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밀리는 네이버·다음.."동영상 서비스 접어야 하나요"

입력 2014. 7. 29. 20:00 수정 2014. 7. 3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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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제 쏙] 네이버·다음 '동영상 서비스' 푸념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네이버 등이 케이티(KT)·에스케이브로드밴드(SKB)·엘지유플러스(LGU+) 등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들의 차별 대우 탓에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서 발을 뺄 수밖에 없는 지경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속사정을 들어봤다.

구글 유튜브의 동영상 서비스는 고화질(1440P·세로 화소 수)이다. 이에 비해 다음·네이버의 동영상 서비스 화질은 720p 수준이다. 게다가 구글은 최근 2160p 업로드를 지원하는 등 유튜브의 화질을 계속 높이려고 시도하는데 비해, 다음·네이버는 화질을 올릴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이 때문에 유튜브의 동영상 서비스 시장 점유율은 빠르게 높아지고, 동영상 광고 시장의 유튜브 비중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다음과 네이버 쪽은 "이대로라면 동영상 서비스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무슨 사연일까?

 이들은 '돈' 때문이지만, '차별' 탓도 크다고 주장한다. 국내 누리꾼들은 유튜브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할 때 케이티(KT)·에스케이브로드밴드(SKB)·엘지유플러스(LGU+) 같은 인터넷서비스 제공자(ISP·이하 통신사)의 네트워크를 경유한다. 다음·네이버의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통신사들은 다음과 네이버한테 해마다 150억~300억원 가량의 '인터넷 트래픽 사용료'를 받는다.

 인터넷 트래픽 사용료는 트래픽(데이터) 양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다음과 네이버가 동영상 서비스 화질을 높이면 트래픽 양이 증가해 통신사한테 주는 사용료도 늘어난다. 다음과 네이버 쪽은 "단순 계산해, 동영상 서비스 화질을 720p에서 1440p로 높이면 트래픽 사용료도 2배로 뛴다"고 설명했다. 이런 트래픽 사용료 증가 부담 때문에 화질을 높일 엄두조차 못내고 있단다.

 통신사들이 구글 유튜브한테는 이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구글은 트래픽 사용료 부담 걱정 없이 화질을 맘껏 높일 수 있다. 화질은 동영상 서비스 경쟁력의 핵심이다. 전송 화질을 높이면 이용자들이 몰려들고, 덩달아 광고 수입이 증가한다. 다음 관계자는 "동영상 서비스 이용 및 관련 광고 시장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대로라면 구글이 유튜브를 통해 시장을 싹쓸이할 것"이라고 푸념했다.

 국내 통신사들은 왜 유튜브와 국내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을 차별하는 것일까? 한 통신사 임원은 "(구글에 대해서는) 트래픽 사용료를 안받는다고 하는 것보다, 청구할 처지가 못된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고 말했다. 구글의 '배려'로 국제 인터넷 회선 구축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는데, 어찌 트래픽 사용료를 물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괜히 트래픽 사용료를 달라고 했다가, 구글이 '그럼 한국에 있는 캐시서버를 없앨테니, 예전처럼 홍콩 통신사에 설치한 서버에서 콘텐츠를 받아가라'고 하면 낭패라는 것이다.

유튜브 1440p로 고화질 경쟁 선도국내 포털, 절반인 720p 머물러화질 높이면 트래픽 사용료 '껑충'유튜브 서비스·광고 독점 심해져"유튜브에만 사용료 면제 차별"포털, 정부·국회 등에 건의키로"같은 대접 불가" 통신사들 완강포문 연 '차별' 공방 본격화할듯

