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모바일 환경에서 왜 실패했나?

2011. 11. 1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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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익현기자] 결국 어도비가 백기를 들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모바일용 플래시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어도비는 9일(현지 시간) 앞으로 모바일 플래시 개발을 중단하고 대신 HTML5 쪽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발표했다.

어도비는 또 플래시 개발자들이 각종 앱들을 어도비 에어(Abobe AIR)와 연계할 수 있는 방안에도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종의 웹 애플리케이션인 어도비 에어는 브라우저 없이 오프라인에서도 구동될 수 있는 것이 특징. 특히 에어는 저장 장치에서 데이터를 불러낼 수 있는 등 PC의 응용 프로그램들과 비슷한 기능도 제공한다.

얼마 전 작고한 스티브 잡스 역시 플래시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당연히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서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았다.

♦'애플의 거부' 큰 영향 미친 듯

어도비가 왜 모바일 플래시를 포기했는 지에 대한 해답은 잡스의 비판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당장 실질적인 측면에서 애플과 잡스의 행보는 어도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회사인 애플이 노골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플래시 보급 확산을 노리는 어도비에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실제로 애플은 수 백 만에 이르는 개발자들에게 플래시 대신 HTML5를 비롯한 개방형 표준을 이용하라고 공개적으로 권고했다.

어도비 측도 이런 점을 굳이 부인하려 들지 않았다. 애플의 지원 부족이 어도비의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이번 조치가 갑작스럽게 발표되긴 했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한 측면도 있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어도비는 최근 들어 폰갭(PhoneGap)처럼 플래시를 이용하지 않는 모바일 개발 툴을 매입했다. 플래시가 없는 미래를 조금씩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어도비의 모바일 플래시 포기는 단순히 애플의 거부권 때문만은 아니다. 플래시 자체의 성향이 모바일과 태블릿이 주도하는 포스트PC의 패러다임과 걸맞지 않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 부분 역시 잡스의 비판에서 힌트를 찾아볼 수 있다.

잡스는 '플래시에 대한 단상'이란 글을 통해 "플래시는 모바일 기기 환경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너무 무거운 데다 배터리를 많이 쓸 뿐 아니라 터치스크린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였다.

잡스의 이런 비판은 플래시의 약점을 잘 포착한 것이었다. 플래시는 화려한 효과를 구현할수 있지만, 워낙 큰 용량 탓에 웹사이트를 열 때마다 PC 속도가 느려지거나 다운되게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런 단점은 특히 모바일 기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모바일 기기의 특성상 PC에 비해 성능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터리 소모량까지 만만찮기 때문에 이용자들에겐 굉장한 불만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어도비 역시 이번 조치를 통해 '포스트PC'란 새로운 패러다임을 담기 힘들다는 자기 인식을 갖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HTML5와의 경쟁에서도 밀려

최근 들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HTML5 역시 '플래시의 죽음'에 일조했다.

HTML5는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W3C)이 지난 2004년 제정한 최신 웹 표준이다. 가장 큰 특징은 별도 플러그인을 설치하지 않고도 다양한 웹 애플리케이션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당연히 플래시 플레이어나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가 없어도 영상과 음악, 그래픽 작업을 할 수 있다.

또 다른 강점으론 PC나 모바일 환경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웹 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무선 인터넷이 점차 수렴되는 최근 상황에선 HTML5의 이런 특징은 엄청난 장점이 아닐 수 없다.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도 HTML5가 플래시에 비해 훨씬 뛰어난 성능을 나타냈다. 크래프티마인드란 단체가 최근 실시한 테스트 결과 HTML5는 플래시에 비해 모든 면에서 뛰어난 성능을 나타냈다.

게다가 HTML5는 어도비가 독점하고 있는 플래시와 달리 개방형 표준이란 점 역시 매력적인 요소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플래시에서 HTML5 쪽으로 갈아타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언론사 중에선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HTML5 기반의 웹 페이지를 선보였으며, 아마존 킨들 클라우드 리더, 유튜브, 판도라, 트위터 등도 HTML5 진영에 가세했다.

시장 조사기관인 ABI 리서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해 1억900만대 수준이었던 HTML5 기반 기기 숫자는 오는 2016년엔 21억 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데스크톱에선 어떻게 될까

어도비는 모바일 쪽에선 백기를 들었지만 PC 환경에선 여전히 플래시를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관심의 초점은 PC 환경에서는 플래시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이냐는 쪽으로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데스크톱 환경에서도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어차피 차세대 웹의 대세는 HTML5 쪽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데스크톱 환경에선 어도비의 '포기 선언'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IDC의 알 힐와 애널리스트는 "어도비가 모바일 환경에서 플래시를 포기하기로 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라면서 "앞으로 어도비는 플래시에서 HTML5로 넘어가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데스크톱 환경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당장 그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분간은 플래시 플레이어가 잘 작동할 것이란 게 그 이유다.

가트너의 레이 블레이드 애널리스트도 비슷한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HTML5가 웹의 미래이다"면서도 "그렇다고 지금 당장 플래시 플레이어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윈도8과 터치 기반 인터페이스가 전통적인 데스크톱 환경과 어떻게 경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할 테지만, 2014년이나 12015년까지는 플래시 플러그인 수요가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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