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누우면' 깎아주는 휴대폰 '황당 요금'

2008. 10. 3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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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데이터 요금의 '덫'

정보이용료·데이터통화료 등 '구조 복잡'

무료·선물이란 말에 혹했다 '통화료 낭패'

통신사에 강하게 따진 고객엔 '전액 감면'

#1

김아무개씨는 최근 휴대전화 바탕화면 그림을 다운받았다. 그런데 데이터요금이 4만598원이나 나왔다. 김씨는 "황당하게 비싼 요금"이라며 이동통신사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에스케이텔레콤 쪽은 이용료를 50% 감액해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김씨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자 에스케이텔레콤 쪽은 "요금 부과가 적정하지만, 데이터통화료 4만598원 전액을 삭감해주겠다"고 이 고객에게 다시 통보했다.

#2

박아무개씨는 케이티에프에 가입한 자녀의 휴대전화 요금이 957만원이나 나온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박씨의 정신지체 장애인 아들이 호기심에 휴대전화의 이것저것을 눌러보다 발생한 데이터통화료·정보이용료 등이었다. 박씨는 "현금인출도 한도가 있는데, 휴대전화 정보이용료도 얼마 이상이면 차단해야 하지 않느냐"며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자 케이티에프는 요금 일부 할인을 제의해왔다.

#3

강희선씨는 휴대전화에서 '무료 경품이벤트'에 참여해 2~3분간 접속했는데, 다음달 1만6885원의 데이터통화료가 나왔다. 업체가 말한 '무료'는 정보이용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강씨는 "나중에 보니 작은 글씨로 '통화료는 고객 부담'이라는 내용이 있었지만 이는 '무료이벤트'라는 안내와 상반된다"며 소비자원에 신고했다. 강씨는 데이터통화료 전액을 감면받았다.

휴대전화 데이터 통화요금은 '고무줄'이다. 이용금액과 청구금액, 실제로 납부하는 요금이 제각각이다. 요금 단위인 패킷(512바이트)당 가격도 텍스트, 멀티미디어, 동영상 등 콘텐츠 종류에 따라 다르다. 데이터 통화료가 많이 나왔다며 따지거나 민원을 제기하면 요금을 대폭 깎아주기도 한다. 최문순 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2005년 이후 방통위에 접수된 데이터통화료 관련 민원 1928건 중 방통위가 이동통신사에 요금조정을 권고해 할인해준 경우가 70%에 이른다는 자료를 지난 23일 공개했다.

휴대전화의 '핫키'를 통해 무선인터넷에 접속하기는 쉽지만, '요금제의 덫'에 빠지지 않고 이용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요금 구조가 매우 복잡한 탓이다. 정보이용료와 데이터통화료가 별도로 부과되는 것을 모르는 이용자들도 많고, '무료' '선물'이라는 광고에 끌려 콘텐츠를 이용했다가 데이터통화료가 나와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잦다. 현행 요금 구조에서는 정보이용료가 무료라 해도 데이터통화료는 내야 하고, 데이터요금 정액제를 선택해도 정보이용료는 부과된다.

370만원의 고지서를 받은 중학생이 자살을 하는 등 과다한 통신요금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데이터요금제는 초기에 비해 많이 개선된 게 사실이다. 현재 데이터통화료는 아무리 써도 15만원까지만 청구된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이용료의 상한선은 없다. 최근 무선인터넷 이용으로 수백만원의 요금이 나오는 사례는 대부분 터무니없는 정보이용료 때문이다. 정보이용료는 콘텐츠사업자의 몫이라고 하지만, 이동통신사는 정보이용료의 10~20%를 가져가고 가격책정도 협의한다.

설명을 읽어봐도 이해하기 어렵고 요금을 예측하기 힘든 데이터요금제는 '안심' 등의 이름이 붙은 정액제 상품을 홍보하기 위한 '미끼'로 작용한다. 이아무개씨는 최근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10분 쓰고 2만8000원의 요금을 냈더니, 이동통신사에서 전화가 왔다. "비싼 요금 내지 말고 1만4천원짜리 한달 무제한 정액제에 가입하라"는 안내였다. "1만4천원에 한달 무제한인데, 10분에 2만8000원이면 폭리 아니냐"고 이씨가 따져 묻자, "요금제가 원래 그렇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액제를 쓰면 수백만원 어치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지만, 정액제를 선택하지 않으면 패킷당 요금이 적용돼 엠피3파일(3MB) 하나 다운받으려 해도 5천~1만원이 든다. 이동통신사는 패킷당 얼마라는 안내만 할 뿐, 예상 요금을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따지면 깎아주는' 요금은 업체 스스로 문제 있는 요금제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방증이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어떤 고객은 요금에 불만을 품고 차량으로 돌진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명확한 과금인데도 고객이 불만을 품고 강하게 이의제기를 할 경우 회사는 불가피하게 감액을 해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가 '고무줄 요금'을 적용해 불만 고객을 무마하는 것은, 데이터요금 산정 구조가 공개되는 것도 원치 않고 과도한 요금에 대한 문제제기가 확산되는 것도 꺼리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들은 최근 음성 매출 정체에 이어 데이터 매출도 증가세가 멈췄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하지만 많은 이용자에게 무선인터넷은 자칫하면 수십만원씩 요금이 청구되는 '덫'으로 받아들여진다. 고객이 알기 힘든 데이터 요금 구조가 무선데이터 이용이 활성화되는 것을 막는 셈이다. 최문순 의원은 "고객이 무선인터넷을 사용하기 전에 데이터통화료와 정보이용료를 합한 요금부과액을 미리 알려줘야 한다"며 "미성년자만 신청할 수 있는 무선인터넷 접속차단 서비스도 일반 이용자에게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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