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우리나라 우주개발 도약 위한 진단과 해법

2012. 10. 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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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 나로호가 발사된다. 이번이 세 번째다. 우주개발 강국으로 가는 길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나로호는 여실히 보여줬다. 1·2차 발사 실패를 놓고 논란도 많았다. 러시아가 만든 발사체 1단과 우리나라가 만든 2단을 함께 테스트하는 과정이 미비했다거나 러시아가 모든 개발을 주도하고 우린 들러리였다는 등의 다양한 의견이 각계에서 개진됐다. 모두가 나로호 발사 성공을 간절히 바라는 소망에서 비롯됐다.

위성 부문에서는 상당한 성과도 올렸다. 지난 1992년 우리별 1호 발사를 시작으로 1999년 다목적 실용위성 1호, 2006년 다목적실용위성 2호와 민군 겸용 무궁화 5호 위성, 2010년 통신해양기상위성(천리안 위성), 지난 5월 아리랑 위성 3호까지 모두 성공했다.

이에 전자신문은 통신위성·우주산업연구회와 공동으로 나로호 3차 발사를 앞둔 가운데 우리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전문가를 초청해 듣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가나다순)

김두한 아주대 교수

류장수 AP우주항공 회장

은종원 통신위성·우주산업연구회장(남서울대 교수)

정선종 전 ETRI 원장

조황희 STEPI 부원장

※사회 : 박희범 전자신문 전국취재팀장

-사회(박희범 전자신문 전국취재팀장)=우리나라가 나름 우주개발에 대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각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 우주기술 경쟁력을 어떻게 보고 있나.

◇정선종(전 ETRI 원장)=우리나라 우주기술 경쟁력은 부문별로 나눠 볼 수 있다. 발사체, 위성체, 탑재체 등 우주부문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1988년부터 기술을 개발해 왔다. 지구국, 관제설비 등 지상부문과 탑재체 기술 축적은 1989년부터 무궁화 위성을 통해 ETRI가 맡았다. 23년이 지난 오늘날 추진 시스템, 이른바 발사체 기술을 제외하고는 선진국과 겨룰 만큼 기술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

지상부문이 가장 경쟁력이 좋다. 다음이 위성체 조립일 것이다.

추진시스템 기술은 수톤의 위성체를 나르는 부스터부터 큐리오시티 같은 미세 제어하는 제트건까지 있으나, SW에 의한 제어기술을 빼면 기본적으로 교과서 적인 묵은 기술이다. 우리나라가 이 부문에 기술력이 없다기 보다, 70년이나 된 로켓 기술인데도 미사일수출통제체제(MTCR)에 묶여 있어 애로가 많았다.

앞으로 이 부문에 경쟁력을 가지려면, 정치력과 외교력, 기술경영능력이 배양돼야 한다.

항우연은 연구·사업관리 부분을 제외하고, 묵은 기술조립은 기업체에 맞기면 더 잘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발사체 기술만 확보하면 우주개발 국가가 되므로, 오는 2021년으로 잡고 있는 KSLV-II 가 성공적으로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조황희(STEPI 부원장)=결국은 돈 문제다. 우리나라는 2000~3000억원 정도 예산을 쓴다. 일본은 2조원이다. 일본대비 10분의 1 투자로는 어렵다. 산업 지원은 생각하지도 못한다. 우리나라는 적어도 5000억원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 전략적인 자산가치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그걸 비용으로 산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

◇류장수(AP우주항공 회장)=우리나라도 아리랑 위성을 비롯한 각종 인공위성 개발과 나로호로 대표되는 우주발사체 개발에 착수한지 25년이 다되어 간다.

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세계 10위권 우주강국으로 진입하는 토대를 마련했지만, 앞으로의 10년 또는 25년의 앞길을 내다보면 우리가 무슨 이유로, 어떠한 목표를 갖고 우주개발을 추진해야 하는가를 짚어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사회=일본은 재해를 줄이려고 우주개발에 초점을 뒀다. 유럽은 안보와 통신 방송 등 국가 안위와 부가가치 창출에 목표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류장수=우리나라 우주개발 사업이 본격화한다면 우리는 우주정보 활용과 관련 산업의 육성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구관측위성의 종류가 다양해져야 한다. 지금의 천리안 위성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면서 모두 느끼는 점이지만 2~3일 동안의 일기예보 적중률이 크게 향상됐다. 앞으로 몇몇 위성들이 더해진다면 온도, 강수량과 바람의 지역별 실시간 정밀 측정이 보다 가능해질 수 있다. 지구 관측도 이제는 한반도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률이 매우 낮아서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세계의 곡물 수확량 예측은 매우 중요하다. 지구관측위성을 활용하면 전 세계적 수확량 예측이 가능하다. 또 해양의 수온, 플랑크톤 상태, 해류의 이동 등을 관측하고 연구 분석해 원양어업 산업에 활용함은 물론이고 수확량 예측을 통한 세계 경제 파동에 대비할 수 있다.

