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플러스] "미생물이 방사능 오염 잡는다" 후쿠시마서 실험

2011. 5. 3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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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과천과학관장, 복합발효된 미생물 활용토양 방사선 70% 줄여…전문가들 "더 검증해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방사능에 대한 두려움이 퍼지고 있는 가운데 미생물이 방사능 오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한 원로 과학자에 의해 제기됐다. 주인공은 약학박사 출신으로 과학기술처(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이상희 국립과천과학관장(74 · 사진 왼쪽).

이 관장은 최근 일본을 방문,미생물학자인 다카시마 야쓰히테 박사와 함께 후쿠시마현 가와마타마치의 한 목초지에서 복합발효된 미생물을 통해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실험을 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확인했다고 31일 밝혔다.

목초지 내 15m 사방 시험 구획에 촉매로 작용하는 복합발효된 미생물과 액체비료를 3일간 반복 살포한 결과 토양의 방사선량이 살포 이전보다 3분의 1 이하로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기술로 토양에 오염된 방사성 물질을 정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실험결과는 최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실렸다.

그러나 이 관장은 방사능을 제어하는 미생물이 어떤 종류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십년 지기이자 6대째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는 다카시마 박사와 함께 실험을 진행한 이 관장은 "알려지지 않은 미생물군이 너무 많아 아직까진 방사선량 저감효과를 내는 미생물을 확인하진 못했다"며 "다만 미생물이 방사능 오염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인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관장의 설명에 따르면 젖산균과 효모로 1차 발효를 하고, 다시 2차 발효를 통해 질소고정균과 뿌리혹세균 등을 얻는 복합발효로 미지의 미생물군을 얻어 이를 토양에 살포한 결과 방사능이 실제로 감소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 관장은 다카시마 박사와 함께 가이거 카운터(방사능 측정기)를 통해 이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구는 25억년 전 방사능 덩어리였지만 이를 생물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 것은 바로 미생물"이라며 "지금도 지구의 60%가량이 미생물로 채워져 있으며,실질적으로 지구의 주인이자 어머니인 미생물의 작용은 너무나도 알려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방사성 물질이 쏟아내는 방사선인 알파선 · 베타선 · 감마선을 각각 주먹 · 칼 · 총에 비유했다. 투과력을 알기 쉽게 비유한 것이다. 다만 실제로 가장 위험한 것은 세슘 · 요오드 등이 뿜어내는 감마선이나 베타선이 아니라 플루토늄 등이 쏟아내는 알파선이기 때문에 이 비유가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는다. 정말로 위험한 것은 몸을 투과하는 것이 아니라 잔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관장은 알파선 등을 속된 말로 '깡패'에 비유하면서 미생물 예찬론을 폈다. 그는 "깡패가 지고지순한 여자를 만나면 순해지듯이 통제 불능의 방사성 물질도 미생물을 만나면 순해진다"며 "방사성동위원소라는 무기질은 미생물이라는 유기질을 적절히 만나면 제대로 된 한 쌍의 남녀가 만나 결혼해 안정을 찾는 것처럼 극적으로 안정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장은 "오늘날 지구를 있게 한 산모이자 주인은 바로 미생물이며,미생물은 인간이 갖지 못한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 관장의 주장에 국내 미생물 전문가들은 중립적인 입장이다. 이한승 극한미생물학회장은 "아직 방사선을 중화할 수 있는 미생물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생물을 통한 방사성 물질 해독 분야에서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김병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은 "우라늄 등이 가용성이 아니라 불용성으로 바뀌어 수질오염을 막을 수는 있지만 방사성 물질 자체를 비방사성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은 확인한 바 없다"며 "만약 그런 기술이 있다면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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