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750억 국가R&D과제 'AIRI 몰아주기' 물거품

박희진 기자 입력 2016. 11. 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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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명 목표였는데 고작 10명"..AI 인재 확보가 관건
(출처=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 홈페이지)© News1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미래창조과학부가 민간연구소인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에 몰아주려던 750억원 규모의 국책 연구과제를 '공모'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AIRI가 여타 연구기관과 동일한 조건에서 과제 수주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뜻이다.

AIRI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SK텔레콤, KT, 네이버, 현대자동차, 한화생명 등 7개 기업이 각 30억원씩 출자해 자본금 210억원으로 올해 설립된 민간연구소다.

사실 이 연구소는 미래부가 인공지능(AI) 육성을 위해 민간기업을 독려해 설립한 곳이다. 이에 미래부는 앞으로 5년간 매년 150억원씩 총 750억원에 달하는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를 이 연구소에 맡길 계획으로 2017년 예산안에 반영했다.

AIRI에 맡길 국가R&D 과제는 'SW컴퓨팅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30억원), 'IT‧SW융합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90억원), '첨단융복합콘텐츠기술개발사업'(30억원)이다. 그간 미래부는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리 등에 관한 규정' 제6조 제1항 제3호에 근거, 일부 과제를 AIRI에 '정책지정'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미래부의 이같은 계획에 국회가 제동을 걸었다.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국가R&D 과제를 신생 민간연구소에 몰아주는 것은 '특혜'라고 몰아붙였다.

결국 예산안 심사에서도 문제가 불거졌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예산심사소위는 지난 28일 관련 예산을 공모로 전환하는 조건으로 예산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AIRI는 다른 연구기관과 동일한 조건에서 수주경쟁을 벌여야 한다. 또 별도 감시기구를 설치하는 조건도 붙였다.

'인재난'도 문제다. 미래부가 AIRI 설립 계획을 밝힐 때만 해도 연구인력은 해외 석학을 포함해 50여명으로 출발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확보된 인력은 10여명에 불과하다. 해외 석학유치도 실패했다.

국내 최초 'AI 박사'인 김진형 AIRI 원장이 지난 8월 미국 실리콘밸리로 직접 '원정 리크루팅'까지 나섰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AIRI의 7개 출자사 중 하나인 네이버에서 AI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네이버랩스가 'AI 두뇌'를 빨아들이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네이버랩스는 상반기 150여명 수준에서 현재 200여명에 달한다.

김진형 원장은 "실리콘밸리에서 AI 분야 인재는 몸값이 최소 3만달러(3억원)라 한국으로 인재유치가 쉽지 않지만 추가로 10여명과 채용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로 AIRI가 'AI 싱크탱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자체 경쟁력 확보가 최대 과제로 떠오른다. AIRI가 '벤치마킹'하는 독일의 DFKI도 유럽연합(EU), 독일연방교육연구부(BMBF), 독일 연구협회(DFG) 등 정부관련 예산을 쓰지만 기술개발로 자체 재원을 확보하면서 민·관 합동연구소로 성장했다. 1988년 설립된 DFKI는 연구원수만 500여명에 육박한다.

비트컴퓨터 대표로 AIRI에서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는 조현정 회장은 "정부의 과제 지원이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체기술력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2b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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