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원천기술' 발견하고도 버스운전사?

입력 2008. 10. 22. 19:41 수정 2008. 10. 2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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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프래셔 박사, 올해 화학상 관련 연구하다 2년전 실직

노벨상 수상자 발표 뒤엔 으레 '성공 스토리'가 뒤따르지만, 올해엔 버스 운전사가 된 미국 과학자의 '비운'이 회자되고 있다. 더글러스 프래셔(57·사진) 박사의 사연은 '녹색 형광단백질'(GFP)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해 생물학 실험방법을 정립한 시모무라 오사무, 로저 첸, 마틴 챌피 박사가 화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이후 미국 언론과 과학 블로그들을 통해 알려졌으며, 백과사전 누리집인 '위키피디아'에도 이런 사연이 올랐다.

프래셔 박사는 1994년 <사이언스>에 수상자 챌피 박사와 함께 관련 논문을 낼 정도로 잘나가던 생화학자였다. 그는 시모무라 박사가 1962년 녹색 빛을 내는 해파리에서 발견한 형광단백질이 어느 유전자에서 만들어지는지 찾아내 이 유전자를 생물학 실험 도구로 활용하려는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우즈홀해양연구소 재직 당시인 1980년대 말 그는 이런 내용의 5개년 연구계획 지원 요청을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냈으나, 거절됐다. 다행히 미국암학회가 2개년 연구 지원을 승인해 마침내 형광단백질 유전자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2년 연구는 거기서 멈춰야 했다.

이후 정년 보장을 걱정하던 그가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계약회사 등으로 이직했다. 2006년엔 나사의 지원이 끊기면서 실직하고 말았다.

가족을 위해 머무르고 있는 앨라배마에서 연구직을 구하기 어려워 시간당 10달러를 받는 운전사로 1년 반 동안 일해 왔다. 그는 이미 오래전에 자신이 찾은 유전자를 챌피와 첸 박사한테 흔쾌히 나눠주었다. 그가 이루려던 발견은 이들의 손에서 이뤄졌다.

프래셔 박사는 <뉴욕 타임스>에 "수상 소식에 마음 아파 하거나 질투하진 않는다"며 "삶을 과학에 바쳐 연구하는 더 훌륭한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국내 과학 블로그 주인장인 '바이오매니아'는 "안타까운 일"이라며 "실적과 성과가 없으면 과감히 퇴출하는 미국식 시스템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사진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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