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스마트폰 사업 활로는?

2010. 9. 2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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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저널 버즈] LG전자를 이끌던 남용 부회장이 자진 사퇴했다. 3분기 실적이 2분기보다 더 안 좋아졌다는 발표가 나온 지 며칠되지 않은 시점이다. LG전자의 실적하락은 휴대폰이 주력인 MC사업본부의 실적하락에 따른 것이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이 삐걱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휴대폰 출하 물량으로 세계 3위의 자리를 지키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많이 팔아도 남는 것이 없는 장사를 한 것이다. 지금도 LG전자 휴대폰은 세계 각지에서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모두들 스마트폰 전략의 부재를 꼽는 데는 주저함이 없다. 경쟁사 삼성전자가 늦었지만 특유의 민첩함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는 동안 LG전자는 망설이는 모습을 계속 보였다. 쟁쟁한 경쟁사들이 하나같이 스마트폰을 전략폰으로 내놓을 때 LG전자는 디자인과 감성을 강조하는 전략을 밀어붙였다.

LG전자의 피처폰에 대한 집념은 마케팅비용의 증가를 불러왔다. 디자인과 감성을 전달하는데는 많은 마케팅비용이 필요하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휴대폰 시장에서 디자인과 감성자극보다는 다른 것을 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휴대폰 시장을 잘 읽고 있었다면 이미 2008년 말부터 스마트폰에 대한 LG전자만의 전략을 수립했어야 했다. 당시엔 안드로이드가 개발단계의 제품들이 해외 제조사 등을 통해 만들어지는 수준이었지만 분명한 것은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준비가 필요했었다는 것이다.

2009년엔 본격적으로 안드로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기였다. 애플 아이폰의 폭풍을 경험한 경쟁 제조사들이 대비책을 내놓고 안드로이드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던 시기였다. 당시에도 LG전자는 여전히 디자인과 감성을 메인 스트림으로 가져갔다.

당시에 스마트폰을 안 만들었다는 것이 아니라 큰 흐름으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구색 갖추기 수준의 윈도 모바일폰만 내놨었다. 스마트폰 바람을 그저 일부 유저들의 트렌드 정도로 취급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올해 초가 되어 스마트폰 사업부를 신설하고 이 부문에 투자를 시작했다. 그렇게 급하게 나온 제품이 안드로원(Andro-1)이다. 제품을 사용해 본 사람들은 느꼈겠지만 정확하게 LG전자의 스마트폰 수준을 그대로 드러낸 제품이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LG전자도 스마트폰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시작도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전략도 중요한 것이 스마트폰 시장이다.

옵티머스 시리즈는 LG전자의 의지를 잘 드러냈다. LG전자도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으며 안드로이드 분야에서도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물론 국내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SKT와 함께 확실하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리더라는 인상을 심어줬다.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스마트폰 구도를 SKT와 함께 구축했다. 아이폰 vs 안드로이드폰이라는 구도를 SKT vs KT의 구도로 가져가면서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만 있다는 인식을 굳혀갔고 그 전략은 성공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위기 본질은 바로 이 부분이다. 공교롭게도 그룹 계열인 LGU+ 역시 SKT와 KT의 대결구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역시나 스마트폰이 있고 늦은 대응과 구체적인 전략의 부재에 근본적인 위기의 원인을 둘 수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대결에서 소프트웨어보다는 하드웨어를 강조했다. 현 상황에서 애플 생태계보다 뛰어난 점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의 우위와 브랜드 중심의 마케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실 LG전자는 이런 점으로 인해 국내 시장에서 관심을 못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외적인 요인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부진의 원인이라고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애플의 소프트웨어와 앱스토어 생태계를 당장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은 삼성전자에게도 없지만 LG전자에게는 더더욱 요원한 소리다. 삼성전자처럼 하이엔드 스마트폰을 내놓는다는 것 역시 무리가 있다. 성능으로 승부를 걸면 애플보다 삼성전자를 이겨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힘든 이야기다.

