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성대는 구조·방위상 확실한 천문대

2009. 9. 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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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재위 632~647년) 때 세워진 첨성대는 천문관측을 수행한 천문대일까? 아니면 왕권을 상징하는 상징물 또는 제사를 지내던 제단인가?

역사 드라마 '선덕여왕'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신라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첨성대는 신라의 천문대'라는 상식에도 불구하고 그 기능에 대한 논쟁은 계속 이어져왔다. 학계에서는 1973년과 1974년,그리고 1981년 대논쟁이 벌어졌다.

정연식 서울여대 사학과 교수는 최근 첨성대가 천문관측대가 아닌 선덕여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란 주장을 내놓았다. 정 교수는 '선덕여왕의 성조의 탄생, 첨성대'라는 논문을 22일 한국역사연구회 고대사분과 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천문학자인 박창범 고등과학원 교수는 '첨성대는 신라 왕조 관리가 천문관측을 하던 천문대'라고 주장한다. 박 교수는 24일 KAIST에서 열리는 '제4차 첨성대 대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통시대 천문현상 관측대로서의 첨성대의 특징과 영향'을 발표한다. 첨성대 기능을 둘러싼 논란이 인문학자와 과학자 간 대결 양상을 보이게 됐다. 네 번째 논쟁에 불이 붙은 셈이다.

◆ 첨성대는 상징물?

= 그동안 첨성대 기능에 대한 연구를 요약해보면 천문대설, 제천단설, 상징물설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천문대설에 대한 근거로는 명칭, 건물 수치와 구조 등이 있다. 하지만 출입이 불편하고, 내부공간이 관측에 적합하지 않고 정남향이 아니라는 점 등 반증도 많다. 이에 따라 불교상징물, 천문수학 상징물, 토착신앙과 정치 상징물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으며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제천풍습을 들어 제천단이라고 설명하는 학자들도 있다.

박창범 교수는 지금까지 제기된 선행연구 결과를 검토한 뒤 반증을 제시하며 첨성대는 천문현상 관측대 기능을 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첨성대 방위각에 대해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설득력을 높였다.

박 교수는 발표논문에서 "첨성대 그리고 점성대라는 이름, 건물에 부여된 여러 천문상징, 건축 시기 이후 급증한 신라의 천문현상 관측 기록, 천문 관련 관직의 존재, 후대 문헌의 기술 내용이 첨성대가 천문대라는 근거"라며 "신라 천문기록, 첨성대 구조와 방위로 볼 때 첨성대에서의 관측은 팔방위 정도 방위 측정이 이루어졌으며 절기를 파악하는 정도의 시간 측정을 수행했을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특히 "첨성대 방위가 정남북에 정렬되지 않아 천문대가 아니라는 주장의 근거가 됐지만 오히려 천문대 기능의 근거"라고 강조했다.

◆ 첨성대 방위각 새로 조명

= 발표문에 따르면 첨성대 정자석(안쪽 네모)은 남쪽 변이 정남에 대해 동쪽으로 13도 돌아가 있고 기단석(바깥 네모)은 정남향에 대해 동쪽으로 18.92도 틀어져 있다. 특히 정자석 모서리는 정동에서 남쪽으로 32도, 기단석은 26도를 향하고 있다<그림 참조>. 이 때문에 첨성대 방위가 천문관측 활동과 무관하다고 주장됐다.

그러나 경주지방 동짓날 일출방향은 29.6도이므로 정자석 방향에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첨성대 관측대(정자석) 위에서 완전한 지평선을 볼 수 없고 고도 2.8도부터 태양을 볼 수 있다고 하면 동짓날 태양이 뜨는 방향은 동남 32도가 돼 정자석의 방향과 일치한다"며 "기존 연구에서는 유일하게 송민구가 이를 주목해 석굴암, 부석사 무량수전 등이 동남쪽 30도를 향하는 것과 같은 경향이라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첨성대 관측대가 있는 정자석 모서리를 동지 때 일출방향과 의도적으로 맞춘 것이라면 첨성대는 천변관측은 물론 동지를 알아내는 등 24절기 시작을 알아내는 목적으로 사용했음을 뜻하는 것이다. 한편 이 모서리 방향은 대략 동남향이므로 팔방위 파악에도 도움이 된다.

박 교수는 또 "첨성대 원형몸통부에서 정자꼴 머리부까지 29층으로 석재를 쌓아 음력 한 달의 날수(29.5)와 일치시키고, 원형몸통부는 27층으로 구성해 달이 공전해 같은 별자리로 돌아오는 주기(27.3일)에 맞추고, 365개(1년 날수 의미) 석재로 몸통 외부를 구성하는 등 첨성대에 부여한 천문상징이 많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이문규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도 24일 토론회에서 '동아시아 천문학 전통에서 본 첨성대'라는 발표로 첨성대의 천문대 역할을 강조할 예정이다. 반면 조세환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교수, 김일권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김기흥 건국대 사학과 교수는 상징물, 제단 또는 복합기능에 초점을 맞춰 발표에 나선다.

[심시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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