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달러짜리 컴퓨터
25달러(약 2만8000원)짜리 초소형 컴퓨터가 나왔다. 신용카드보다 약간 큰 정도지만 간단한 프로그램은 물론 풀HD급 동영상도 구동이 가능하다. 모니터 등이 제외된 순수 본체 가격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고 알려진 국내 용산전자상가 등지에서 본체만 구입할 경우 최소 30만원은 줘야 한다. 이에 대해 '컴퓨터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수 있다'와 '일부 마니아들의 장난감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평가가 함께 나오고 있다.
이 컴퓨터의 이름은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 영국의 라즈베리 파이 재단이 아이들이 컴퓨터와 프로그램에 보다 친숙해지도록 하기 위해 만들었다. 케임브리지대학 연구팀과 전자부품 제작사인 브로드컴에서 재단을 후원하고, 키보드에 붙이는 1.2파운드(약 2100원)의 라즈베리 스티커를 판매해 개발비용을 충당했다.
반응은 뜨겁다. 지난달 29일 초기 물량 1만개가 발매 개시 몇분 만에 동났다. 판매 사이트는 접속이 몰려 다운됐다. 재단측은 1인 1대로 판매 수량을 제한해야 했다. 공식 발표는 되지 않았지만 미리 예약 접수를 해놓은 구매 희망자가 200만명에 달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식 발매 전 10개의 시제품이 온라인 경매에 부쳐지자 개당 가격은 시판 가격의 70배가 넘는 1600파운드(약 282만원)까지 치솟았다. 이중 1번 제품은 3500파운드(약 617만원)까지 올랐다.
어떻게 이런 컴퓨터가 가능했을까. 개발팀은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CPU도 일반 컴퓨터용이 아닌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ARM 프로세서로 사용했다. 저장매체도 하드디스크 대신 디지털 카메라에 쓰이는 SD카드로 선택했다.
하지만 일반 TV 연결을 위한 RCA 단자를 갖췄고 신형 컴퓨터·디지털 TV 등을 위한 연결 단자도 갖췄다. 스마트TV 등을 통해 영화를 보는 것은 물론 3D 게임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35달러짜리 버전엔 랜선을 통해 인터넷 연결도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초저가인 라즈베리 파이가 OLPC (One Laptop Per Child·어린이 한명에게 한대의 노트북을) 운동에 도움이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OLPC는 100달러 이하의 노트북 컴퓨터를 개발해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 프로젝트다. 반도체 기술이 급속히 발전해도 컴퓨터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 저개발국가 아이들이 컴퓨터를 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05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MIT 교수가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라즈베리 파이가 '혁명'을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라즈베리 파이는 프로그램 구매비용을 이유로 값비싼 윈도 대신 무료 공개 운영체제인 리눅스를 탑재했다. 덕분에 값비싼 프로그램 구입비용은 치르지 않아도 되지만 일반인들이 리눅스를 접하기는 어려운 만큼 일부 컴퓨터 마니아들의 특별한 장난감이 될 거란 주장이다. 크기가 작고 부서질 위험성이 적어 로봇 등 자동화기기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차량용 비디오 장치로 활용하겠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라즈베리 파이 재단 측은 물량을 최대한 빨리 마련해 다시 판매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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