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에서 경적을 울렸다. 7년간 재판받았다.
2008년 4월부터 시작된 촛불집회는 4개월 정도 지속됐다. 촛불집회 관련 재판은 2016년까지 8년간 계속되었다. 지난 5월에 발행된 <민변 촛불백서 Ⅱ>에 따르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법률지원단이 촛불집회 사건과 관련해 변론한 피고인 수는 무려 939명(약식명령 사건 858명, 정식기소 사건 81명)에 이른다.
촛불자동차연합 사건도 촛불집회 관련 재판 중 하나였다.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08년 7월1일 촛불자동차연합이라는 인터넷 카페가 개설되었다. 이들은 시위대 후방에서 일반 차량과 시위 참가자들 사이의 완충지대를 만들어 혹시 있을지도 모를 교통사고를 막았다. 또 교통정리 봉사활동, 긴급상황 시 환자 이송 등 구급차량 구실, 어린 학생이나 장애인 참가자들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하는 카풀 활동도 했다. 촛불자동차연합 회원들의 활동은 도심 교통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운전자나 시위 참여자 모두에게 호응을 얻었고, 현장의 교통경찰관들도 자신을 도와 현장 정리를 하는 회원들에게 우호적이었다.
그런데 경찰은 2008년 7월19일 서울 종로3가 시위대 뒤편에서 4개 전 차선에 정차한 촛불자동차연합 회원 20여 명의 차량번호를 CCTV로 채증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20분가량 비상등을 켠 채 시위대 후미에서 대기 중인 모습이었다. 그 뒤에는 교통정리 활동을 하던 자원봉사자도 있었다. 당시 회원들은 경찰이 도착한 뒤 지시에 따라 갓길에 차를 정차했다. 경찰의 제지로 더 이상 차량을 운행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해산했다. 이튿날인 7월20일 새벽까지 일부 시위대가 서대문사거리와 독립문 인근에서 시위를 벌였고, 차량 30여 대가 시위대를 뒤따르며 경적을 울렸다.
서울경찰청은 이날의 경적 시위와 관련해 촛불자동차연합 인터넷 카페에 대해 내사하라고 서대문경찰서에 지시했다. 서대문경찰서는 인터넷 카페 게시 글, 인터넷 카페 가입자 정보 및 게시물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후원회 계좌에 대한 정보 제공을 금융기관에 요청했고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넘겨받은 CCTV 동영상과 캡처 사진 등을 근거로 한 차적 조회 등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2008년 9월16일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휴대전화 통화 내역 조회까지 거쳐 25명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들은 일반교통방해(형법 제185조)와 야간미신고집회(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았다.
또 각 지방경찰청은 위와 같은 수사 결과에 따라 25명에 대해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했다. 이 가운데 23명이 2009년 2월13일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나는 행정소송을 낸 23명 중 20명의 사건을 맡게 되었다.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운전면허증의 효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형사사건은 모두 우리 사무실이 맡았다.
경찰청은 운전면허 취소 처분의 법적 근거로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이 자동차 등을 이용하여 살인 또는 강간 등 행정안전부령이 정하는 범죄행위를 한 때'에는 '운전면허를 취소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옛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11호)을 들었다. 우리는 운전면허취소 처분이 위법하고 부당하다는 것을 세 가지 점에서 주장했다.
첫째, 처분 사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시위대가 이미 전 차로를 점거한 상태였기 때문에 일반 차량이 통행할 수 없었고, 따라서 일반 차량의 교통을 방해할 여지가 없었다. 또 교통경찰관의 지시에 따라 주·정차를 했으므로 교통을 방해한 것이 아니다. 둘째, 처분 근거의 위헌·위법성이다. 운전면허 취소의 근거 조항은 ‘자동차 등을 이용하여 살인 또는 강간 등 행정안전부령이 정하는 범죄행위를 한 때’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살인 또는 강간을 제외한 범죄행위의 내용과 범위를 전혀 규정하지 않아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 구체적인 위임의 범위를 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행정안전부령에 위임해 포괄위임 금지에 해당한다. 셋째, 재량권의 일탈·남용이다.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받으면 2년간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으므로 그 불이익이 매우 커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한다.
