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상륙, 인터넷 생태계 뒤흔드나

2009. 9. 2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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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계서 가장 폐쇄적 이동전화시장 개방할 것" 외신 관심

모바일 콘텐츠 사업 새 기회…소비자들 요구 더 높아질듯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3일 전체회의를 열어 애플이 국내에서 위치정보사업자 허가를 받지 않아도 아이폰의 출시가 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통신정책에 관한 정부의 최고결정기구가 특정 단말기를 안건으로 다룬 적은 처음이다. 결정 내용은 더 이례적이다. 방통위는 "애플은 위치정보사업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케이티(KT)가 이용자정보 보호 등에 책임을 지는 조건으로 아이폰의 국내 출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법 적용 대상이지만,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달 전 "아이폰이 국내 위치정보법 때문에 출시가 어렵다"는 보도(<한겨레> 8월25일치 16면)가 있은 뒤 인터넷기업협회는 출시를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하는가 하면, 방통위 게시판은 '아이폰을 허용하라'는 누리꾼들의 항의로 몸살을 겪었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방통위의 23일 결정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아이폰은 우리나라에서 왜 이렇게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

배경에는 한국만의 특별한 통신환경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폰 출시 허용을 두고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폐쇄된 한국의 이동전화시장을 깨뜨려 개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니제르나 몬테네그로 같은 나라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아이폰을 세계에서 가장 통신환경이 발달한 한국에서 만날 수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세계 통신시장의 흐름이 개방성에 바탕을 둔 무선인터넷 활성화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폰을 둘러싼 논란은 국내 정보통신환경의 폐쇄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어버린 것이다.

주요 국가들에서 음성통화가 줄고 데이터 통신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지난 몇년간 한국은 무선인터넷 매출이 줄거나 정체돼왔다. 올해 초 정부는 3개부처 공동으로 무선인터넷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임태희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5월 "유선인터넷 1등국가인 한국이 무선인터넷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선진국에선 스마트폰이 확산돼 자신만의 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쓰고, 이메일 확인은 물론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으로 활용범위를 넓혀가고 있는데, 국내의 휴대전화는 카메라폰 화소와 디엠비 기능 경쟁에 머물러 있다. 애플의 온라인 소프트웨어 장터인 앱스토어를 통해 모바일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활성화하고 있는 나라들과 달리, 한국은 이동통신사가 판매하는 게임과 벨소리·화보가 모바일 콘텐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허진호 인터넷기업협회장은 "아이폰이 출시돼도 시장 점유율은 3~5%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이폰으로 인한 변화는 새 플랫폼이 국내 모바일 시장에 도입되어 모바일 콘텐츠 사업의 새 기회가 생겨나고 생태계가 활성화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개발자들은 전세계 4000만 앱스토어 사용자가 있는 거대한 시장을 만나게 되고, 이용자들은 7만5000개의 콘텐츠가 담긴 온라인장터를 손에 들고 다니게 된다.

더 근본적 변화는 스마트폰을 경험한 '똑똑하고 까다로운' 소비자가 등장해, 통신시장의 경쟁 환경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통신회사와 단말제조회사의 횡포에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선택을 강요당했다. 삼성의 제트폰, 엘지의 아레나폰은 국내용으로 출시되면서 국외 모델에 있던 와이파이가 모두 빠졌다. 아이폰이 출시되면 이런 식의 소비자 차별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최남곤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이폰으로 무선인터넷 이용이 늘어나 통신회사의 무선인터넷 매출이 올라가고, 1%도 안되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삼성과 엘지도 적극 대응해 스마트폰 비중이 10~20%로 올라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2분기 세계 휴대전화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6% 감소했지만 스마트폰은 27%나 증가했다. 스마트폰은 이익률도 매우 높다. 지난해 애플과 림은 세계휴대전화 시장점유율 합계가 3%에 그쳤으나, 이익 점유율은 39%에 달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에는 인터넷 접속의 절반 이상이 모바일 환경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액티브엑스 등 비표준적 웹기술에 의존한 국내 인터넷 환경은 한바탕 홍역이 불가피하다. 허진호 회장은 "모바일웹 사용자가 드물어 문제되지 않았으나, '갈라파고스화'한 국내 인터넷 환경의 문제점이 결국은 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위치정보사업자

: '친구찾기'나 '내 위치 표시하기' 등과 같이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수집해서 사업을 하려는 자는 위치정보법에 따라 위치정보사업자로 허가를 받아야 하고, 관련한 설비와 이용자 위치정보 관리 내역에 관한 방통위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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