유럽의 금융위기가 아직 가시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의 금융위기는 원자재, 곡물, 어업량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앞으로 진짜 금융위기는 곡물과 어업량에 의해 야기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를 예측 분석하고 대비책을 강구할 방안이 될 것이다.

통신위성 산업과 관련해 이미 우리 모두에게 내비게이션 등 GPS위성을 통한 위치정보 산업은 매우 익숙하다. 해외 스포츠 중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통신위성을 통해 24시간 365일 지구 전역에 실시간 방송되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 산업규모는 엄청나다. 최근에는 개인 휴대형 위성통신 장치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홍수, 지진 등 대규모 자연재해 시 지상통신이 단절되는 경우 비상용 통신 수단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많은 통신량이 필요하지 않다면 개인 휴대형뿐만 아니라 각종 무인장치 간의 광범위한 영역을 커버하는 통신 수단으로 최적인 이동 위성통신이 그 역할을 크게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사회=우리나라 우주개발 정책과 제도 운영에 대해 말해 달라. 개선될 점은 없나.

◇은종원(통신위성·우주산업연구회장)=세계 각국은 우주개발에 투자를 늘리며 우주개발의 중요성을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우주개발 예산이 되레 줄고 있다. 정부 R&D 대비 비중도 줄었다.

세계 선진국은 지구관측위성, 항법위성, 통신위성 등을 이용한 고급 정보의 취득, 정보공유 및 활용 등에 집중하고 있다.

홍수 피해가 심하고, 미개발지가 많은 인도의 경우 위성을 활용한 재난방지, 원격 치료, 원격 교육 등의 통신 및 우주산업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우주기술을 국가안보를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우주 법에 명문화하고 국가안보를 위한 우주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우주개발 능력 확보를 위해 독자 우주정거장 건설, 화성탐사 등 우주탐사 부분의 세계 선두 위치 점유를 노리고 있으며, 우주군 신설도 발표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다.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도 전반적인 우주개발 수요를 점검하고, 수요의 우선순위에 따라 국내 실정에 맞는 현실적인 우주개발 추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럴 때가 됐다.

◇조황희=과거 20여년 전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 우주개발정책은 기술 확보 관점에서 선진국 따라잡기(catch-up)를 위해 연구소 신설과 확대, 연구시설확충, 인력 확보와 같은 인프라 구축 정책과 우주용 제품인 위성 및 발사체 개발 같은 시스템 확보정책으로 나눠 추진돼 왔다.

20년이 경과된 현 시점에서 우리는 아직도 소형위성 발사체를 확보하지 못했다. 관측위성용 핵심 임무부분 페이로드 등도 자력화돼 있지 못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20여년 세월 속에서 관련 전문기업이 탄생하지 못한 상황은 매우 안타깝다.

이러한 상황이 된 것은 우주개발이 연구개발의 범주 안에서만 다루어온 관성의 법칙과 익숙한 것으로부터 결별을 하지 못하는 고착(lock-in)현상 때문이라고 본다. 우주개발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공감을 하지만, 우주개발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얻고자 하는가가 명확하게 설정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주개발에서 최종적인 경쟁자이자 부가가치 창출자는 기업이다. 여기에는 관련 공공부문 연구기관 경쟁력과 함께 산연 파트너십이 반영된다.

오늘날은 위성이나 발사체 개발 능력이 없어도 우주를 활용할 수 있는 상업적 시대다. 자신이 원하는 임무를 수행할 위성을 구매하고 발사를 의뢰할 기업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우주개발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포지셔닝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까지의 우주개발정책은 기반구축을 벗어나 성장단계로 진압하기 위한 정책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사회=향후 우주시장을 캐치업형에서 부가가치 창출형으로 전환하기 위한 우주개발 운영체계를 어떻게 가져가야할까.

△은종원=일본은 지난 2008년 국가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우주정책 수립을 위해 총리실 산하에 우주개발전략본부와 사무국을 신설했다. 영국은 전략적 의사 결정을 개선하고, 우주 부문에 대한 투자 수익률을 확대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주청(Space Agency)을 2010년 신설했다.

바야흐로 우주분야는 세계 각국이 투자를 확대하면서 국가 전반에서 우주개발과 활용을 총괄할 수 있는 체계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국가의 차세대 동력으로 부상했다고 봐도 된다.