 캐시서버란 이용자들이 많이 보는 콘텐츠를 미리 끌어다놓고, 이후부터는 이곳에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구글은 미국 곳곳과 세계 주요 지역마다 '캐시서버'(피어링 서버)를 설치하고, 콘텐츠를 미리 그 곳에 가져다 놓는 방식으로 유튜브 동영상 서비스 속도를 높여왔다. 각 서버별 커버 지역이 좁아져 통신망 경유 길이가 줄어드는만큼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지난해까지는 유튜브 캐시서버가 설치되지 않아, 홍콩과 일본 통신사 네트워크에 붙어있는 서버에서 콘텐츠를 제공받았다. 그런데 국내에서 유튜브가 인기를 끌면서 문제가 생겼다. 우리나라와 홍콩·일본 사이의 국제 인터넷 회선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국내 통신사들이 부담해야 한다. 이에 국내 통신사들이 머리를 싸매왔는데, 에스케이브로드밴드가 먼저 '캐시서버'를 유치해 이를 해결했다. 뒤이어 엘지유플러스가 캐시서버를 설치했고, 케이티는 구글 쪽과 벌인 협상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해 통신망 구조를 효율화하는 방법으로 유튜브 이용 속도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드러내놓고 말 못하는 속사정도 있다. 한 통신사 임원은 "세계 어느 통신사한테나 유튜브 동영상 서비스는 없어서는 안되는 상품이다. 유튜브 동영상 서비스가 안되거나 이용 속도가 느리면, 가입자들이 불만을 제기한다. 예를 들어, 국내 통신사 가운데 어느 곳이 특별히 유튜브 동영상 서비스 접속이 잘 안되거나 이용 속도가 느리면, 가입자들이 다른 업체로 옮겨간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국내 동영상 서비스는 이런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 이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달 유튜브 창업자 스티브 첸이 처가집 방문차 우리나라에 왔다가 잠시 짬을 내 벤처기업 창업자들을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유튜브를 너무 빨리 판 것 아니냐? 야후도 인수 제안을 했는데, 왜 구글한테 넘겼느냐?'는 질문을 받고, "당시 유튜브는 내 신용카드를 긁어 유지하는 처지였다. 구글의 넘쳐나는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자원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유튜브가 인터넷서비스사업자 지위를 가진 구글에 인수되지 못했다면, 다음과 네이버처럼 트래픽 사용료 부담 때문에 서비스 질 개선도 못하고 허덕거렸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구글이 인터넷서비스사업자 지위를 확보하고, 유튜브를 인수한 게 '신의 한 수'에 버금가는 탁월한 전략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 덕에 전세계 인터넷서비스사업자들 위에 군림하며 서비스 및 콘텐츠 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계속 키울 수 있게 됐다.

 지금 구도대로라면, 우리나라의 다음과 네이버를 포함해 유튜브와 경쟁관계에 있는 전세계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들은 인터넷서비스사업자한테 줘야 하는 인터넷 트래픽 사용료 부담 때문에 고사하거나 군소 사업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구글 쪽에서 보면, 유튜브로 세계 동영상 서비스 시장을 장악하고, 관련 광고시장까지 싹쓸이하는 셈이다. 나아가 새 인터넷 서비스 및 콘텐츠 시장에서도 우월적인 지위에 서게 된다.

 구글의 위세는 이미 시작됐다. 구글은 최근 전세계 주요 사업자들의 네트워크 품질을 평가해 공개했다. 유튜브 동영상 서비스 속도를 평가 기준으로 삼은 게 주목된다. 자사의 동영상 서비스를 얼마나 잘 이용할 수 있느냐로 전세계 주요 인터넷서비스사업자의 네트워크 품질을 평가한 것이다. 전세계 인터넷서비스사업자 쪽에서 보면, 네트워크 고도화 일정을 짤 때 구글의 화질 개선 전략을 외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반대로 다음과 네이버 등 국내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의 처지는 인터넷 트래픽 사용료 부담 때문에 갈수록 곤궁해지고 있다. 지난 6월18일 새벽에 열린 우리나라와 러시아 경기 후반 20분쯤 '다음'의 월드컵 중계 서비스가 장애를 일으켰다. 준비된 인터넷 회선에 비해 이용자가 너무 몰린 탓이다. 이들이 네이버로 몰리면서 네이버 중계 서비스도 삐걱대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국내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은 인터넷 트래픽 사용료 부담 때문에 화질 개선을 못하고, 그 결과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광고 수입이 줄면서 서비스 개선에 나서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다음과 네이버 쪽은 "분명한 차별이다. 지금 상태로 두면 구글 서비스와 경쟁관계에 있는 토종 콘텐츠는 모두 고사하고, 박근혜 정부가 앞세워는 창조경제도 물건너간다. 인터넷서비스사업자들이 유튜브한테도 트래픽 양에 맞춰 사용료를 청구하거나 국내 업체들한테 받던 것을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런 실상을 알리고 개선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곧 청와대, 미래창조과학부, 공정거래위원회, 국회 등에 낼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 통신사들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못박는다. 한 업체 임원은 "서비스 및 콘텐츠의 가치가 인터넷서비스사업자 간의 서열까지 좌우하는 세상이다. 네이버와 다음이 동영상 서비스를 미국이나 일본으로 가져가서 한다고 해도, 지금 상태로는 유튜브와 같은 대접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과 네이버 등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까지 거론하고 나오자, 국내 통신사들은 "우리나라만 보면 유튜브가 인터넷서비스사업자한테 인터넷 트래픽 사용료를 안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구글에 낸다. 다만, 유튜브가 구글 거니까 표시가 안나는 것일 뿐"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엘지유플러스의 한 임원은 "구글은 우리나라로 치면 케이티 수준의 인터넷서비스사업자 지위를 갖고 있고,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인터넷서비스사업자끼리는 트래픽 사용료를 정산하지 않는다. 따라서 표시는 안 나지만, 분명히 유튜브는 인터넷서비스사업자(구글)한테 인터넷 트래픽 사용료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 쪽은 이런 논란에 대해 "(비용 지불 관련 부분은) 외부에 밝히거나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막 뚜껑을 연 국내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와 통신사들간 '차별' 공방이 본격화할 것같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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