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앤 뷰] 한국에서 알리바바가 나올 수 없는 이유

박민주기자 2014. 6. 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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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클릭 결제시스템 구축 안되고.. 고객 정보 보관도 못해각종 제도에 막힌 IT기업, 금융업 진출 원천적 불가능주목받는 카카오 소액결제도 기존 '뱅크월렛' SNS 연동 수준글로벌 IT사 시장 독점 시간문제

#. 결혼을 앞두고 목돈이 필요했던 직장인 지은 씨는 모바일 메신저의 금융 서비스를 통해 대출상담을 진행했다. 신혼집에 들어갈 가구나 전자제품의 결제도 별도의 은행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지 않고, 메신저와 연동된 원클릭 서비스로 처리했다. 만기 된 펀드 상품의 재가입도 마찬가지다. 이는 조만간 펼쳐질 모바일 금융 서비스의 청사진이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기존 산업의 벽을 허물고 모바일 결제 등 금융 서비스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부터 미국의 '구글', '페이스북' 등은 벌써부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현금 송금과 인출은 물론 대출, 펀드, 보험상품 판매까지 기존의 금융 서비스를 대체할 새로운 형태의 금융 플레이어로 나설 전망이다.

반면 국내 IT 기업들은 각종 제도에 묶여 눈 앞에 놓인 새로운 먹거리를 놓칠 상황에 처해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 예로 국내 IT 기업들은 제도적으로 금융업 진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반면 외국 IT 기업들은 규제 없이 진출할 수 있다 보니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IT 금융진출, 은행·카드와 손 잡아야 =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IT업체들은 각종 제도에 발목이 잡혀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6년 만들어진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비 금융회사가 금융업자로 활동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두고 있으나 사실상 IT 기업이 금융업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여신전문금융업법은 국내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하려면 신용카드 사업자의 허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 해석을 근거로 IT 기업들의 앱 마켓을 신용카드 사의 가맹점으로 취급, 신용카드의 정보를 보관할 수 없게 지침을 내리고 있다. 한마디로 금융기관의 지위를 부여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IT 기업들은 모바일 금융 서비스 시징에 진출하려면 은행 및 카드사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 감독 당국은 신용카드 번호 등의 입력을 통해 본인 확인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글로벌 IT 기업처럼 원클릭 결제 시스템을 갖추기가 어렵다. 이는 공인인증서가 폐지 되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조사, 통신사들이 내놓은 기존의 전자지갑 서비스들은 은행과 카드사의 서비스를 단순히 스마트폰에 옮기는 데 그치고 있다. 주목을 받고 있는 카카오 소액결제 시스템도 금융결제원이 내놓은 기존의 '뱅크월렛' 서비스를 카카오톡 소셜 시스템에 연동하는 수준이다. 한마디로 자체 결제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고, 고객 정보도 보관하지 못하는 등 외국 IT 기업의 모바일 금융 서비스 보다 수준이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글로벌 IT 업체들은 이 같은 국내 규제를 피할 수 있어 자체 결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용자들의 신용카드 정보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인터넷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과 다른 각종 제도로 인해 토종 인터넷 업체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 산업의 특성상 글로벌 IT 기업에 내준 시장을 되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우려했다.

◇ IT 공룡들 금융업 진출 가속화

= 세계 IT 공룡들이 모바일 금융 서비스 시장 공략에 나서는 이유는 한국과 같은 제도적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중국의 '알리바바'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금융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체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에 은행계좌, 신용카드 정보만 입력하면 송금, 결제뿐만 아니라 대출, 펀드 상품 가입까지 스마트폰 하나로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산업 간의 벽은 물론 국경의 벽까지 초월한 IT 업체들은 국내 시장 잠식도 노리고 있다.

알리바바는 최근 국내 롯데면세점과 손잡고 중국인을 대상으로 바코드 결제를 통한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텐센트도 지난 4월 국내 PG사 '다날'과 제휴했으며, 대표적인 모바일 결제 서비스 '페이팔'도 본격적인 국내 진출에 앞서 지난해 하나은행과 제휴해 국내 거주자의 실시간 소액 해외송금 서비스인 '하나 글로벌 페이' 서비스를 시작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공인인증서가 폐지되면 이를 대체하기 위해 전자결제 시스템 시장이 새롭게 열릴 것"이라며 "이미 외국 IT 기업들은 자국 법규에 의해 금융업 진출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자체 결제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오히려 (공인인증서 폐지가) 외국 IT 기업에 날개를 달아주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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