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014]⑤ 삼성이 소프트웨어서 고전하는 이유

장우정 기자 2014. 8. 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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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필적할 만한 운영체제(OS)를 키우지 못하는 데는 역시 소프트웨어 경쟁력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삼성전자의 인력과 기술 모두 하드웨어와 제조업에 집중돼 있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만드는 데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외부 피를 수혈하는 데 적극적인 것도 아니다.

2013년 기준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인력은 국내·외를 합쳐 총 4만506명이다. 2011년(2만7889명), 2012년(3만3449명)을 거치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킬러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 개발을 진두지휘할 강력한 리더십은 여전히 부재하다.

삼성전자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프트웨어 전문가는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부서가 의사결정을 주도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담당자가 입김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주도적으로 만들고 있는 타이젠 운영체제(OS)의 기술 개발을 맡는 소프트웨어센터의 경우 2011년 12월 개소한 이래 센터장 자리가 계속 공석이다. 최종덕 소프트웨어센터 부센터장(부사장)이 조직을 끌고 있다.

한 소프트웨어 전문가는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키우기 위해 최 부사장보다 더 상징적이고 파급력 있는 거물급을 센터장으로 영입하려고 하고 있으나, 삼성의 경직된 조직문화와 업무 강도를 감당할 외국인 후보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인수하면서 안드로이드 창업자인 앤디 루빈을 외부에서 데려왔고, 내부적으로는 크롬 OS를 만든 선다 피차이 수석부사장에게 권한을 확실하게 줬다. 구글은 삼성과 마찬가지로 OS가 없었지만 이런 리더십을 통해 '안드로이드'와 '크롬'이라는 양대 OS를 쥐고 있을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기업 인수보다는 자체적으로 만들어 공급하는 전략을 선호해 왔다. 2004년 모바일 OS인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앤디 루빈이 안드로이드를 팔기 위해 삼성전자를 찾았던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루빈이 안드로이드에 대해 프리젠테이션 했지만 임원들은 이를 거절했다. 삼성전자가 OS를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해서였다.

이듬해인 2005년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5000만달러(약 515억원)에 사들였다. 안드로이드는 현재 모바일 OS 시장에서 점유율 80%를 웃돌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수합병(M&A)에 대해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는 90년대 중반 당시 회생불가능 판정을 받았던 미국 PC 제조업체 AST리서치를 인수하기 위해 2년간 5억4700만달러(약 5634억원)를 쏟아부었고, 99년 1월 결국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경영권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 대표는 "삼성전자는 손실 여파가 계속되면서 딜에 관계됐던 임원들이 줄줄이 옷벗는 등 충격파가 있었고 이후 M&A에 신중하게 접근하게 됐다"며 "최근 M&A 현황을 보더라도 작은 업체를 인수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0년 이후 삼성전자의 M&A 건수는 12건(지분 투자 제외)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구글이 96건의 M&A를 단행한 것과 비교하면 8분의 1 수준이다. 페이스북과 애플도 각각 43개, 28개 업체를 각각 인수했다.

손영수 NHN넥스트 교수는 "서비스 기업을 인수하면, 해당 기업의 좋은 인력과 경험도 함께 가져올 수 있는 것인데 동일한 서비스를 만들어 경쟁하려고 하는 것은 시간이나 비용이 더 나갈뿐 아니라 시행착오만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만으로 롱런하기 어렵다. 삼성전자 실적 추이를 봐도 그렇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7조19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직전 분기보다 15%,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각각 줄어든 것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3분기에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뒤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의 70%를 스마트폰 사업에서 올리고 있다.

스마트폰 기술이 평준화되면서 업체간 경쟁 축은 '기술'에서 '가격'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비슷한 기술의 스마트폰을 절반 가격에 내놓고 있는 중국 화웨이나 샤오미 같은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에 밀릴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제품당 이익률은 20%에 달하는데 가격을 낮출 경우 수익성도 떨어지게 된다.

심호성 한국공개소프트웨어협회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단순히 OS로 보는 게 아니라 백색가전을 아우를 수 있는 플랫폼으로써 보고 있다"며 "플랫폼은 만들기는 어려워도 한 번 만들면 잘 무너지지 않는 만큼 의지를 가지고 주도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임베디드SW플랫폼 연구실 실장도 "타이젠 같은 소프트웨어는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매우 중요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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