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체크아웃'이 정말 무서운 이유

2009. 10. 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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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저널 버즈] 게임이론에 관한 책은 서두에 이렇게 적고 있다. "게임에서 이기려면 자비심을 버려라. 인간은 기본적으로 악(惡)하고 기회만 있으면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 한다라는 것을 인정하고 굳게 믿으며 기초로 삼는다"

네이버 '체크아웃'이 얼마전 문을 열었다. 네이버 체크아웃은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자의 결제를 네이버가 중간에서 대신 처리 해주는 서비스다. PG사(온라인 결제 대행사)와 조금 다른 것이라면 기존 네이버 아이디를 가지고 직접 자신의 계정에 접속해 주문, 결제, 배송, 교환, 반품 등 쇼핑몰 장바구니 페이지에 준하는 모든 쇼핑현황을 네이버 한 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의 의도는 누가 봐도 분명하다. 쇼핑몰 핵심은 결제인데 그 결제권을 네이버가 쥐겠다는 것이다. 검증되지 않는 상태에서 누구나 물건만 있으면 내다 팔 수 있는 오픈마켓과 달리 중소 쇼핑몰이 몇 년 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양질의 콘텐츠와 회원 커뮤니티를 막강한 트래픽을 이용해 네이버에 묶어두겠다는 것이다.

오픈마켓과 차별화된 네이버 백화점을 만들고 좀 더 안정적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쇼핑몰 입장에서야 지금 당장 매출 상승이나 트래픽 유입으로 좋을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광고 없이 방문하던 단골을 네이버 통합 아이디로 빼앗기고 네이버 체크아웃에서 또 다른 광고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의도가 어찌되었든 이 서비스는 성공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네이버는 쇼핑몰 사업자에게 체크아웃에 들어 올 것인지 아니면 들어오지 않을 것인지 선택의 딜레마에 빠지게 했기 때문이다. 쇼핑몰 입장에서 네이버 체크아웃에 가입을 하던 안 하던 사실 매출에 큰 변화가 없다. 어차피 키워드 광고를 해왔던 곳이고 거의 대부분 네이버에서 트래픽이 유입되기 때문에 체크아웃에 가입한다고 해서 당장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냉엄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모든 것은 결국 돈 먹고 돈 먹는 게임일 뿐이다. 이 게임을 하는 데 있어 상대의 이해심과 도덕심과 성실함에 의존하는 것은 게임이론의 기본에 어긋난다. 비즈니스는 냉엄하며 자비심을 바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쇼핑몰들끼리 서로 협력해 네이버 체크아웃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네이버에 결제권까지 넘겨 줄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보유한 회원까지 네이버가 마음대로 관리하도록 내버려두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 자생력이 있는 쇼핑몰이기(네이버 체크아웃에 들어가기 위해선 6개월 동안 매 월 1,000만원 이상 매출이 있어야 한다) 때문에 지금처럼 시장이 유지된다면 키워드 광고와 단골 고객의 입소문을 통해 꾸준히 성장시킬 수 있다. 그러나 네이버가 만들어 놓은 딜레마에 쇼핑몰 사업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서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개별 쇼핑몰간 경쟁에서 상대 쇼핑몰이 먼저 네이버 체크아웃에 들어간다면 그것이 비록 나쁜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네이버 체크아웃에 들어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먼저 들어가 그 시장을 선점 해버릴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음 상황은 안 봐도 비디오다. 지금 네이버 키워드 광고 입찰제처럼 네이버 체크아웃에서도 상위에 뜨기 위해 서로 과도한 광고 경쟁을 시작 할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처럼 협동보다는 배신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쇼핑몰 사업자는 스스로 나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이득을 보는 곳은 네이버 밖에 없다. 네이버 스스로는 자비를 베푸는 것으로 보이도록 착각하게 만들면서 사업자끼리는 서로 자비심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네이버 블로그 정책이 그래왔고 네이버 키워드 입찰제 광고도 마찬가지다. 한게임은 말할 것도 없다. 네이버에서 돈 되는 모든 서비스는 다 이렇게 만들었다.

어느 한 곳이 시장을 독점해 네이버가 관리하지 못하는(네이버 키워드 광고 없이 독자 생존하는) 상황이 아니라 여러 곳이 비슷하게 시장을 나눠 먹을 수 있을 만큼만 만들어 놓고 네이버는 이들을 충분히 관리 및 제어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네이버 체크아웃이 어떤 효과를 주는 것과 관계없이, 아니 오히려 지금 보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하더라도 쇼핑몰 사업자끼리 절대 협력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누가 봐도 틀린 선택이 네이버가 만들어 놓은 이 딜레마에서는 올바른 선택이기 때문이다.

사업자끼리 서로 배신하도록 만들고, 그 배신에 배신으로 앙갚음하도록 하면서 사업자 힘을 빼놓은 네이버. 그 가운데서 그들을 손쉽게 관리하고자 하는 것이 네이버 체크아웃이 진짜 무서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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