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구글 '개방성 공방'에 웃는 건 사용자?

2011. 4. 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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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네이버 "구글, 안드로이드폰 플랫폼 열어라"

검색서비스 '지식인' 외부접근 차단도 도마에

업체간 '개방 범위' 넓어질수록 사용자 유리

검색포털 분야의 국내 업체와 국외 업체가 상대방이 보유한 플랫폼과 데이터베이스(DB)의 개방 범위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간 인터넷 서비스 사용자들은 인터넷 서비스는 무료라는 특성으로 인해 서비스업체가 제공하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었는데, 이제 비로소 개방 범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논란의 쟁점은 특정 업체가 서비스하는 정보와 플랫폼에 대해 경쟁업체의 접근권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업체끼리 경쟁이 치열할수록, 개방 범위가 넓을수록 사용자에겐 이득이다.

안드로이드폰의 '구글 검색' 기본 탑재엔에이치엔(NHN)과 다음은 구글이 안드로이드폰에서 경쟁 검색 서비스를 기본 탑재하지 못하도록 하는 '불공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15일 두 회사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공급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구글 검색을 안드로이드폰에 기본 탑재하고 이동통신사와 단말 제조사가 국내 검색서비스를 기본 탑재하는 것을 막은 의혹이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구글을 제소했다. 엔에이치엔은 "구글이 국내 이통사와 요금합산 청구 계약을 맺을 때, 스마트폰 제조사와 마케팅 제휴를 할 때 계약 조건에 경쟁 검색서비스의 기본 탑재를 배제하도록 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구글은 "안드로이드는 소스 코드가 무료로 공개된 개방형 플랫폼으로,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어떤 프로그램을 탑재하는지는 제조사와 통신사들의 사업적 결정일 뿐"이라고 맞섰다. 구글의 한 관계자는 "구글지도, 지메일, 안드로이드마켓 등 다른 구글 서비스도 마찬가지인데 왜 검색만 문제삼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엘지(LG)전자가 출시한 안드로이드폰 옵티머스큐(Q)에는 네이버가 기본 검색서비스로 탑재돼 있고, 미국 이통사 버라이즌을 통해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에스(S)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검색엔진 빙이 기본 탑재돼 있다. 구글이 실제로 안드로이드폰에서 네이버와 다음의 검색엔진 탑재를 막기 위해 불공정 행위를 했는지는 공정위 조사를 통해 판가름나게 됐다.

외부 검색엔진 접근 차단 '네이버 지식인'문답형 검색서비스 '지식인'에는 국내 인터넷 검색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든 폐쇄적 서비스라는 평가가 따라다닌다. 네이버는 경쟁 검색엔진이 '열린 검색'을 내세우며 지식인에 접근하는 기술적 방법을 사용하자, 사용자들에게 불편을 끼치면서까지 지식인의 인터넷주소(url)를 수시로 달라지게 만들어 접근 자체를 막기도 했다.

네이버는 또 지식인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개방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2008년 11월엔 사용자가 문답을 작성할 때 '외부 수집 허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질문자와 답변자들이 '만장일치'로 '개방'에 동의하는 조건에서만 개방되도록 해, 실제로는 개방 효과가 거의 사라지도록 해버렸다. 특히 2008년 이전의 데이터베이스는 외부 검색엔진 접근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네이트와 다음도 지식 문답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국외 서비스들처럼 외부 검색엔진의 접근을 차단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외부 검색엔진에서 다음과 네이트의 지식검색 결과는 보이지만, 데이터베이스 양이 가장 방대한 네이버 지식인의 결과는 네이버 밖에서 거의 찾을 수 없다.

네이버가 외부 검색엔진의 접근을 차단한 결과는 결국 인터넷 생태계의 왜곡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게 바로 '오늘의 책', '오늘의 미술', '오늘의 과학' 등 네이버가 기획한 깊이있는 지식 콘텐츠인 네이버 캐스트가 처한 현실이다. 네이버 캐스트는 국내 인터넷 콘텐츠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외부 검색엔진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하고 네이버 안에서만 해당 내용을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외부 검색엔진에서 네이버 캐스트와 관련있는 콘텐츠를 검색할 경우엔 원본 콘텐츠는 검색되지 않고 이를 긁어다 블로그 등에 옮겨놓은 '퍼간' 콘텐츠만 나타난다. 이에 대해 원윤식 엔에이치엔 홍보팀장은 "다음·네이트·구글도 자사의 핵심 서비스는 개방하지 않고 있다"며 "지식인, 네이버 캐스트 등은 회사의 핵심적 경쟁요소로 보아 외부에 개방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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