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란 무엇인가?

실리콘밸리 2013. 10.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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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66> 한국인 최초 구글러 이준영씨, "구글은 전쟁터"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유병률특파원][[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 66 > 한국인 최초 구글러 이준영씨, "구글은 전쟁터"]

2003년 토종한국인으로 처음으로 구글 본사에 입사한 이준영 검색팀 테크니컬리더 매니저. /마운틴뷰=유병률기자

한국출신으로 구글 미국본사에서 일한 지 만 10년이 된 구글 토박이, 이준영(43) 구글 검색팀 테크니컬리더 매니저.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공부해서 구글 본사에 입사한 최초의 한국인이다. 그를 만난 것은 '구글은 인재를 어떻게 키우는지' 궁금해서였다. 그런데 그는 인터뷰 내내 '경쟁'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전쟁터 같은 경쟁이 구글 경쟁력의 원천"이라는데, 그가 말하는 구글에서의 경쟁이란 어떤 것일까?

상대가 아니라 나를 향해 총을 겨누는 전쟁터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캠퍼스 한 중간에 앉아 빙 둘러보면, 모든 것이 한가롭다. 따사로운 햇빛아래에서 유기농 음식을 먹고, 배구를 하고, 수영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세상 어떤 곳보다 시계가 천천히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전쟁터라니. 구글 캠퍼스의 풍경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믿지 못할 이야기이다.

구글 본사의 점심시간. /마운틴뷰=유병률기자

점심시간을 이용해 배구를 하고 있는 구글 직원들. /마운틴뷰=유병률기자

"주위를 한번 둘러보세요. 참 한가롭죠? 정해진 근무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지요. 그런데 실제로는 전쟁터에요. 총만 안 들었지 매일매일 매순간 전쟁입니다. 그것도 하루 8시간이 아니라 24시간 전쟁이에요. 나 말고는 모두 나의 적이지요."

하긴 오죽이나 경쟁이 심할까. 처음부터 날고 기는 인재들만 뽑는다. 스탠포드, 버클리 출신이 많고, MIT 박사도 어깨 힘주고 들어왔다가 한 달만 지나면 기죽어 지낸다는 곳.

그렇다면 어떻게 살까. 매순간 전쟁이 계속된다면 말이다. 그러나 구글에서 일해 보면 알게 된다고 한다. 이 전쟁터에서 적은 상대가 아니라 결국 나 자신이라는 것. 자신과의 싸움이 계속 된다는 것. 그래서 몇 년만 지나면 자신의 능력이 몇 배로 성장한다고 한다.

"이 곳에서는 360도 성과 평가를 하지요. 전후좌우 바로 옆에서 평가를 합니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동료들이 적나라하게 리포트를 하고, 내가 그걸 다 받아 보게 됩니다. 이게 왜 무서운가하면, 상사 눈을 속일 수는 있어도, 동료들 눈은 속일 수가 없거든요. 발가벗겨지는 느낌이에요. 그러니 알아서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는 거예요. 발전하지 않으면 1년만 지나도 바닥에 내려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니까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역할이 주어지지 않지요."

어떻게 그렇게 냉정하게 동료들을 평가할 수 있을까. 냉정한 평가를 해대다가 동료와 원수지간이 되지 않겠는가. 한국적 정서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름다운 경쟁이라는 것은 이런 것

"평가 시스템을 몇 번 겪어보면, 부담 없이 상대를 칼 같이 평가하게 됩니다. 철저하고 냉정하게 평가해주는 것이 결국 그를 돕는 것이고, 나도 사는 길입니다. 누가 나 자신에 대해 나 이상으로 꿰뚫고 평가해주면 그것이 나를 발전시키는 자양분이 되는 것이지요."

피도 눈물도 없는 모진 조직문화 아닌가. 좋아도 싫어도 다 표시 못 내고, 속으로만 생각하는 우리의 조직 문화와는 너무나 다르다.

"모든 동료들이 나의 적입니다. 한 팀원이 '당신은 A, D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B, C는 잘 하는데', 라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칩시다. 그런 의견이 여러 사람에게서 나오면 객관적인 자료가 됩니다. 그렇다면 나는 극복을 해야 합니다. 나 자신도 내 능력의 문제점을 선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이지요."

