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도 중독물' 규정 법추진..개발자 "우리가 마약상이냐"

2013. 11. 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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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새누리 '중독법' 추진에 게임업계 부글

게임·마약·술·도박 '중독물질' 규정정부에서 강제 관리하는 내용 담아업계 "과학적 근거도 없이 정해" 반발셧다운제 등 잇단 규제 반감도 한몫온라인 반대서명 일주일만에 10만명

게임업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새누리당이 입법을 추진중인 '중독법'(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때문이다. 중독법은 알코올·마약·도박과 함께 게임을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하고, 국가중독관리위원회를 신설해 이를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 4월 신의진 의원이 대표발의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중인데, 최근 들어 입법 추진에 탄력이 붙고 있다.

첫 테이프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끊었다. 황 대표는 지난달 7일 국회 본회의 연설에서 "알코올, 마약, 도박, 게임 중독에서 괴로워하고 몸부림치는 개인과 가정의 고통을 이해하고 치유하면서 이 사회를 악에서 구해야 한다"며 "4대 중독에서 자유로운 청정사회를 이루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게임을 모방한 '묻지마 살인'과 존속(어머니) 살인 사건을 언급하며 "게임중독의 비극"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졸지에 마약업자와 같은 반열에 서게 됐다'며 반발했다. 문화연대는 "중독 성향이 있다고 할 수는 있어도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할 과학적 근거는 없고, 세계 어느 나라도 중독물질로 규정하지 않는다"며 반대 성명을 냈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도 "중독법은 대한민국의 게임산업에 대한 사망선고이자, 구한 말 쇄국정책의 2013년 버전"이라고 반발했다. 협회는 지난달 28일 중독법 반대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했고, 일주일 만에 10만여명이 동참했다.

지난달 31일 국회에서는 신 의원 주관으로 중독법 공청회가 열려, 양쪽 진영이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황 대표와 신 의원은 물론, 윤명숙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방수영 강남을지병원 정신과 교수 등 발제자·토론자 대부분이 게임의 폐해를 강조했다. 김민선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국장은 "아스피린은 약이지만, 2살 영아에게 사용하면 독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라며 중독법 통과를 촉구했다. 황 대표는 "술 중독에 대해 대책을 세운다고 주류 업계가 반발하거나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는다"며 게임업계를 겨냥했다.

반면에 남경필 의원(새누리당)은 "중독 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게임을 마약·알코올·도박 같은 중독물질과 같은 반열에 놓아서는 안 된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게임중독 폐해가 있다고 마약중독 등과 함께 묶어 정부가 강제 관리하는 것은 '오버'란 얘기였다. '중독법은 중독 관리에 관한 법률일 뿐 규제하자는 게 아니다'는 찬성 쪽 주장에 대해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실질적 규제를 파생할 수 있다"며 반대 뜻을 명확히 했다.

일부 방청객들은 중독법 찬성론자들이 '인터넷 중독 자료를 놓고 게임중독 문제를 얘기한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결국 게임중독의 폐해에는 공감하지만, 중독법을 통해 개선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이견을 확인하며 이날 자리는 정리됐다.

중독법에 대한 업계 반발의 바탕에는 셧다운제(밤 12시~아침 6시 게임 금지)와 실명제 등 최근 몇년 새 강화된 게임규제에 대한 반감도 있어 보인다. 각종 규제에 이어, 중독물질이라는 낙인을 찍어 게임을 고사시키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최근 몇년 새 부작용에만 주목해 강력한 게임 규제책만 남발해온 정부가 분란의 씨앗을 뿌린 셈이다. 시장규모 10조원, 종사자 10만명에 이르는 게임은 문화·산업적으로 다양한 측면이 있는데, 말로는 '창조경제 킬러 콘텐츠'라고 하지만 실제 정부가 한 일은 유례가 없다시피 한 규제밖에 없지 않으냐는 것이다.

한 누리꾼(아이디 go9ma)은 "섣불리 법을 만들면 국내 게임산업만 위축시킬 수 있다. 청소년 게임중독도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그런 문제가 있는 다른 나라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데 우리만 게임을 악으로 보고 차단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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