 다음달에 들어오라"고 했다. 그 다음달에도 "다음달에 들어오라"고 했다. 그 뒤에도 주인은 다음달, 다음달, 다음달에 들어오라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아이가 '담달'이라는 이름을 가진 것으로 알았다.

 다음달이 몇 번이나 지난 뒤에야, 그 아이가 들어왔다. 비쩍 마른 녀석이었다. 목 폴라와 청바지, 운동화 차림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제품을 꺼내들었다. 그 아이는 자신이 만든 휴대폰은 와이파이(WIFI)가 된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이가 갖고 온 폰이라고 해서, '아이폰'이라고 불렀다.

 아이가 갖고 온 휴대폰을 써본 사람들은 지금까지 텔레토비들에게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많은 사람이 그 아이가 갖고 온 폰을 사기 시작했다. 텔레토비들은 그 아이를 막 욕했다. 아이가 가지고 온 폰이 배터리를 충전할 수도 없고 수리도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가 가져온 폰에 열광했다.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을 동화형식으로 그려 본 것이다.

 국내에 들어온 아이폰이 사람들을 가장 유혹한 건, 휴대폰에서도 공짜로 인터넷을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해준 데 있다. 아이폰이 나올 당시 구입 이유를 묻는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29%가 무선랜 기능을 꼽았다. 디자인(24.6%), 소프트웨어 다운로드(16.1%), 터치 기능(12.4%)은 그 다음이었다. 물론 이전에도 휴대폰에서 무선인터넷을 쓸 수는 있었다. 다만 '요금폭탄' 고지서를 보더라도 별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만이 그랬다.

 아이폰은 정부-통신회사-제조회사 간의 끈끈한 연대를 깨부수면서 사람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주었다. 어떻게든 아이폰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집요한 방해가 있었지만 아이폰은 끝내 이를 뚫고 들어왔다. 외국 경쟁자의 진입을 막은 결과 독과점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고 정작 중요한 서비스 개선은 외면했다. 아이폰 도입이 계속 미뤄지자, 방송통신위원회 홈페이지에는 국내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통신발전을 후퇴시키는 'IT 후진국', 'IT 쇄국'이라는 항의성 글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정부가 아이폰 도입을 막자 사람들의 관심은 더 높아졌고 결과적으로 정부가 아이폰이 인기를 끄는데 도움을 준 셈이 됐다.

 여차여차해서 국내에 들어온 아이폰은 우리나라 통신서비스의 판을 뒤흔들어 놓았다. 독점적인 통신회사들은 무장해체 당했다. 그동안 통신회사들은 땅 집고 헤엄치듯 손쉽게 돈을 벌었다. 하지만, 아이폰으로 그들의 수익창구였던 데이터통화료, 문자메시지, 음성통화, 콘텐츠(게임, 벨소리, 화보)를 시장에 내놓아야 했다.

 일단 통신회사들은 그동안 짭짤하게 챙겨왔던 데이터통신 사용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트위터와 채팅을 즐기면서 문자메시지 서비스도 타격을 받게 된다. 그동안 문자메시지의 원가는 0원이었지만, 통신회사들은 꼬박꼬박 요금을 받아 챙겼다. 음성통화도 스카이프 애플리케이션을 깔면 국제전화까지 공짜에 가깝게 걸 수 있다.

 스마트폰 옴니아2는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20만 원 이상 가격이 내렸다. 아이폰은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여론의 힘도 드러내 보였다. 고등학생이 만든 서울버스 애플리케이션 접속을 막았다가 경기도지사가 사과까지 하는 일도 일어났다.

 최근까지 벌어진 아이폰 현상이다. 아이폰 현상을 외국산 스마트폰이 우리나라 모바일 시장을 열어젖혔다고 해석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또 무작정 아이폰을 헐뜯는 건, 하수들이 하는 것이다. 진짜 고수라면 그들이 어떻게 고객에게 다가갔는지를 눈여겨봐야 한다.

 아이폰이 모바일 시장의 문을 열게 한 건, 바로 아이폰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이폰이 고객 중심의 제품과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어서다. 바로 고객 중심의 사고다. 국내 통신회사와 제조회사와 다른 접근 방식이다.

 아이폰의 현상이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혁신적인 제품이 계속 나와 시장을 자극해야 공급자 마인드에 갇혀 있는 회사들이 변신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야 소비자가, 고객이 편해진다.

 참, 혁신과 관련해 하나 더할 얘기가 있다. 괴테의 시 '들장미(Heidenroslein)'가 바로 그것이다.

   한 소년이 장미를 보았네,   들에 핀 장미꽃.   너무도 싱싱하고 해맑아   소년은 가까이 보려고 달려갔네.   기쁨에 겨워 바라보았네.   장미, 장미, 붉은 장미,   들에 핀 장미꽃.

   소년이 말했네: 널 꺾을 테야,   들에 핀 장미꽃!   장미가 말했네: 널 찌를 테야,   나를 영원히 잊지 못하도록.   난 고통 받지 않을 거야. …   장미, 장미, 붉은 장미,   들에 핀 장미꽃.

   거친 소년은 꺾고 말았네,   들에 핀 장미꽃.   장미는 자신을 방어하며 찔렀네.   하지만 외침 소리도 소용없이   고통을 받아야만 했네.   장미, 장미, 붉은 장미,   들에 핀 장미꽃. 

 이 시의 형이하학적인 해석은 이렇다. 괴테가 어느 목사의 딸을 사랑했다 결혼하지 못해 그 죄책감 때문에 "남자들이여! 처녀를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는 뜻에서 이 시를 썼다는 것이다.

 철학적인 해석은 이렇다. 소년은 장미로 상징되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러나 그는 아름다움을 향유하지 못하고 그걸 갖으려 한다. 소년은 자신과 들장미를 주체-객체의 관계로 파악한다. 자신과 들장미를 포함한 자연이 이미 하나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어서다. 그래서 오래오래 들장미의 아름다움을 갖기 위해 꺾는다. 들장미를 꺾음으로써 그는 그 아름다움을 향유할 기회를 스스로 놓쳐버리게 된다. 그는 여전히 자신과 들장미가 이미 하나임을 알지 못하기에 또 다른 들장미를 꺾으러 간다.

 경영학적 해석은 아마 이럴 것이다. 혁신이라는 장미꽃이 있다. 소년이라는 리더가 있다. 소년이 혁신을 하기 위해선 장미꽃을 꺾어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혁신을 할 때는 늘 방해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장미에 가시가 있는 것처럼, 그는 혁신을 보여주기 위해 장미를 꺾다 가시에 손을 베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그는 혁신을 위해 장미를 꺾어야 하다. 그리고 늘 새로운 장미를 찾아야 한다.

 경영학자보다 철학자가 훨씬 더 멋있어 보이듯, 경영학적 해석보다 철학적 해석이 더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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