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빛과 그림자]上 20년만의 호황 '메모리'..ICT 수출 견인차

한동희 기자 2014. 9. 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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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는 20년 만의 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는 실적 부진과 구조조정의 늪에 빠져 미래가 불투명하다. 그래서 '반쪽짜리 반도체강국'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우리 반도체 산업의 불균형 문제를 진단한다. [편집자 주]

지난 23일 경기도 이천에 있는 SK하이닉스(000660)D램 반도체 공장. 천장에 설치된 라인을 따라 웨이퍼(반도체를 만드는 실리콘 원판) 이송 장치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줄지어 늘어선 하얀색 장비는 초록색(정상 작동)과 노란색(웨이퍼 이동중) 불을 깜빡거렸다.

한 달에 13만장의 웨이퍼(300㎜ 기준)를 생산할 수 있는 이 공장은 현재 가동률 100%를 기록 중이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20년 만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가 따르면 올 5월 D램 시장규모는 38억5000만달러(약 4조원)를 기록, 1995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작년 5월보다는 무려 30%가 늘어난 수치다. D램 업황의 지표는 19개월 연속 플러스를 나타내 '청신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메모리반도체의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매 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고 있다. 다음 달 발표한 올 3분기 실적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 치킨게임의 승자, 과점 시장에서 실적 대박 누려

1990년대 전 세계 D램 제조사는 26개나 됐다. 과잉투자와 대만 기업들의 참여로 메모리반도체 시황이 급격히 나빠졌고 가격 폭락 현상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1997년 NEC, 히타치, 후지쯔 등 일본 회사들이 시장에서 철수했고, 2009년 세계 금융 위기 여파로 독일 키몬다가 퇴출당했다. 급기야 일본 엘피다는 지난해 미국 마이크론의 손에 넘어가 더 이상 시장에서 이름을 찾을 수 없게 됐다. 대만 기업들은 한국과 기술력 차이를 느끼고 스스로 자멸했다.

그 결과 세계 D램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이 이끄는 3강 구도로 재편됐다. 낸드플래시 시장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도시바, 마이크론 중심의 4강 체제가 형성돼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 2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D램 시장에서 각각 39%와 28%의 점유율로 나란히 1·2위를 기록했다. 낸드플래시 시장(올 1분기 기준)에서도 삼성전자는 37.4%로 1위를, SK하이닉스는 10.6%로 4위를 달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메모리반도체 회사들은 과점 체제에서 무리한 점유율 뺏기 싸움을 지양하고 있다. 각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만큼만 생산해 공급과잉을 막고 가격하락을 방지하고 있는 것. 실제 비트그로스(bit growth·생산량 증가율)가 10%대로 유지되고 있어 올해 D램 가격은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생산량은 늘어나니 실적이 개선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D램 가격이 안정을 찾은 데는 PC 교체 수요가 안정적인데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모바일 D램 수요가 견조한 것이 한몫했다.

낸드플래시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양호한 편이다. 아이서플라이는 올해 글로벌 SSD 시장 규모가 119억8300만달러로 지난해 91억1900만달러에서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 韓 제조사 실적 기대감…ICT 수출 견인차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고스란히 입고 있는 기업들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 2012년만 해도 적자를 냈지만, 올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조3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국내 증권사 보고서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신기술인 20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모바일 D램 시장에서 차별화에 성공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예상보다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실적이 기대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메모리반도체는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8월 ICT 수출에서 메모리반도체는 30억7000만달러의 수출액을 기록, 작년 8월 대비 34.5%나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휴대폰(20억8000만달러)보다 10억달러나 수출을 더 많이 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를 넘어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확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안에 공장을 짓고 10나노급 낸드플래시를 생산한다. SK하이닉스는 우시 공장에서 D램 생산의 50%를 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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