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C 새 승부수 주목, 13조원 글로벌 VR 투자 연합전선 구축

김범수 기자 2016. 8. 3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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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시장에서 애플·삼성과 중국 업체에 밀린 대만 HTC의 새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일찌감치 가상현실(VR) 기기 제조에 눈을 돌려 실력을 인정받은 데 이어 VR 생태계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13조원에 달하는 투자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다. 한때 휴대전화 분야의 강소기업으로 각광받았던 HTC가 VR로 화려하게 부활할 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가 만든 VR기기 ‘바이브’는 최고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피터 추 HTC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5에서 가상현실 헤드셋 '바이브'를 선보이는 모습. /블룸버그 제공

◆ HTC, 120억 달러 투자 연합 전선 주도

HTC는 VR 생태계 구축을 위해 30개 이상의 글로벌 벤처캐피털과 함께 컨소시엄 형태로 ‘가상현실 벤처캐피털 협회(VRVCA)’를 만들었다. 글로벌 투자 연합전선을 만들어 시장 확대와 공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종의 투자연합체인 VRVCA는 기술 자본금이 120억달러(약 13조 2000억원)에 달한다.대표적인 회원사로는 애플, 구글,알리바바 등 유명 IT 업체에 투자한 세콰이어캐피탈과 애플, 페덱스, 바이두 등에 투자한 매트릭스파트너스 등이 있다. 30일에는 국내 벤처캐피털업체로는 처음으로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이 협회 공식 회원사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HTC는 지난 4월 VR 투자 프로그램 ‘바이브X’을 선보였으며 올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 차이나에서 VRVCA를 공식 출범했다. VRVCA 회원사는 2개월에 한번씩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VR 스타트업 발표회에 참석해 업계 트렌드를 파악하는 한편, 독자적인 투자 기회를 얻어 신생 회사를 육성할 계획이다. 올해 VRVCA 발표회는 9월(베이징)과 11월(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다.

◆ 스마트폰은 사실상 접고 VR에 ‘올인’

VR을 체험하는 모습. /HTC 홈페이지 캡쳐

HTC는 애플의 아이폰,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 제조사에 밀리면서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해 2분기 매출은 5억9800만달러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2분기(10억7000만달러)보다 44% 감소한 수준이다. 올 2분기 손실액은 1억3300만달러인데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통신업계에서는 HTC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지 않겠냐는 관측까지 내놓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HTC가 절치부심해 내놓은 카드가 VR이다. HTC가 게임업체 밸브와 손을 잡고 내놓은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형태의 VR 기기 '밸브 바이브'는 100여개 이상의 콘텐츠와 탁월한 성능을 무기로 게임 마니아 층을 공략하고 있다. 바이브는 페이스북이 2조원을 주고 인수한 오큘러스리프트와 정면 승부를 벌이는 유일한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HTC는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폴랫폼을 활용한 VR 콘텐츠 개발 강화를 위해 제휴를 맺기도 했다.

◆ 성장 가능성 높은 VR 시장…연합전선 도움 될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VR 하드웨어 시장은 향후 5년간 200억달러(약 22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올해 VR 기기 시장 매출이 8억9500만달러(약 1조300억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투자업계에서는 HTC가 주도하는 VRVCA에 대해 대규모 자본금을 기반으로 유수의 벤처캐피털이 협회를 이루어 새 산업의 미래를 위해 힘을 합친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자본금 규모가 큰 만큼 세계 VR 시장은 물론 한국의 VR 시장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갤럭시 기어를 사용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VR 콘텐츠, 부품, 기기 관련 업체와 스타트업들이 VRVCA로부터 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태동하기 시작한 투자 협회이기 때문에 VR 시장 확대 속도에 따라 자본금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VRVCA는 9월 발표회에서 정보를 교환하고 본격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협회는 협회가 안정되면 회사 인수합병(M&A)에도 나설 예정이다.

다만 HTC가 연합전선 전술을 구사하더라도 시장에서 ‘강자’의 위치에 놓일지는 미지수다. VR 시장 가능성이 큰 만큼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공룡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또 HTC가 게임업체와 손을 잡고 바이브를 만든 만큼 플레이스테이션(PS)으로 탄탄한 게임 콘텐츠를 보유한 소니와도 경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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