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이 정말 기억력 감퇴시킬까?

2011. 7. 1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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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익현기자] 글쓰기가 아테네 젊은이들의 '망각'을 불러왔다고 툴툴 거렸던 소크라테스. 그가 요즘 검색엔진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인간의 기억력을 감퇴시킨다며 구글을 '인류 지성 파괴자'로 규정하지 않았을까?

소크라테스의 불평이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니다.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될 상황에 처하게 되면 골치 아프게 머리를 쓰는 걸 싫어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휴대폰에 전화번호를 저장하게 된 다음부터 가까운 가족 친지의 번호조차 제대로 외우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지성의 힘'을 신뢰했던 소크라테스의 불만을 이해해줄 만하다.

그럼 다른 측면에서 이 문제에 한번 접근해보자. 기술이나 도구의 힘을 빌어 '기억력'을 보충하는 걸 과연 '지능의 감퇴'라고 몰아부치는 게 타당할까?

이런 질문에 중요한 해답을 제시해 줄 연구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사이언스>가 14일(현지 시간) 온라인 판에 게재한 '기억력에 미치는 구글의 효과(Google Effects on Memory)'란 논문이 바로 그것이다.

◆분산기억 측면에서 바라봐야

"국기에 한 가지 색상만 사용한 나라는 몇 곳이나 될까?"

이 질문을 받고 여러분이 어떤 생각을 하는 지 한번 되돌아보라. 알고 있는 국기들을 떠올리는가? 아니면 "어디서 검색하면 될까?"란 생각부터 하는가?

'기억력에 미치는 구글의 효과'란 논문을 쓴 베시 스패로우 교수 팀이 실험한 바에 따르면 대다수 사람들은 "어디서 검색할까?"란 생각부터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연구 결과에 동의할 것이다.

컴퓨터 시대를 맞아 자기 기억력보다 외부의 지식에 의존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저 유명한 '분산기억(transactive memory)'이란 개념은 바로 이런 시대 변화를 설명하는 용어다.

'분산기억'은 이번 연구에도 참여한 데니얼 웨그너 하버드대학 교수가 지난 1985년 들고 나온 개념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분산기억이란 '한 그룹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정보의 총합'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보자. 각 분야 전문가 몇 명이 모여 공동 프로젝트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때 여러분의 전문 분야가 아닌 정보가 필요할 때 어떻게 할까? 아마도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른 사람에게 먼저 물어볼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지식을 공유하는 걸 '분산기억'이라고 한다.

◆내용보다 저장된 장소에 관심

이런 배경을 갖고 이번 실험 결과를 한번 살펴보자. 스팰로우 교수 등은 이번 논문을 위해 크게 네 가지 실험을 실시했다.

첫번째 실험에선 간단한 문장과 질문을 제시해줬다. 이 때 변형된 스트룹 태스크(Stroop task) 연구방법을 이용했다. 스트룹 태스크 연구 방식이란 여러 다른 색깔로 쓰여져 있는 글자판을 제시한 뒤 실험 참가자들에게 가능한 빨리 글자의 색깔을 읽어나가도록 한다. 내용이 흥미를 끌 경우 색깔을 알아내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점을 이용해 반응시간과 오류 수를 측정한다.

이번 실험 결과 컴퓨터 관련 용어들이 나올 경우 색깔을 해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정보가 필요할 땐 컴퓨터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번째 실험은 정보 접근 가능성과 기억력의 상관 관계를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역시 간단한 문장을 제시하고 난 뒤 한참 뒤에 기억해내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때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을 절반으로 나눈 뒤 한 쪽엔 이 정보를 곧 삭제할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쪽엔 계속 저장해 놓을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런 방식으로 실험 처치한 다음 기억해내는 정도를 테스트한 결과 정보가 곧 삭제될 것으로 알고 있던 쪽 참가자들이 훨씬 많은 내용을 기억해냈다.

어떤 장소에 그 정보가 계속 저장돼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을 경우엔 애써 기억하려 들지 않는 성향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

세번째 실험은 사람들이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위치를 얼마나 잘 기억하는 지 알아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컴퓨터에 쓴 문장을 보여준 뒤 지우거나, 다른 곳에 저장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에게 어떤 문장이었는지, 그리고 그 문장을 다른 곳에 저장했는지 여부를 기억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지워진 것으로 믿은 문장을 훨씬 잘 기억했다. 또 문장 내용보다는 그 문장이 지워졌는지, 저장됐는지 여부에 더 민감했다.

마지막 실험에선 문장을 보여준 뒤 저장된 장소까지 함께 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문장 내용보다는 저장된 장소를 훨씬 더 잘 기억했다. 하지만 문장 내용을 기억했을 경우엔 어느 곳에 저장됐는지에 대해선 기억하지 못했다고 연구진들은 설명했다.

◆"기억력 감퇴" 단순 주장은 무리

이번 연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정보 저장'과 '기억력'의 상관 관계다. 특히 온라인 상에 콘텐츠가 있다는 확신을 갖는 순간 그 내용을 굳이 기억하려 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점은 상당히 흥미를 끈다.

이런 점 때문인지 국내 몇몇 언론들은 인터넷 검색을 자주 이용하면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톤으로 보도했다. 구글이 기억하려는 인간의 욕구를 꺾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그런 식으로 해석해버리는 건 지나친 단순화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정확한 의미와 목적을 오해한 때문이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번 연구는 '콘텐츠 내용'과 '저장된 장소' 그리고 둘 간의 상관 관계 등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됐다. 단순히 콘텐츠 내용을 적게 기억한다고 해서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건 과잉 해석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부분은 앞에서 설명한 '분산기억'이란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분산기억 시대가 되면서 다른 사람의 정보를 활용하는 방식이 그대로 인터넷 상에서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검색 엔진이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을 바꾼다(Search engines change how memory works)'라는 제목을 단 와이어드의 보도가 정확해 보인다. 어딘가에 저장돼 있다는 확신이 있을 경우엔 내용보다 저장된 장소에 먼저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스패로우 교수 역시 "이번 결과는 (검색 같은) 온라인 도구들과 인지 능력 간의 관계에 대한 초기 단계 연구"라면서 스마트폰이나 클라우드 컴퓨팅 등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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