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자쓰레기, '메이드 인 코리아'

입력 2008. 8. 4. 08:53 수정 2008. 8. 4.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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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대홍 기자]

한 토론회장에서 중국 전자쓰레기 문제를 말하고 있는 그린피스 라이윈 광둥성지부장.

ⓒ Lai Yun

"2002년 처음 구이위를 방문했을 때, 나는 그들이 매우 나쁜 환경에 있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구이위처럼 강한 냄새가 나는 곳을 본 적이 없다. 그런 곳을 본 적이 있다면 나에게 알려 달라."

전자쓰레기 도시로 유명한 중국 광둥성 산터우시 차오난구 구이위진을 방문한 그린피스 라이윈(Lai Yun) 광저우 지부장이 탄식을 하며 내뱉은 말이다.

2003년부터 구이위진 마을을 찾아 건강검진을 해오고 있는 산터우의과대학 훠샤 교수는 "집 안팎에 전자쓰레기 쌓여 있는 모습이 괴기스러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중국 전자쓰레기를 전 세계에 알린 장본인이다. 13만여 명이 사는 마을이 쓰레기로 뒤덮인 모습에 국제사회는 크게 놀랐다.

라이윈 지부장은 2002년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려 왔다. 지난해 11월 26일 환경연합과 안홍준 국회의원이 주최한 '자원순환사회를 위한 아시아 전자폐기물 국제회의'에 참석해 중국의 전자쓰레기 문제를 꼬집은 바도 있다. 훠샤 교수는 20여 편의 전자쓰레기 관련 논문을 썼다.

두 사람은 미국을 비롯해 일본·한국·EU 등 선진국들이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가로 전자쓰레기를 수출하는 문제를 지적하며, 부유한 나라의 부도덕함을 질타했다.

두 사람에 따르면 중국의 전자쓰레기는 가내수공업장에서 아무 장비 없이 처리된다. 납과 수은 등 전자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나오는데도 말이다.

지난 5월 라이윈 지부장을 만나기 위해 광둥성 지부를 방문했을 때, 그는 갑자기 터진 쓰촨성 지진 문제 때문에 급하게 비행기를 타고 떠난 상태였다. 지난 6월 이메일을 통해 전자쓰레기 문제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었다.

[라이윈 지부장] "전자쓰레기 문제는 환경과 무역윤리에 관한 문제다"

-그린피스는 중국에 두 군데 지부(베이징, 광둥성 광저우)를 두고 있다. 중국 남부를 책임지는 광둥성 지부가 전자쓰레기 문제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지부가 있는 광둥성 내 구이위는 성 내에서 전자쓰레기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다. 구이위 사람들은 종종 맨 손이나 원시 도구로 전자쓰레기를 처리한다. 작업 과정에서 만들어진 유해물질은 공기·흙·물을 더럽힌다.

전자쓰레기는 IT혁명의 영향으로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늘어나는 쓰레기 가운데 하나다. 지금 멈추지 못하면 무시무시한 물질들을 계속 쏟아낼 것이다."

-전자쓰레기는 다른 쓰레기에 비해서 어떤 특징이 있나.

"전자산업은 많은 화학약품을 사용한다. 그 중 상당수는 위험하다. 전자쓰레기 수출사업은 전자회사들이 깨끗하고 안전하며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 때까지 계속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품들은 독성물질로 만들어졌으며 제품들이 쓰레기가 됐을 때 안전하게 다루기가 힘들다. 게다가 전자쓰레기는 환경뿐만 아니라 무역윤리까지 섞여 복잡하다. "

-언제 중국 전자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나.

"그린피스는 바젤 액션 네트워크(BAN) 중국 광둥성 구이위를 조사한 뒤에 중국의 전자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2002년 중국과 인도가 전자쓰레기를 버리는 땅으로 확인한 이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

-구이위 등 전자쓰레기 처리현장을 처음 봤을 때 어땠나.

"2002년 처음 구이위를 방문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구이위처럼 강한 냄새가 나는 곳을 본 적이 없다. 그런 곳을 본 적이 있다면 나에게 알려 달라. 강은 심하게 오염돼, 색깔이 시커먼 상태였다. 일꾼이 전자회로기판을 태울 때 납 가스가 새어나왔다. 플라스틱을 태울 때는 다이옥신이 배출됐다. 1년 내내 그 마을은 유해한 가스로 가득 차 있었다."

전자쓰레기를 수출하는 국가들... 미국·일본·한국·EU

전자쓰레기 소각현장을 찾은 라이윈 지부장.

ⓒ Lai Yun

-구이위 쓰레기는 어디서 많이 들어오나.

