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캐릭터 뒤 '정교한 상술'

입력 2012. 1. 16. 20:50 수정 2012. 1. 1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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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임세상

'레벨 노가다'로 게임중독 유발

유료템으로 소비심리 부추기고

'학교별 순위' 매겨 경쟁심 키워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이 운영하는 메이플스토리는 지난해 여름 동시 접속자 60만명 돌파라는 국내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최근 학교폭력의 배경으로 거론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예쁘고 아기자기한 캐릭터 뒤에는 정교한 상술이 숨어 있다.

무엇보다 몰입도가 강한 게임이다. 메이플스토리는 캐릭터를 일정 레벨까지 성장시키는 게 게임의 주된 목표다. 레벨을 올리는 행위를 '레벨 노가다'로 일컫는데, 게임 중독을 부른다. 게임들의 레벨 한도가 보통 100 이하인데, 메이플스토리는 200 이상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레벨을 다 올려도 끝이 아니다.

캐릭터 세부 능력치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조금만 실수해도 격차가 벌어진다. 잘못 키운 캐릭터는 '허접 캐릭터'로 분류돼 무시한다. 이를 면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키우거나 게임사에서 파는 유료 아이템을 구매해 능력을 수정해 주어야 한다. 캐릭터를 키우기 어렵다 보니 학교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레벨 노가다를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학급에서 가장 센 캐릭터를 지닌 학생을 '메이플 일진'이라 하고, 남의 캐릭터를 대신 키워주는 학생을 '메이플 셔틀'이라 부른다. 사정이 이렇지만, 운영사는 마케팅에 열중이다. 방학 때면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쏟아내 학생들을 솔깃하게 한다. 올겨울에도 괴도팬텀(사진)이 추가됐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새 캐릭터 키우기에 빠져든다. 게임 홈페이지에 학교별 캐릭터 순위를 노출해 학생들간 경쟁심을 부추긴다. 캐릭터 순위를 올리려면 그만큼 게임을 많이 해야 한다.

아이들의 소비심리를 부추기는 것도 상술이다. 게임은 공짜로 할 수 있지만, 제대로 진행하려면 유료아이템을 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템이 파괴될 위험성이 높다. 이용자간 아이템을 사고파는 경매기능도 돈을 내야 한다. 다른 게임에선 무료인 전체채팅까지 100원짜리 확성기 아이템을 사야 이용할 수 있다. 곳곳에 유료아이템을 심어놓아 무늬만 무료게임이지 실제로는 적잖은 돈이 든다. 문구점에서 파는 넥슨 캐시카드 등 다양한 결제수단도 아이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확률형 아이템도 문제다. 확률형 아이템은 일정 확률로 좋은 아이템이 나오는 일종의 '뽑기'로, 사행심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교묘하게 변형해 팔고 있다. 예를 들어, 부화기라는 아이템이 있는데, 특정 아이템을 부화기에 넣으면 일정 확률로 더 좋은 아이템이 나온다. 가치가 높은 희귀 아이템이 나올 확률은 수만분의 일이다. 형태만 다를 뿐 확률형 뽑기 게임과 다를 바 없다. '부화기' 외에 '피넛머신', '전자레인지', '미라클 큐브' 등 다양한 확률형 아이템이 등장한다.

이덕규 <베타뉴스>(betanews.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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