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더하기] 애플 vs 미국, '백도어' 치킨게임 속사정

허주열 기자 입력 2016. 2. 27.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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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범 수사를 위한 미국 사법부의 아이폰 백도어(암호 잠금해제 마스터키) 제작 요구를 애플이 거부하면서 불거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상급심을 통한 추가 법정공방이 예고된 가운데 양측은 우군 확보를 위한 여론전에 집중하고 있다. 사생활 보호와 국가안보라는 물러설 수 없는 가치를 놓고 기업과 정부가 벌이는 논쟁은 치킨 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팀 쿡 애플 CEO. /사진=머니투데이DB


◆‘사생활 보호 vs 국가안보’ 가치 충돌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지난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14명이 사망했다. 사건을 벌인 사예드 파룩, 타시핀 말리크 부부의 조직적·계획적 테러 유무를 수사하기 위해 FBI(미국 연방수사국)는 이들이 사용한 휴대폰(아이폰5S) 제조사 애플에 협조를 요청했다.

당초 애플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FBI 수사에 협조했다. 테러범이 애플의 클라우드 서비스 ‘아이클라우드’에 동기화해 휴대폰 자료가 백업된 시점(지난해 10월19일)까지의 자료를 정리해 수사 당국에 넘긴 것.

그러나 FBI는 이날 이후부터 테러가 발생한 12월까지의 휴대폰 사용 자료는 확인할 수 없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암호화된 아이폰5S의 강력한 보안을 뚫는 방법을 FBI는 찾아내지 못했고, 개인정보 보호를 중요시하는 애플도 이를 뚫는 프로그램은 개발하지 않았다.

이에 FBI는 미국 연방법원을 통해 애플이 암호화된 아이폰5S의 보안기능을 뚫는 백도어 프로그램을 만들어 수사에 협조하라는 명령을 받아냈다.

하지만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17일(현지 시간) ‘고객에게 드리는 메시지’를 통해 “미국 정부는 애플이 우리 고객 보안을 위협하는 전에 없는 조처를 받아들이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 명령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즉각 미국 정부와 FBI는 이번 사례에 한정해 백도어를 사용하겠다며 애플의 협조를 재차 촉구했다.

조쉬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애플에게 제품을 재설계하거나 새로운 백도어를 만들어달라고 한 적이 없다”며 “대신 총격 사건에서 발견된 범인 사예드 파룩의 아이폰을 뚫는 것만 도와달라고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도 법률전문지 로페버 기고문에서 “아이폰의 잠금해제를 요구한 건 이번 사건에 한정된 것으로 모든 아이폰 사용자의 암호화를 해제하거나 마스터키를 풀어놓기 위한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팀 쿡 CEO는 애플 전체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하나의 폰에 대해서만 백도어를 만들면 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말이 안된다”며 “디지털 세계는 물리적 세계와 달라 한번 개발된 기술은 계속해서 다른 기기에도 쓰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일은 하나의 휴대폰이나 하나의 수사보다 훨씬 더 큰 문제이며 법을 준수하는 수천만명의 데이터 안전과 모두의 시민적 자유를 위협하는 위험한 선례를 만드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애플은 정부기관의 아이폰 해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아이폰의 보안을 더 강화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는 셈이다.   

양측이 여론전을 펼치며 각자의 우군 확보에 나선 가운데 페이스북, 구글, 야후, 트위터,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애플의 편에 섰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 /사진=뉴시스

◆ 반기 높이 들수록 올라가는 애플의 가치

일각에선 애플의 반기를 놓고 사생활 보호를 위한 투사를 자처하고 나선 다른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본질적 특성상 가치나 철학을 위해서만 움직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만약 애플이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해온 그간의 경영방침에도 어긋난다. 앞서 2014년 9월 팀 쿡 CEO는 “애플은 향후 프라이버시 보호를 최고의 과제로 삼겠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IT 전문매체 와이어드는 캐서린 터커 MIT 슬론 스쿨 마케팅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이용자들은 정부가 자신들의 행동을 감시한다고 느낄 경우 디지털 기기 사용을 포기할 수도 있다”며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법적 차원의 백도어 반대 입장을 취함으로써 애플이 이득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정부가 화웨이나 LTE 같은 중국 IT기업들과의 비즈니스에 부정적인 것처럼 많은 외국 정부들은 마찬가지로 미국 기업들에 부정적”이라며 “애플이 데이터를 미국 정부에 넘길 수 없고 넘기지도 않을 것이라는 인식은 아이폰 판매량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러시아와 같은 시장에서 중요한 셀링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애플에게는 명분도 있다. 향후 2심, 대법원 등 상급심을 통한 법적공방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1심 판결에 따라 미국 사법부의 개인정보 침해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앞으로 중국, 러시아 등 다른 국가의 요청도 거부할 명분이 사라진다는 논리다. 이는 미국 정부도 원하는 일이 아니다. 

이 논리가 받아들여지기 위한 “한번 만들어진 백도어는 누구나, 어디서든, 얼마든지 계속 활용할 수 있다”는 애플의 기술적 주장을 글로벌 IT기업들이 지지하고 있다는 점도 애플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테드 올슨 애플 변호사는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백도어는 판도라의 상자”라며 “이건 프라이버시와 시민의 자유에 대한 매우 중요한 논쟁이자 수백개의 다른 법원들과 외국 정부들에게도 적용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애플과 미국의 대립은 테러방지법 제정을 둘러싼 문제로 정부·여당과 야당이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국정원에게 테러의심인사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을 허용하는 이 법은 사생활 보호와는 거리가 있다. 애플과 미국의 논쟁을 우리가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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