"가장 많은 쓰레기는 미국에서 온다고 판단한다. 최근에는 유럽에서 불법 수출이 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미국·일본·한국 그리고 EU가 주 수출국이다."

-그동안 보고된 바에 따르면 구이위에 들어오는 쓰레기는 대부분 불법이다.

"맞다. 구이위에 오는 전자쓰레기는 대부분 선진국에서 불법으로 보낸다."

-중국은 아주 가파르게 경제 성장 중이다. 외국에서 오는 전자쓰레기도 있겠지만, 중국 내 대도시에서 오는 전자쓰레기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맞다. 우리는 (중국 내) 가정에서 나오는 전자쓰레기 문제가 매우 걱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계가 위험한 화학물질 사용을 멈추고 안전한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납이 땜질에 쓰이지만, 반드시 써야만 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지금 중국에서 전자쓰레기를 처리하는 지역은 넓어지는 추세인 것 같다.

"맞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자쓰레기 재활용센터가 되는 지역은 점점 더 많아진다. 광둥성 칭위안시나 저장성 원린시처럼 말이다.

-초창기 전자쓰레기 처리 지역에 갔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가.

"구이위는 1990년대 저수지와 연못·강 등 물이 완전히 오염되면서 농경지는 거의 버려졌다. 우리는 지역민들이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유는 여기서 만들어진 농작물이 먹을 만하다는 점을 증명하는데 한계가 있고, 농지가 물이 넘치는 범람원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농업이 더 이상 부를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전자쓰레기 처리산업 쪽으로 방향을 바꾼 이유다."

구이위의 쓰레기 산업이 번창하면서 지역민은 사장이 됐고 이주노동자가 새로 들어왔다. 이주노동자들은 고향에서보다 더 많이 벌 수 있다. 그들은 돈만 번다면 어떤 고통도 참는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는 결코 지역의 일부가 될 수 없다. 구이위의 미래는 불확실하고 흐릿하다. 지역민들은 자신의 사업을 하고자 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자녀를 밖으로 내보내고자 한다."

"가난한 나라가 전자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긴 힘들다"

라이윈 지부장.

ⓒ Lai Yun

- 구이위 사람들에게 전자쓰레기 처리는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다. 전자쓰레기 수출을 금지하면 구이위 사람들의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는 구이위 문제를 긍정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우리는 재활용 작업장을 닫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주노동자들과 지역민들의 건강이 좋아지도록 노력할 것이며, 전자제품 회사들이 독성 없는 제품을 만들도록 요청할 것이다.

수많은 가내 작업장도 바뀌어야 한다. 전자산업의 경우 전자쓰레기를 재활용하는 모든 국가들이 건강과 안전 그리고 지역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훨씬 강한 감독을 하게 돼 있다. 가난한 사회는 부유한 사회가 보낸 독성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환경이나 건강 측면에서 감당하기 어렵다. 미국·일본·한국·유럽 같은 부유한 나라들이 너무 많은 독성 쓰레기를 아시아로 보낸다는 게 문제다."

-전자쓰레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수많은 사람들이 관여한다. 전자제품 생산업체, 소비자, 유통업체, 쓰레기 수출업체, 정부 등은 어떻게 해야 하나.

"생산자는 생산품의 재질과 기능을 가장 잘 안다. 생산자가 회수하는 책임을 지고, 제품 수명 연장과 재사용, 안전한 재활용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이윈 지부장은 2006년 그린피스의 3년 캠페인이 컴퓨터 생산자들의 태도를 바꾸었다고 평가했다. 컴퓨터 회사인 델(Dell), 에이서(Acer), 레노보(Lenovo)는 그들의 생산제품에서 가장 심한 독성 물질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세 회사는 전 세계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소비자는 회사가 더 깨끗한 생산품을 만들도록 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제품을 살 때 그 회사의 환경 지수를 알거나 우리 웹사이트를 확인한다면 말이다. 새 물건을 사기 전에 정말 필요한지 두 번쯤 생각해보라. 그 모든 걸 했을 때 제조사는 당신의 노력에 반응할 것이다.

유통업체는 자신들의 쓰레기를 수출회사나 다른 중개상에게 보내지 마라. 전자쓰레기의 재활용과 처리는 분명히 자신들의 문제다. 쓰레기 수출업체는 바젤 금지법안과 다른 나라의 법률을 지키기 바란다. 전자쓰레기를 수출해선 안 된다.

정부는 전자쓰레기 수입국들이 수입금지령을 실시하게 해야 한다. 바젤 총회는 부유한 국가가 가난한 국가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에 확실하게 신호를 보내야 한다.(2005년 홍콩 SAR 정부는 그린피스가 해로운 전자 쓰레기가 선진국에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길목이 홍콩이라는 것을 지적한 뒤에 관련 법규를 고쳤다.)"

