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밤 직녀, '진짜 견우'만날까
31일은 음력 7월7일.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월칠석날이다.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산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다가 칠석이 되면 오작교(까마귀와 까치가 놓아주는 다리)를 건너 서로 만난다는 이야기는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그려져 있을 만큼 우리 민족의 오래된 설화다.
많은 사람들은 직녀별은 거문고 자리의 베가성, 견우별은 독수리 자리의 알테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천문연구원 양홍진 박사는 30일 열린 '견우·직녀 별축제 학술발표회'에서 "조선시대 문헌을 분석하면 원래 견우별은 염소 자리의 다비흐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알테어를 견우별로 여기게 됐다"고 밝혔다.
◇덕흥리 고분의 견우직녀=평남 남포시 덕흥동에서 발견된 덕흥리 무덤(408년)은 수많은 벽화로 유명하다. 네 벽면에는 당시의 생활 모습과 풍속을 알 수 있는 그림이 가득차 있고 천장에는 많은 별 그림이 그려져 있다. 특히 무덤의 앞칸 남쪽 천장 벽에는 유유히 흐르는 은하수와 소를 끌고 가는 견우, 그리고 은하수 건너편에서 다소곳이 견우를 바라보는 직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조선시대 천문서적 '천문유초'를 살펴보면 견우별과 직녀별은 모두 28수(宿) 중 하나인 '우수(牛宿)'에 속한다. 우수에는 11개의 작은 별자리가 있으며 대표적인 별자리가 바로 여섯개의 별로 이루어진 견우이다. 직녀는 삼각형 모습의 3개의 작은 별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수의 제일 위쪽에 있다.
이를 현대의 별자리에 대입해보면 실제 견우별은 염소 자리의 베타별인 다비흐에 해당한다. 직녀별은 거문고 자리 가장 밝은 별인 베가임을 알 수 있다. 일부 견우·직녀 설화에서 직녀는 옥황상제의 손녀로 높은 신분이지만 견우는 하늘의 목동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희미한 별인 다비흐가 견우별로 꼽혔을 것이다.
음력 7월은 고대국가 시절, 전쟁을 위한 징병이 없었던 여름 농번기였으므로 민간에서 남녀 간에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자리잡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여름밤의 견우별, 직녀별=요즘같은 한여름밤은 별을 구경하기 좋다. 여름철에는 밤 9~10시쯤 하늘 꼭대기(천정)에 은하수가 흘러간다. 은하수는 별의 무리가 모여있는 집단으로 마치 동에서 서로 흐르는 강처럼 보인다.
은하수 주변에 '여름철 대삼각형'이라고 불리는 밝게 빛나는 별이 있다. 거문고 자리의 베가, 백조 자리의 데네브, 독수리 자리의 알테어가 바로 삼각형의 꼭짓점이다. 그 주변에 용, 헤라클레스, 세페우스, 카시오페이아, 안드로메다, 페가수스, 돌고래, 뱀꼬리, 뱀주인, 방패, 전갈, 궁수, 남쪽왕관의 별자리가 둘러싸고 있다. 궁수 자리와 남쪽왕관 자리에는 남두육성이 있다. 고구려 때부터 남두육성은 북두칠성에 대조되는 남쪽 하늘의 성스러운 별자리였다.
그림에서 은하수 위쪽 거문고 자리에서 가장 반짝이는 별인 '베가'가 바로 직녀별이다. 견우별로 알려진 알테어는 은하수 남쪽 아래 독수리 자리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베가는 0등급으로 밤하늘에서 4번째로 밝은 별이며 알테어는 1등급으로 육안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비흐는 알테어보다 베가와 가깝게 위치해 있지만 3등급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양박사는 "사람들이 다비흐를 찾기 어렵다보니 맞은편에서 반짝이는 알테어를 자연스럽게 견우별로 받아들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우리의 별 이름과 민속문화를 되찾자는 의미에서 매년 칠석날을 즈음해 '견우직녀 과학축제' 행사를 연다. 박석재 천문연구원장은 "남녀가 사랑을 고백하는 날을 밸런타인 데이 대신 칠월칠석과 같은 고유의 민속으로 대체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은정 과학전문기자 e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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