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화 놓으려면 '전봇대값' 1200만원 내라

2009. 3. 3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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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KT, 농어촌 외딴곳 주민에 공사비 떠넘기기

'보편적 서비스' 취지 어긋나…약관개정 필요

케이티(KT)가 보편적 서비스로 지정된 유선전화의 가설비를 가입자들에게 부담시켜, 농·어촌 지역의 외딴 집 거주자들이 집에 유선전화를 놓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유선전화가 없으면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텔레비전(IPTV) 같은 서비스도 이용하기 어려워, 정보화 사각지대로 남는다.

경북 봉화로 귀농한 장아무개씨는 최근 케이티에 유선전화를 신청했다가 가설비로 1200만원을 내라는 말에 전화 가입을 포기했다. 마을에서 2㎞ 가량 떨어져 있는 장씨 집에 전화를 설치하려면 전주 40개가 필요하니, 전주 하나당 약 30만원씩 모두 1200만원을 내야한다는 게 케이티 요구였다. 장씨는 "유기농 경험을 나누는 자리에 나가보면, 가설비 부담 때문에 유선전화를 놓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케이티는 유선전화 이용약관에 따라 외딴 곳의 가설비를 가입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티 이용약관은, 케이티 소유의 전주에서 전화 설치하는 곳까지 거리가 80m 이내일 때는 무료로 가설해주고, 80m~200m까지는 전주 하나당 10만원씩, 200m 이상은 전주 값과 공사비를 가입자에게 물리도록 하고 있다. 케이티는 "외딴 곳 이용자한테 월 기본료와 통화료만 받아서는 가설비 회수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따로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티 이용약관대로라면, 농·어촌의 외딴 집이 유선전화를 이용하려면 케이티 소유의 전주가 설치된 곳에서 떨어진 거리에 따라 수십만원 이상의 전화 가설비를 물어야 한다. 케이티는 "연간 700명 정도가 가설비를 물고 유선전화를 놓고 있다"고 밝혔다. 경상북도에 있는 케이티 지점 직원은 "가설비가 100만원 이상 되면 대부분 전화 가입을 포기한다"며 "실제로 시골에는 유선전화 없는 집도 꽤 많다"고 말했다.

케이티의 가설비 청구는 통신시장에'보편적 서비스' 제도를 도입한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가설비 문턱 탓에 케이티 유선전화가 보편적 서비스이면서도 누구나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은 보편적 서비스의 개념에 대해 '모든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적정한 요금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통신서비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2001년 '보편적 서비스 손실금 분담 제도'가 도입돼, 케이티의 보편적 서비스에서 발생한 손실을 다른 통신업체들이 매출액 크기에 따라 분담해 보전해주고 있다.

케이티 이용약관 가운데 가설비를 가입자에게 실비로 부담시킬 수 있게 된 부분은 보편적 서비스의 손실금 분담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만들어졌다. 약관개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케이티 관계자는 "1년에 몇달만 사람이 사는 산 속 별장에도 수천만원을 들여 공짜로 전화를 설치해주라는 것이냐"고 항변한다. 신용섭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정책국장은 "가설비 부담 때문에 유선전화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상황을 파악해보겠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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