우리나라는 두 차례의 나로호 발사실패 원인에 대한 분석과 함께 민간기업, 연구기관, 정부가 하나의 연구개발 기구를 발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정책대안이 나오고 있지 않은 실정이어서 아쉽다.

우리나라도 우주개발사업을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국가우주청` 설립이 조만간 추진돼야 한다.

△조황희=20년이 경과한 이 시점에서 다음의 20년을 내다본다면, 현재의 정책방향이나 제도운영 방식으로는 여전히 캐치업 상태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산업화가 되지 않으면, 그 가치는 부가가치로 연결되지 않는다. 우주개발을 수행하는 관점이 기술개발로부터 기술혁신으로 전환돼야 하지만, 아직은 이를 위한 제도 운영 소프트웨어 버전이 업그레이드되지 못하고 있다.

또 우주공간의 전략적 활용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미약하다. 대국민 서비스를 하기 위해 많은 정부 부청은 우주에서의 관측된 정보를 수요로 한다. 대부분이 수요부청이기 때문에 좋은 관측데이터와 해석용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위성의 수가 증가하면서 공공부문의 관측정보 수요는 증가할 것이고, 이에 따라 통합적인 관측정보관리가 필요해질 것이다. 또한 공감대 부족과 부처 중심주의로 기술개발, 산업화, 전략적 활용이 연계되지 못하고 있어 기술혁신이 어려운 여건이다.

마지막으로 통신위성과 같은 우주제품은 민군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 위성 수요는 최근 늘어나고 있지만, 기업과 연구기관, 수요자 등의 역할분담이 기술혁신관점에서 설정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상의 약점을 극복하고, 포스트캐치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위성을 누가 제작해 납품하고,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것인가, 그리고 우주공간 활용 극대화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이끌어낼 수 있는 우주개발전략과 추진체제가 필요하다.

◇김두한(아주대 교수)=이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국가 경제력과 국제적 위상을 감안한다면 우주개발의 도약을 위해 국가우주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주산업은 미래의 성장산업으로 우뚝 설 것이다. 각국의 우주전략으로 우주개발을 군사 강국화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쓰이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발사체의 세계우주시장 진출이 10∼ 20년 내에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리고 중형급인 다목적실용위성의 개발도 장기간에 걸친 연구개발과 막대한 투자가 소요되기 때문에 당분간은 우주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 단기간에 우주산업육성을 위해 우리가 내 세울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차세대 소형위성개발을 국가우주정책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사회=우리나라 우주개발이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정리해 달라.

◇류장수=우리는 우주개발에 따른 경제적 효과의 직접적 규모 예측에서 인공위성과 우주발사체 제조산업 규모만을 직접적이라고 예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우주정보 활용과 위성통신산업의 직접적 파급효과는 규모에 있어서 성공적 진입만 된다면 초창기에도 인공위성 및 우주발사체 제조산업의 10배 이상, 본격 육성 단계에서는 100배까지도 예견할 수 있다. 즉, 현재 기준으로 국내의 인공위성 및 우주발사체 산업 규모가 연간 3억달러 수준이라면 향후 국내 활용산업 규모는 조만간 30억달러에서 궁극적으로는 300억달러 규모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은종원=세계 우주시장 규모는 2011년을 기준으로 볼 때 2898억달러로 원화로 환산하면 327조원 규모의 시장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위성 프로그램은 민간과 국방부가 별도 추진해 중복투자의 요소가 있다. 국가 위성분야를 총괄하는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정선종=위성체나 발사체 기술이 없으면 우주정보를 응용하는 나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우주개발국으로서 기술목표는 당연히 발사체를 개발 보유하는 하는 것이다.

위성체조립이나 우주정보 분석은 산업체에 넘기고, 항우연은 발사체 기술개발에 올인 해야 한다.

KSLV-II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발사체 기술은 묵은 기술이므로 이전을 받거나, 배워오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예산이 제대로 조달 된다면 한국고유 모델을 만들지 못할 이유도 없다. 2013년 R&D 정부 예산이 17조원인데 그중 발사체 개발은 고작 800억 원이다.

올해는 444억원에 불과한데, 나로호 사업과 혼선을 빚어서 그렇다는 말도 있다. 항우연은 800억원이 충분한지 몰라도 그것은 연구실 예산 규모에 불과하다.

오는 2021년까지 KSLV-II를 실용발사 하려면 3조원은 필요하다고 본다. 매년 4000억원을 배정해야 한다.

기업체들을 선정해서 계열화해야 한다. 오는 2016년부터 매년 1회씩 다섯 번 이상 시험발사를 해봐야 한다.

정리=신선미 기자 sm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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