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글라스, 의학계 혁명을 예고하다
지난 8월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병원에서 정형외과 의사인 크리스토퍼 케딩 박사가 십자인대 수술을 집도했다. 수술 장면은 다른 곳에 있는 의료진과 의대생들에게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수술실에는 비디오 카메라 하나 없었다. 모든 영상은 케딩 박사가 쓰고 나온 스마트 안경 구글 글라스(Goolgle Glass)에서 나왔다. 구글 글라스의 실시간 수술 중계는 의학 교육을 바꾸고 있다. 환자를 위한 구글 글라스 앱(App·응용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당뇨병 환자는 눈앞에 보이는 음식이 혈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구글 글라스에 바로 물어볼 수 있다. 이런 효과 때문에 의료계가 구글 글라스의 열광적인 지지자로 나섰다. 구글 글라스판 의학 혁명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수술실 안과 밖을 연결하다
구글 글라스는 몸에 휴대하는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의 하나다. 사용자는 안경의 스크린을 통해 동영상을 촬영하고 정보를 검색하며 영상통화를 할 수 있다. 모든 기능은 음성으로 조작할 수 있다.
케딩 박사는 환자의 동의를 얻어 구글 글라스로 수술 전 과정을 촬영했다. 구글 글라스는 촬영 영상을 구글의 영상 회의 서비스인 '행아웃(Hangouts)'에 전송했다. 케딩 박사는 구글 글라스를 통해 행아웃에 접속한 동료 의사의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가장 큰 혜택을 본 쪽은 의대생들이었다. 아무리 컴퓨터 수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발달했다 하더라도 수술을 직접 보는 것만큼 좋은 교육은 없다. 특히 구글 글라스의 수술 영상은 집도의의 시각에서 수술 장면을 볼 수 있어 좁은 수술실에서 수술진의 어깨너머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학습 효과가 있다. 의대 커리큘럼도 바뀔 수 있다. 오하이오 주립대 병원은 "해부학 수업도 구글 글라스가 촬영한 실제 수술 장면을 보며 하면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술실을 나와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의사는 늘 컴퓨터에 진료기록을 입력하고 열람한다. 구글 글라스가 병원에 도입되면 의사가 이동 중에도 컴퓨터에 접속할 수 있다. 또 환자와 영상을 통해 더 자주 만날 수도 있다. 병실에서 바로 눈앞에 X선 촬영 사진을 띄워 볼 수도 있다. 구글 글라스 활용 앱 개발사인 오그메딕스(Augmedix)의 이안 샤킬 대표는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구글 글라스가 의사의 컴퓨터 작업 시간을 25%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성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미국 지디넷은 필립스, 액센츄어가 의료용 구글 글라스 소프트웨어 시제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필립스, 액센츄어는 정보 전송 기능의 필립스인텔리뷰 소프트웨어를 구글 글라스에 적용했다. 인텔리뷰는 구글 글라스에 환자의 생체 신호를 전송한다. 의사는 구글 글라스를 이용해 수술 중에도 환자의 정보를 볼 수 있다.
◇혈당 관리에도 적용 가능
환자도 구글 글라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조지아 공대 수바라이 파이 교수팀은 구글 글라스로 당뇨병 환자에게 언제 어디서나 건강 정보를 주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혈당 측정 장비와 연동하면 자신의 혈당 수치가 눈앞에 뜨는 식이다. 식당에서는 당뇨병에 좋은 음식을 바로 검색할 수 있다. 구글 글라스의 영상 인식 기술이 발전하면 오늘 시킨 메뉴가 혈당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려줄 수도 있다.
조지아공대 다른 연구진은 사지 마비 환자를 위한 구글 글라스 활용 기술을 만들고 있다. 컴퓨터에 문자나 이메일이 오면 구글 글라스가 광대뼈를 울리는 신호음을 낸다. 환자는 머리를 살짝 기울이거나 윙크를 해서 구글 글라스에 문자나 이메일을 띄운다. 말로 답을 하면 구글 글라스의 음성인식시스템을 통해 바로 문서로 작성돼 전송된다.
구글 글라스는 지난해 구글 개발자 대회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일상생활을 바꿀 혁신적인 제품'이라는 찬사와, '사생활을 침해하는 파파라치 기기'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구글은 아직 정식 출시 시점을 밝히지 않았지만 병원의 진료 시스템에는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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