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TV와 경쟁하는 웹드라마..콘텐츠 시장 판도가 바뀐다

김정윤 기자 2016. 2. 2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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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방영되는 웹드라마 ‘내 손 안의 남자친구’에서 남자 주인공은 카메라 앞으로 바짝 다가와 “너, 오늘 왜이렇게 예뻐?”라고 말한다. 출퇴근 길에 스마트폰으로 이 드라마를 즐겨본다는 직장인 김영현(29·여)씨는 “마치 남자친구와 영상통화를 하는 것처럼 설렐 때가 있다”고 말했다. 작년 8월 첫 방영된 이 드라마는 작년 12월 초에 누적조회수 1200만뷰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첫 방영된 웹드라마 ‘오구실’도 한 편이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서만 8만8000여회 재생되는 등 화제를 모았다. 이 드라마 제작사인 ‘72초TV’는 ‘두여자’, 19금 드라마 ‘바나나 액츄얼리’ 등 한 편이 2분 안팎인 초미니 웹드라마를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모바일 콘텐츠 전성시대다. 웹드라마가 처음 등장한 2013년 7편이던 것이 2014년에는 30편으로 늘었고, 작년에는 67편이 제작·방송됐다. ‘도전에 반하다’, ‘우리 옆집에 EXO가 산다’, ‘당신을 주문합니다’, ‘우리 헤어졌어요’ 등 조회수 1000만을 넘어선 웹드라마도 여럿 등장했다. 웹드라마는 TV 대신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시청할 수 있는 드라마로 언제 어디서나 자투리 시간에 부담 없이 시청할 수 있도록 주로 10분 안팎의 짧은 분량으로 제작된다.

과거 TV로만 보던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이 스마트폰을 통해 손 안으로 들어오면서 웹드라마, 웹예능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2015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방송매체 중요도에서 스마트폰이 TV를 처음으로 제쳤다고 발표했다.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는 지상파나 유료방송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는 ‘제로(0)TV 가구’를 주요 타깃으로 공략하고 있다. 국내에서 여전히 TV 시청 시간이 모바일 사용 시간보다 길다. 그러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TV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2020년 전체 가구의 3.6%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제로TV 가구는 주로 1인 가구, 20대, 도시거주, 학생, 독신남성 등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대부분 웹드라마가 10~30대를 시청자를 주요 타깃으로 만들어진다. 기존 TV 드라마와 비교하면 소재나 형식이 파격적인 작품이 많다. 시청자에게 직접 대화를 하거나(내 손 안의 남자친구), 대사를 빠른 비트에 랩처럼 읊조리는(두 여자) 드라마가 눈에 띈다.

모바일 콘텐츠 제작·유통사인 네오터치포인트의 김경달 대표는 “TV와 물리적인 거리가 다른 만큼, 모바일에서는 시청자의 몰입이 중요하다”며 이용자와의 상호작용을 웹드라마 성공의 가장 핵심 요소로 꼽았다.

웹드라마 시장이 커지면서 기존 방송국들도 관련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tvN은 웹콘텐츠 전용 애플리케이션 ‘tvN go’를 내놓고 웹예능 ‘신서유기’를 제작해 재생수 5000만건을 기록했다. MBC와 SBS도 웹 전용 콘텐츠 조직을 꾸리고 있다. SBS스마트미디어사업팀 김도식 팀장은 “방송 콘텐츠를 모바일에서 보기 좋도록 꺼내는 작업이 지상파의 숙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회 수만으로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 이 때문에 제작사들은 PPL(간접광고)에 적극적이다. 콘텐츠 제작사인 ‘72초 TV’는 최근 삼성전자와 협업을 통해 광고를 만들었는데 “나는 돈이 필요했고, 이건 협찬받아 만든 광고다”는 대사가 나오는 등 노골적인 PPL로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PPL만으로는 수익성에 한계를 느낀 업체들은 해외 수출에서 활로를 찾으로 한다. 웹예능 ‘신서유기’는 중국 IT업체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서 방영 중이다. 힙합그룹 ‘몬스타엑스’가 출연한 웹드라마 ‘선생님, 좋은 밤이에요’는 1월 말 중국에 공개된지 16시간 만에 1500만 클릭수를 돌파했다.

모바일 콘텐츠 전문기업 단테미디어랩 관계자는 “중국과 미국 등 해외에서 웹드라마 판매 문의가 들어오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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