물론 곧 출시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모바일 7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반전 카드로 WM7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경쟁사보다 빠르게 출시해서 시장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분명 약간의 도움은 될 것이라고 본다. WM7폰은 LG전자만 만드는 게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활로는 없을까? 있다면 어디서 찾아야 할까?

LG전자만의 UI와 UX를 구축해야 한다. LG전자는 HTC와 모토로라의 사례를 잘 벤치마킹해야 한다. 특히 그들의 안드로이드폰 자체 UI에 관심을 맞추라고 권하고 싶다. LG전자 제품에는 분명 LG전자의 색깔이 입혀진 소프트웨어나 UX가 있다. 하지만 뚜렷하지 않다. 즉 소비자에게 전달할 LG전자만의 UX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HTC의 센스UI와 모토로라의 모토블러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분명 LG전자 내부적으로 이런 노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집중 투자해야 한다. 다른 어떤 부분보다 고유 UI와 UX에 집중해야 한다.

UX는 같은 회사 제품을 계속 사용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에 으뜸이다. 소비자가 만족할만한 경험을 계속 이어나가고 개선시키는 것은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다.

단말기에서 느낀 좋았던 부분과 나빴던 부분을 잘 연구하고 이를 UX나 UI로 개선시키는데 집중해야 한다. 디자인만 보고 LG전자 제품이라고 각인시키기 전에 디스플레이에 나타나는 UI와 몇 번만 터치하면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서비스에 투자해야 한다. 스마트폰은 피처폰처럼 한번 판매하면 끝나는 제품이 아니다. 얼마 전 1.6 버전의 안드로이드폰이었던 안드로원의 2.2 프로요 업데이트 약속 사례가 보여주듯 최소 약정기간(판매 종료 시점부터 2년)동안은 제품 업데이트를 관심가지고 지원해야 한다.

이 부분은 국내 경쟁사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다. 굳이 애플을 거론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의 핵심인 모바일 OS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업데이트는 곧 고객에 대한 관심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세계 유수의 통신사나 제조사들처럼 거창하게 앱스토어를 만들어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보다는 작더라도 자체 스토어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앱스 개발에 좀 더 투자해야 한다. 외부 개발자에게만 의존하는 기존의 앱스 마켓과 달리 내부적인 자원을 통해 꾸준하게 자체 마켓에 공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기본기를 갖춘 상태가 되면 외부로 개방하는 순서로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부 자원이 부족하다면 투자를 통한 외부 개발 지원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괜찮은 모바일 개발 업체 혹은 모바일 서비스 업체를 인수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제조사가 무슨 서비스를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결국 단말기 제조는 서비스로 귀결될 시대가 온다. 지금도 그런 움직임은 활발하다. 하드웨어의 우수성은 소비자가 이해하기 힘들지만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는 반응이 즉각적이다.

LG전자 단말기 사업은 제조가 아닌 서비스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소비자가 원할만한 서비스를 미리 예측하고 준비해야 한다. 스마트폰에서는 성능과 디자인만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빠르면 3개월 적어도 6개월 뒤면 뛰어난 성능은 바로 옛날 기술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문득 최근 노키아와 LG전자는 비슷한 운명에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세계 1위 휴대폰 제조사와 3위 제조사 위기의 본질이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실제는 노키아는 훨씬 LG전자에 비해 나은 위치에 있지만 어떠한 혁신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은 비슷하고 생각한다.

노키아는 훌륭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가지고 있다. LG전자와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있겠지만 게임의 룰을 따라가는 것에만 연연하기 때문에 힘들어졌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위기와 본질이 비슷하다고 보는 것이다.

두 기업 모두 선장을 바꾸었다. 내부적인 변화가 절실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변화는 바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효과가 드러나는 법이다. 올해 말, 그리고 내년에 과연 두 기업이 어떤 변화가 발생하며 어떠한 평가를 받을지 지금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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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근 버즈리포터(cuse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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