구글 직원들이 회의하는 모습. /마운틴뷰=유병률기자

그렇다면 이런 동료들과 일하면, 사방이 적군이라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구글러로서 최대의 보람도, 만족감도 바로 그 적군에서 나온다고 한다.

"구글에서 느끼는 최대의 만족감은 동료들로부터 칭찬 받을 때입니다. 좋은 평가를 동료들이 줄 때 가장 짜릿하죠. 상사의 칭찬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나의 모든 것을 너무나 잘 아는 동료들이 나를 칭찬해준다는 것, 또 나의 발전을 인정해준다는 것이 구글에서의 삶을 지탱해주는 영양제인 것이죠."

구글의 경쟁에는 상호 존중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저 자식은 못해. 그런 감정이 없어요. 인턴이라고 해도 존중을 하면서 비평을 하지요. 그래서 상호 평가 자체를 존중하게 됩니다. 그 대신 상사가 뭐라고 해도, 그게 아니다 싶으면 받아들이지 않아요. 데이터로 말하니까 상사도 인정할 수밖에 없고, 상사도 후배 직원들에게 배우는 마인드가 되어있어요. 아래에서 윗사람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아랫사람과 윗사람은 서로 롤이 다를 뿐이라고 여기는 겁니다. 윗사람 아랫사람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역할이 다를 뿐이죠."

눈치보지 않는 경쟁 속에서 진정한 협업이 이루어진다

구글은 협업을 하늘처럼 떠받드는데, 동료들이 이처럼 끊임없이 경쟁을 하면 어떻게 협업이 이루어지는가.

"여기서 경쟁이라는 것은 서로 밟고 억누르는, 그런 경쟁이 아닙니다. 순수하게 나의 능력을 키우는 것을 말하죠. 경쟁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아질 수 있는, 내가 나의 단점을 극복하고 발전해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10명이 함께 일할 때, 그 중에 특출 나게 리더십을 보이는 친구가 있다면, 동료들로부터 피드백을 잘 받을 것이고, 그는 리더의 역할을 맡게 됩니다. 그가 리더가 되었을 때 동료들은 아무도 반감을 가질 수 없지요. 설령 더 늦게 들어왔고, 더 어려도 말이죠. 왜냐하면 자기들이 그를 그렇게 리더로 만든 것이니까요. 매일매일 매 프로젝트가 그렇게 서로에 대한 피드백에 의해 진행됩니다. 그러니 합리적인 협업이 가능하지요."

그래서 구글의 승진에는 시기와 질투가 없다고 한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결과니까 당연하다. 동료들한테 받은 피드백이 쌓여 자격이 인정되고 승진한 것이니, 그 동료들이 그 결과를 당연시하게 되고 진심으로 축하한다.

팀원들은 서로의 개인 상황을 최대한 이해하고 배려한다. 결혼한 사람들의 가정사를 이해한다.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데려 가야할 때, 아이 학교에 상담하러 가야할 때 언제든지 회사차를 이용해 다녀올 수 있다. 이런 문제로 서로 눈치 보는 일이 없다. 그 대신 불필요한 로스타임이 없다. 회사 식당에서 샌드위치를 싸들고 회의실에 들어가 회의하는 분위기에 익숙하다. 차에서든 집에서든 일에 대한 생각은 계속 진행된다. 모두가 일에 미쳐 있고 빠져있기 때문이다.

유기농 음식으로 가득한 구글 구내식당. /마운틴뷰=유병률기자

업무시간 중에 숙면을 취하고 있는 구글 직원. /마운틴뷰=유병률기자

몇 명만 모이면 상사 '뒷담화'를 하고, 그 다음엔 회사 흉이 안주가 되는 우리 조직문화와는 많이 다르다. 그러니, 경쟁의 본질부터 다시 설정해서, 제대로 된 경쟁을 하게 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한다. 시계는 세상 어느 곳보다 빠르게 돌아가는데, 알고 보면 십년 전 이십 년 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는 조직분위기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으로 이미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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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유병률특파원 b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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