"집 안팎 쌓인 전자쓰레기 괴기스러웠다"

[인터뷰] 산터우의과대학 훠샤 교수

산터우대학 의과대학 훠샤 교수. 지금까지 20여편의 전자쓰레기 관련 논문을 썼다.

ⓒ 모종혁

훠샤 교수에 따르면 구이위진 주민들은 1950년부터 생활쓰레기를 처리하면서 살아왔다. 주민들은 개혁개방 이후 전자쓰레기가 돈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생활쓰레기보다 가공하기도 쉬웠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산터우의과대학에서 훠샤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구이위진 24개촌 중 4개촌이 전자쓰레기 처리를 해왔다. 최근 롱먼이 더해지면서 지금은 5개촌이 전자쓰레기 처리를 한다.

산터우대학 의과대학은 2003년부터 매년 정기 진료와 수시 부정기 진료를 통해 주민들 대상 검진을 했다. 문제는 작업장에 있는 일당 노동자들. 수시로 들고나기 때문에 조사를 하기 힘들다. 다른 곳에 간 뒤에야 이 곳에서 병을 얻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훠샤 교수는 우려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주로 주민들이 일을 했다. 그동안 돈을 번 주민들이 사장이 됐고, 이젠 외지노동자들이 들어와 일을 한다. 고용된 노동자는 대략 10-15만 정도.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집에 살고, 10여년 전 주민들이 살던 집에는 외지노동자가 산다.

훠샤 교수는 소개로 무료 검진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엔 너무 안타까웠다고. 그는 구이위진 주민들을 처음 만났을 때를 다음과 같이 기억했다.

"집 안팎에 전자쓰레기가 쌓여 있는 모습이 괴기스러웠다. 건강은 딱 봤을 때 나쁘다고 느꼈다.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훠샤 교수

ⓒ 모종혁

훠샤 교수가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자. 구이위진 아이들의 면역력은 다른 지역보다 많이 떨어진다. 혈전증은 산터우시 시내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구이위에서 베이링촌은 특히 심각하다. 3-4배 정도 높게 나왔다. 혈전증은 혈액이 굳는 병이다. 굳은 피가 동맥이나 혈액을 타고 흐르다 심장이나 뇌, 팔다리 등을 막으면 뇌졸중, 심근경색, 시력 손상 등이 일어날 수 있다.

생활쓰레기를 처리하는 곳보다 전자쓰레기를 처리하는 곳이 혈전증 비율이 두 배 가량 높게 나왔다.

2003년 이후 매년 조사를 하고 있는데, 혈전증 비율은 낮아지는 추세다. 환경단체가 캠페인을 꾸준히 한 결과다. 주민들도 이전에 비해 조금씩 자기 보호를 한다. 현지정부도 세계 언론에 노출된 이후 관리감독을 강화했다.

교수는 주민들에게 작업할 때 안전화와 장갑을 꼭 끼라고 권한다. 혈전증에 좋은 음식을 안내하기도 한다. 오염된 물을 마시지 않는 것은 필수 권고사항이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일어난다. 전자쓰레기를 태우는 일이 많은 탓이다. 태우는 과정에서는 암 발생 물질이 나온다.

물이 오염돼서 피부병에도 자주 걸리는 편이다. 오염된 물에 옷을 빨기 때문이다.

훠샤 교수는 전자쓰레기가 사람들에게 병을 주지만 밥과 집을 준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이미 몇 십 년 동안 이어지면서 이미 전자쓰레기는 구이위 마을 주민들에게 뗄 수 없는 산업이 돼 버렸다.

교수가 "전자쓰레기가 나쁘니 무조건 내몰아야 한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그는 "현실은 인정하되 건강 등 여러 측면에서 좋은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자쓰레기 문제는 구이위 사람들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 곳은 최종집결지일 뿐 생산지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과 중국 대도시가 바로 전자쓰레기를 만드는 곳이다.

훠샤 교수는 중국과 선진국 소비자, 정부가 할 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생각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중국이 경제 성장과 함께 전자쓰레기가 많이 늘고 있다. 중국 정부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자쓰레기 문제를 알리는 캠페인을 적극 해야 한다. 전자제품 사용기간도 늘려야 한다. 재활용 방법도 많이 개발해야 한다. 지금 소비자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정부와 언론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선진국은 다음과 같은 책임이 있다. 전자쓰레기를 가장 많이 만드는 미국은 바젤협약(유해폐기물의 국가간 교역을 금지하는 협약)에 가입 안 돼 있다. 최소한 바젤협약은 가입해야 한다. 상인들은 최소한 상도덕은 지켰으면 한다. 선진국 소비자들은 재활용에 좀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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