우리는 운전면허 취소 근거가 된 옛 도로교통법 조항(제93조 제1항 제11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시행규칙의 ‘교통 방해’ 부분이 위임 입법의 한계를 일탈하고 최소침해 원칙을 위배해 효력이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한편 2013년 1월, 촛불자동차연합 사건과 별개인 운전면허 취소 처분 취소 사건과 관련해 서울고등법원이 직권으로 위헌제청 결정을 했다. 내연 관계이던 여성을 차에 감금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이가 운전면허까지 취소당한 사건이었다. 헌법재판소(헌재)는 2015년 5월28일 옛 도로교통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했다. 애초 우리가 주장했던 위헌 논리와 비슷했다. 이 결정으로 지방경찰청장이 직권으로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취소해 행정소송은 사실상 종결되었다.
한편, 형사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25명 중 22명에 대해서 2009년 3월12일 기소와 동시에 벌금형에 처해달라는 구약식으로 공소를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9년 6월22일 카페지기에 대해서는 벌금 300만원을 비롯해 150만~200만원에 처하는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에 피고인들 전원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7년 5개월이나 걸린 재판
2009년 9월25일 첫 공판이 열렸다. 외국 유학이 예정되어 있던 한 피고인은 첫 재판 때 모든 증거에 대해 동의하고 변론을 마쳤다. 2010년 4월 네 번째 재판에서 피고인들이 최후진술을 마쳤다. 재판 과정에서 야간 옥외 시위에 대한 헌재 심리가 진행 중이어서 선고는 늦춰졌다. 2014년 3월27일 헌재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이미 보편화된 야간의 일상적인 생활의 범주에 속하는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시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라고 한정위헌 결정을 했다.
헌재 결정에 따라 2014년 8월 변론이 재개되었다. 피고인들은 각자 일상으로 돌아갔다가 4년 만에 다시 법정에 서게 되었다. 검사는 24시 이전의 집시법 위반 범죄사실에 대한 공소를 철회했지만, 그 이후 범죄사실은 공소를 유지했다. 법정에 다시 선 한 피고인은 '우리는 교통을 방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스러운 현장에서 경찰이 올 때까지 교통정리를 하고 봉사활동을 한 것이다. 이 일로 운전면허가 취소되어 일을 하지 못해 직장도 옮겼고 수사와 재판 때문에 받은 심적 고통도 상당한 점을 참작해주기 바란다'라고 진술했다. 2014년 11월 1심 판결이 선고되었다. 1명(동승했던 친구가 법정에 나와 증언)을 제외하고 모두 유죄였다. 약식명령과 비교하면 벌금 액수만 낮아졌다. 항소심을 거치면서 3명이 추가로 무죄선고를 받았다. 항소심 판결에 대해 상고를 했지만, 2015년 12월23일 상고 기각으로 확정되었다.
이 사건은 권력자의 뜻에 따라 수사기관이 자의적인 법집행을 하면 얼마나 개인의 법익을 침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촛불자동차연합 회원들은 촛불집회에 누가 되지 않도록 도로교통 법규를 지켰고 현장 경찰관의 통제에도 따랐다. 만일 이들의 행위가 실제 문제가 되었다면 현장에서 운전면허증 등을 요구해 신원을 확인하고 입건했을 것이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회원들은 카페지기를 제외하면 최종적으로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는데, 사건일로부터 7년 5개월이 지난 후였다. 운전면허도 취소되어 몇 달간 운전을 하지 못했고 행정소송 역시 7년이 걸렸다. ‘법원은 판결을 미뤄서 조진다’고 하는데, 재판이 계속 중인 당사자들의 무거운 마음을 법원은 이해할 수 있을까.
김선수 (변호사) / webmaster@sisain.co.kr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