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이 인터넷의 주인"..50대 CJ 심현용

국순신기자 kookst@inews24.com 2004. 8. 25.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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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명예퇴직 등 어느 때보다 빠듯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어쩌면 대한민국은 희망을 잃어버린 "상실의 시대"에 빠졌는지도 모른다.

요즈음처럼 각박한 세상에 "도전"이란 단어를 찾아보기 힘들다. 젊은 피의 수혈로 역동적인 대한민국에서 40〜50대 중장년층은 사회의 주역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들에게 "도전"은 먼지가 자욱한 앨범속의 희미한 흑백사진 같은 기억 저편의 단어가 됐다.

이런 좌절에 빠진 40-50대에게 "도전"이라는 메시지를 건네주는 이가 있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40-50대가 인터넷 세상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건네주며 인터넷의 바다에 뛰어들라고 격려하고 있다.

주인공은 심현용씨(51). 그는 삶의 무게가 배어있는 "인생"이란 대화명으로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하는 사이버자키(CJ)다.

◆ 온-오프를 잇는 4년차의 사이버자키(CJ)심씨는 CJ에서도 원로급에 속하는 네티즌 스타다. 그는 40-50대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방송 "wing365"(wing365.net)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이버자키란 요즈음 유행하는 비디오자키(VJ)의 인터넷 버전이다. 다른 점은 자신이 촬영한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생방송된다는 것. 물론 컴퓨터로 이를 지켜본 네티즌들을 모니터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사이버자키의 매력이다.

그는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닌다. 방방곡곡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는다. 또 그들의 대화를 인터넷을 통해 알린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와 네티즌이란 존재를 알린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중장년층은 건재하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그는 사이버자키를 "오프리인에서 일어난 다양한 인물과 사건을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에게 전달해주는 전도사"라고 주장한다. 그는 의사소통 부족으로 욕설, 인신비방 등 갖가지 폐해가 넘치는 인터넷의 건전한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인터넷의 지향점은 온오프의 만남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으로 그는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에도 사람들을 지탱해주는 구심점이 돼야 하며 그 곳엔 대한민국의 중장년층이 버텨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인터넷이 젊은이들의 공유물로 여겨진 이 시점에 그의 인터넷론은 색다르게 들리기도 한다. 그가 운영하는 사이트 "wing365"에는 왜 "날개"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을까."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부릅니다. 아직 컴퓨터에 익숙치 않은 중장년층은 인터넷의 바다에 빠지면 쉽사리 헤어나오질 못해요. 그래서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줘야 겠다는 생각으로 "날개"(wing)이란 이름을 넣게 됐습니다."◆ 인터넷의 문외한, 인터넷방송을 알다4년간 인터넷방송으로 바쁜 날을 살아온 심현용씨. 그의 직업은 레크레이션 강사다. 과거에도 레크레이션 강사였으며 현재도 마찬가지다.

그가 인터넷을 알게 된 것은 IMF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IMF가 일어나기 전에 그는 레크레이션 강사의 경험을 살려 이벤트 대행사를 운영했다. 가족은 이미 95년 캐나다로 이민갔고 그만 국내에 남아 있었다.

그의 사업 역시 IMF의 한파를 견디지 못했다. 그는 사업의 실패가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자신의 부족과 고집에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예전의 자신을 버리려는 결정을 하게 됐다.

그는 새로운 것을 갈망했다. 그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땅 인터넷을 발견했다. 하지만 컴퓨터에 문외한인 그가 인터넷으로 할만한 게 없었다.

그가 찾아나선 첫번째 직업은 바로 프로게이머였다. PC방에 머무르며 8개월간 노력했지만 10대의 놀이터인 게임에서 프로게이머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

"한 8개월간 게임을 했습니다. 나이차가 없는 이곳에서 배신과 무서움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그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문화차이를 그때서야 경험했다고 술회했다.

