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알파고 불계승] 1국 현장 해설자 김성룡 9단 "알파고, 큰 손해 보더라도 형세 유리하면 손해 감수"

강인효 기자 2016. 3. 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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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알파고의 승리가 확정되자 대국 현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사진은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즈호텔에서 열린 ‘이세돌과 알파고’의 1국 공식 해설위원을 맡은 김성룡 프로 9단(오른쪽)과 이소용 아마 6단 / 사진 류현정 기자

“알파고(AlphaGo)는 부분적으로 큰 손해를 보더라도 전체 형세가 자신에게 불리하지 않다면 그 손해를 감수합니다. 알파고는 전혀 인간 같지 않은 바둑을 둔 겁니다.”

9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 인간 대표 이세돌 9단의 첫 대국 공식 해설을 맡은 김성룡 프로 9단은 “알파고는 철저히 계산에 의해 형세 판단을 하는 바둑 스타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9단은 “알파고가 백 90수를 뒀을 때 완전히 졌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프로 바둑 기사라면 도저히 둘 수 없는 수기 때문”이라며 “이 9단이 여기서 큰 이득을 봤기 때문에 ‘이겼다’고 생각하고 방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9단은 백 90수가 알파고의 흔들기가 아니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면서 “이 9단이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를 한 번 경험했기 때문에 남은 대국에서 이런 실수가 나오더라도 이 9단이 더 냉정하게 바둑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김 9단은 알파고를 주식에서 프로그램 매매를 담당하는 컴퓨터와 비교하며 백 90수라는 엄청난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백 102수를 둔 것에 대해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손절(주가가 더 하락하기 전에 손해를 보고 파는 것)’을 한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알파고가 백 90수로 인해 좌하귀에서 발생한 큰 손해를 만회하고자 우하귀에 백 102수를 뒀다”면서 “이 9단이 이를 승부수로 생각했을 것 같다. 이 9단이 기자회견에서 알파고에 놀랐다고 말한 부분이 이 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은 너무 큰 손해를 입게 되면 손절을 못하는데, 알파고는 인간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을 정도의 손절을 감수할 수 있을 만큼 냉정하다”고 평가했다.

김 9단은 이 9단이 제한시간을 30분 가까이 남겨놓은 상황에서 패배를 인정한 것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라고 평했다. 그는 “프로 기사들의 대국의 경우 시간을 남기고 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면서 “알파고가 초읽기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지 보지도 못했는데 그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 9단은 알파고의 기력이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충격적인 부분이 알파고가 작년에 판 후이 2단과 대국할 때는 판 후이 2단 수준 만큼만 바둑을 둔 것 같다”며 “오늘 경기도 마찬가지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 수준 만큼만 바둑을 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알파고가 판 후이 2단보다 약한 사람하고 대국을 펼친다고 하더라도 2집반 정도로 이길 것 같은 느낌”이라며 “이 경우 프로 기사는 크게 승리할 수 있지만 알파고는 그럴 필요가 없다. 알파고는 누구와 두더라도 이기는 것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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