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나오긴 할까 이번엔 'GPS' 복병

2009. 8. 2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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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국에선 '위치정보사업자'로 허가 받아야

애플, 출시 미룰지 GPS 기능 뺄지 '불투명'

애플이 '아이폰' 한국 출시를 앞두고 또다시 고민중이다. 아이폰을 출시하려면 국내 법령에 따라 '위치정보사업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담당자는 24일 "지난달 하순 애플이 아이폰의 일부 서비스가 국내에서 위치정보사업자의 영역에 해당하는지를 문의해왔다"며 "위치정보보호이용법에 따라 아이폰처럼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파악한 뒤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위치정보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위성항법장치(GPS) 등을 통해 전자지도 위에 자신의 위치를 표시하도록 하는 아이폰의 기능은 통신사업자와 무관한 애플의 자체 서비스로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 쪽은 "문의를 한 애플이 아직 방통위에 위치정보사업자 심사를 신청하지는 않았다"며 "국내에 이동통신 3사를 비롯해 56개 위치정보사업자가 있고, 애플도 사업자 허가를 받은 뒤 서비스를 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애플은 위치정보사업자로서 방통위의 허가를 받는 것에 부정적이다. 위치정보사업자는 법에 규정된 대로 심사를 거쳐 허가를 받아야 할 뿐 아니라, 국내에 따로 서버와 보안설비 등을 갖춰야 한다. 또 위치정보 이용과 관련한 기록을 보존하고 당국의 점검을 받아야 하며, 수사당국의 요청이 있으면 사용자의 위치정보 기록을 제출할 의무도 생긴다. 아이폰을 내놓은 어느 나라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일인데다, 지속적으로 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는 사업자가 되는 것 또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애플로서는 한국 정부의 심사를 받고 위치정보사업자가 되어 감독 대상이 될 것인가, 아니면 한국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출시를 미룰 것인가, 그도 아니면 핵심기능인 지피에스를 탑재하지 않은 '무늬만 아이폰'을 출시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복병의 등장으로 애플이 아이폰 한국 출시를 사실상 포기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이 위치정보사업자 지위 문제로 한국에서 아이폰 출시를 보류했고 이를 사업 파트너인 케이티 쪽에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달 초 전파연구소의 인증을 통과한 뒤, 케이티를 통해 아이폰 모델을 곧 내놓기로 하고 판매 물량과 보조금, 요금제에 관한 구체적 협상을 벌여왔다. 이에 대해 애플과 케이티 쪽은 아이폰 출시 일정과 관련해 위치정보사업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애플 본사의 공식적인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서 그 방향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문제가 달라진 통신 이용환경과 시장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낡은 법규 때문에 생겨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 발달로 새로운 서비스가 출현했지만 국내 위치정보법이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로 작동해 관련 산업의 발전을 막고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통신사를 통해 가입하기 때문에 이용자를 특정할 수 있는 아이폰에는 위치정보사업자의 의무를 부과할 수 있지만, 통신기능만 없을 뿐 유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모바일 인터넷기기에는 이를 적용할 수도 없다. 아이팟터치나 노트북도 무선랜을 통해서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파악·이용할 수 있지만, 이들 기기는 이용자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법을 적용할 수 없다. 애플만의 문제도 아니다. 현행 지도 국외반출 금지 규정 때문에 한국 출시 때 노키아의 스마트폰(모델명 6210s)은 내비게이션 기능을 못 쓰게 하고, 리서치인모션의 블랙베리폰은 내장 지도에 한국 내용을 담지 못했다.

방통위 관계자도 "아이팟터치를 이용한 '내 위치 보기'도 애플의 서버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원칙적으로 위치정보사업자 허가 대상"이라며 "하지만 통신처럼 가입자만 쓰는 게 아니고 구매자나 사용자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누가 쓰는지 알 길이 없고, 이는 노트북 등 모든 휴대 인터넷기기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규제당국 스스로 법이 현실과 괴리돼 있음을 인정하고 있지만, 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이를 적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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