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석 연구 통해 재앙 미리 막는다

2009. 10. 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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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지구 충돌땐 인류문명 끝장소행성 구조·성분등 파악해 파괴·궤도수정 결정에 도움예보 프로그램 '보초병' 활용 충돌 확률·장소 예측도 가능

■ 소행성 충돌 위협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1998년부터 우주에서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 등 지구근접물체(NEO)들을 찾아 추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확인된 소행성만 6,326개에 달한다. 그리고 이중 최소한 783개는 지름이 800m를 넘는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지구와 충돌한다면 인류는 종말의 길을 걷게 된다.

물론 이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질 개연성은 크지 않다. 대다수 소행성은 지구와 3억㎞나 떨어진 화성과 목성 사이를 돌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소행성의 충돌 확률도 2,900분의1에 불과하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목성이나 지구의 인력, 소행성 간의 충돌로 궤도가 바뀌면 이들은 언제든 지구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올 수 있다. 게다가 지구는 약 300년마다 한번씩 직경 45m의 소행성과 충돌하고 있다. 이것이 인류를 전멸시키지는 못하더라도 대도시에 떨어진다면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NASA, 외계지적생명체탐사연구소(SETI) 등 전세계의 수많은 천문연구소와 천문학자들이 소행성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위험 인식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충돌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막을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핵무기로 파괴하거나 로켓으로 궤도를 변경하는 등 여러 방법이 제시되고 있지만 효과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 이것이 효과를 거두려면 소행성의 내부구조와 성분을 알아야 하는데 인류가 이제껏 파악한 것은 크기ㆍ밀도ㆍ궤도ㆍ속도 등 망원경을 보고 추론한 게 전부다.

■ 운석에 담긴 비밀

이에 따라 천문학자들은 지구에 떨어진 운석을 통해 그 비밀을 밝히려 하고 있다. 운석은 작은 크기의 소행성인 유성체가 지구 대기권에서 소멸되지 않고 지면에 떨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운석을 이용하면 굳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우주로 나가지 않고도 지구에서 소행성의 구조와 성분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SETI의 NEO 궤도예측 전문가인 스티븐 체슬리 박사가 이 분야의 대표주자. 그의 무기는 '보초병(Sentry)'으로 명명된 소행성 충돌 예보 프로그램으로 세계 각지의 천문대들이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 특정 소행성의 지구 충돌 여부를 예측해준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충돌 확률에 더해 충돌 지점까지 계산해준다는 것. 현존 프로그램 중 이 같은 능력을 지닌 것은 보초병이 유일하다.

이는 운석 연구의 신뢰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기존에도 천문학자들은 5만점이 넘는 운석을 찾아 연구해왔지만 당초의 정체, 그리고 떨어진 시점을 알 수 없어 소행성 연구에 별다른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반면 보초병을 쓰면 미리 충돌 지점을 예측, 현장에 대기하고 있다가 즉각 운석을 수거할 수 있다. 그만큼 분석 결과의 신뢰성도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 체슬리 박사는 지난해 10월 수단 북부의 누비아 사막 37㎞ 상공에서 폭발한 '2008 TC3'이라는 유성체를 통해 보초병의 능력을 입증해냈다.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관측소의 팀 스파 박사에게서 '2008 TC3'의 존재를 전해들은 뒤 몇 시간 만에 보초병을 이용, 충돌 지점을 예측해낸 것이다.

■ 소행성 충돌 대책

예측은 정확했다. SETI의 유성우(流星雨) 전문가인 피터 제니스켄스 박사가 이를 토대로 탐사를 벌인 결과 총 279점에 달하는 운석을 수거한 것. 또한 분석을 통해 '2008 TC3'가 다공질이며 탄소함유량이 높은 아콘드라이트계 소행성임을 확인했다. 특정 소행성의 충돌 지점을 사전 예측해 운석 수거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그렇다면 이 연구로 인류가 얻은 이익은 무엇일까. 향후 '2008 TC3'과 유사한 표면을 가진 초대형 소행성이 다가왔을 때 핵무기를 쏘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는 점이다. 이런 종류의 소행성은 너무 잘 부서지기 때문에 폭파시키면 위험성은 낮추지 못하고 자칫 소행성의 숫자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탓이다.

'2008 TC3'과 같은 소행성은 전체의 1.3%에 불과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인류의 안전이 조금이나마 더 높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천문학자들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앞으로 더 많은 소행성을 찾고 그 운석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소행성의 특성별로 맞춤화된 최적의 대책을 마련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당분간 이 같은 방식의 연구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이다. NASA의 NEO 프로그램에서는 '2008 TC3'보다 훨씬 크고 위험한 소행성에 집중하느라 자동차 크기 정도인 작은(?) 소행성의 지구 접근은 놓치기 일쑤인 것.

하지만 10년 후면 이 같은 허점은 사라지게 된다. 오는 2012년 'Pan-STARRS' 우주망원경, 2015년 대형 시놉틱 관측 망원경(LSST) 등 하늘 전체를 탐색하는 대규모 천문관측시설이 속속 등장하면서 소형 소행성들을 발견해낼 것이기 때문이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스타화보 VM' 무료다운받기 [**8253+NATE 또는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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