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시장도 '중국 대공세'
[한겨레] 중국내 점유율 '80%→25%' 규제장벽에 한국 게임 쓴잔
중 업체 M&A 안방도 위협
사행성 위주 한게임은 '철수'…현지화·보편적 콘텐츠 관건
대표적인 수출형 문화콘텐츠로 꼽히는 국산 온라인게임의 성장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 게임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해 한국을 추월하고 있으며, 국내 대표 게임사들이 외국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고 있다. '한게임'을 운영하는 엔에이치엔(NHN)은 지난달 27일 공시를 통해 중국 아워게임사 지분 55%를 전량 매각하고 철수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1000억원 넘게 투자해 중국 하이훙과 합작으로 아워게임을 설립하고 '마작' 등 게임사업을 펼쳐왔지만, 적자가 누적된데다 사업 개선의 전망도 안 보인 탓이다.
■ 중국 업체들의 급부상
'온라인게임 종주국'을 자처해온 한국은 2008년부터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에서 중국에 추월당했다. 13억 인구의 중국이 정보화를 촉진하면서 이 분야에서 향유국을 벗어나 빠르게 개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중국에서 한때 80%의 점유율을 보이며 2000년 중반까지 중국 시장을 주름잡았지만, 현지 업체들에 밀려나며 지난해 점유율이 25%대로 떨어졌다.
국내 게임을 수입해 서비스하던 중국이었지만 최근엔 국내 개발사 못지않은 기획력과 개발력으로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국내로 수입되는 중국산 온라인게임도 증가 추세다.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등급심의를 신청한 중국산 게임은 2008년 5건에서, 지난해엔 19건으로 급증했다. '진 온라인' '황제'처럼 국내 이용자에게 인기가 높은 게임들도 포함돼 있다.
국내 업체들이 중국 업체의 움직임에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것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인수합병(M&A) 공세 때문이다. 중국의 1위 게임사인 텐센트는 지난달 기준 주식 시가총액이 45조원으로, 국내 1위인 엔씨소프트의 5조원에 견줘 9배 규모다. 중국의 자금력은 개발능력을 갖춘 국내 게임사 인수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2위의 게임사 샨다는 2004년 국내업체 액토즈소프트를 1000여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올해는 아이덴티티게임즈를 9500만달러(1100억원)에 인수해 국내 업체들을 놀라게 했다.
■ 세계시장에선 안 통하는 장르
매출액 규모에서 국내 '빅3'인 넥슨, 엔씨소프트, 한게임의 국외 사업 실적은 판이하다.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의 넥슨과 '아이온' '리니지'의 엔씨소프트는 국외 매출 비중이 각각 60%, 40%를 넘어서는 수출형 기업이다.
한게임이 미국에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중국에선 누적손실 끝에 철수하게 된 배경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상품이 없다는 게 결정적이다. 한게임은 매출의 대부분을 포커와 고스톱 등 사행성 논란을 일으키는 '도박 모사게임'에 의존하는데, 이런 성격의 게임은 내수용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재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이사)는 "한게임은 웹보드게임에 치중하다보니, 국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다양한 게임을 개발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국외 시장을 공략하려면 일단 다중역할수행게임(MMORPG)이나 캐주얼게임 등 보편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게임장르를 선택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각 증권사들이 내놓은 보고서는 한결같이 한게임의 사행성 이슈를 제기하며, 이에 따른 부정적 여론과 정부의 규제가 항상 사업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게임은 2일 새로운 전략 발표회를 열어, 앞으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게임 시장에 3년간 1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규제가 심한 중국시장도 공략법이 없는 게 아니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는 국내보다 중국에서 인기가 더 높은 게임이다. 지난해 12월엔 중국에서 동시접속자 220만명을 기록하는 등 성공담을 쌓고 있다. 이재교 넥슨 이사는 "중국의 낮은 개인용 컴퓨터 사양에 대한 고려와 해킹 예방시스템, 현지 문화를 반영한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업체인 텐센트의 효과적인 마케팅 등을 성공 요인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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