"배틀넷에서 2:2로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했습니다. 갑자기 한 녀석이 동맹을 풀고 3:1로 나를 공격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배틀넷의 관심사는 높은 승수를 쌓는 거였습니다. 이런 행동은 쉽게 이해가지 못했죠."황당한 그는 "내 나이가 50세인데 이건 너무한 게 아니냐"고 항의했단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니가 50세냐? 나는 80살이다." 그가 느낀 것은 "비인간성" 그 자체였다.

인터넷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여러차례 정모와 번개도 가졌지만 한켠으론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는 레크레이션 강사의 경험을 십분 활용한 인터넷 방송에 관심을 갖게 됐다.

◆ 인터넷방송, 그 시작의 단추심씨는 "음악다방"의 향수를 갖고 있는 40-50대를 대상으로 음악방송을 제공하기로 결심했다.

그의 굳은 결심과 달리, 아무도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2000년 당시, 중장년층에서 컴퓨터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드물었다. 게다가 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방송을 하겠다니 달가워할 사람은 많지 않았다.

"네티즌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받아서 이를 알리는 방식으로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분위기가 안 좋았죠. 대화에 방해된다고 해서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띠동갑 커뮤니티에서 쫓겨난 적도 있었으니까요."그의 노력은 계속됐다. 2000년 8월 5일 매일 저녁 8시부터 12시까지 4시간동안 세이클럽을 통해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 이름은 "40-50대 음악세상".그가 인터넷방송을 운영하면서 내세웠던 것은 ▲네티즌의 사연과 신청곡 중심으로 운영한다 ▲반말은 하지 않는다 등 2가지. 다행히 인터넷방송의 반응은 괜찮았다.

인터넷속에서 놀이공간을 찾지 못했던 중장년층으로부터 차츰 지지를 받았다. 8월말부터 "비욜레타", "사임당", "온마트", "효조" 등 대화명을 쓰는 CJ들이 함께 참여하겠다고 나섰다.

마침내 그해 12월에는 24시간 방송에 도전했다.

◆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전국을 순회심씨는 컴퓨터에 갇혀 있다는데 갈증을 느꼈다. 인터넷이 선이 물려 있어야 한다는게 늘 제약으로 남아 있었던 그에게 무선랜은 희망과도 같은 존재였다.

"무선랜이 되면서 바깥나들이가 가능해졌습니다. 흔히 말하면 야외 방송과도 같은 것입니다. 2002년 9월에는 회원들끼리 돈을 보태서 캠핑카도 구입했습니다. 10월부터는 전국여행을 떠났습니다."음성으로 전달해주는 인터넷 라디오방송의 한계는 명확했다. 현장의 생생함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게 아쉬웠다. 그는 동영상 방송에 관심을 기울였고 2003년 2월 2일 인터넷 동영상 생방송에 도전했다.

"첫 시도였습니다. 영상으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가상속에 존재하는 네티즌에게 실제 세상에 있는 사람을 소개시켜준다는 것였습니다. 결국 사람이 그 중심에 선 거였지요."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그가 만난 사람도 다양하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서 문경시장, 경주시항, 울산시장과도 인터뷰했다. 그에게 네티즌은 천군만마와도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첫시도에는 언제나 장애물이 따르기 마련이다. "방송"이란 단어에 사람들이 거부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년층은 "방송"이란 2글자에 민감했다.

"전자상가가 밀집한 대구 전자유통단지에서 일주일간 각설이 타령 이벤트를 했습니다. 각설이 타령을 방영하던 도중, 홍보팀장이 방송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는데 입주자들이 반발하는 통에 방송을 재개하기도 했지요."◆ "9월엔 여성 사이버자키도 등장"그와 함께 활동하고 있는 CJ수는 22명. 오는 9월 15일에는 국내 여성 사이버자키(CJ)가 등장한다.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주부가 인터넷방송을 진행하게된 것.심현용씨는 주부 CJ의 등장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먼저 인터넷 이용층과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주부의 등장, 그리고 대구방송국이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후원금으로 설립됐기 때문이다.

그의 포부는 "1천만 CJ육성". 2012년 인터넷방송 개시 10주년 행사에서 시청자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다는 꿈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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