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공공IT 사업 절반이 유찰 '심각한 상황'..중견IT업체, 저가사업 '회피'

신혜권 2016. 8. 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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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발주된 공공 정보기술(IT)사업 중 절반이 유찰됐다. 중견 IT업체가 경영 악화로 저가 발주된 사업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유찰에 따른 재공고로 불필요한 행정력이 낭비된다는 지적이다. 프로젝트 품질확보를 위한 적절한 사업 예산 책정도 시급하다.

1일 본지가 지난 2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나라장터 사이트에 공개된 20억원 이상 시스템 구축·유지관리 사업 110개를 조사한 결과 46.4%인 51개 사업이 경쟁입찰이 이뤄지지 않아 유찰됐다. 매년 20억원 이상 사업 유찰률이 30% 미만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늘었다.

유찰된 51개 사업 중 100억원이 넘는 사업도 다수 존재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주한 109억원 규모 자동차보험 차세대 심사시스템 구축 사업은 한 차례 유찰된 후 사업자를 선정했다. 유찰된 전체 사업 규모는 2000억원을 넘는다. 한 업체도 제안하지 않은 무응찰 사업도 11개다. 유찰 사업 중 21.6%를 차지한다.

유찰률이 높은 이유는 중견 IT업체가 저가 사업 제안을 자제했기 때문이다. 중견 IT기업은 개정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시행 후 공공IT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적자 전환 등 수익성이 악화됐다. 지난해 중견 IT서비스기업 영업이익률은 0%대이거나 적자로 알려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태하 대우정보시스템 대표는 “무리한 공공IT 사업 제안은 자제하겠다”며 “재정·세정 등 확장 가능한 특정 영역만 집중한다”고 말했다. 대보정보통신·LIG시스템·KCC정보통신 등도 마찬가지다. 상반기 대우정보시스템 등 일부 중견IT 업체 영업이익률이 높아졌다.

유찰에 따른 단독계약 체결 사례도 늘었다. 상반기 사업자를 선정한 59개 사업 중 30.5%인 18개는 단독계약이다. 48억원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확대 사업, 101억원 규모 법무부 형사사법정보시스템 유지관리 사업 등이 해당된다.

일부 긍정적 영향도 기대한다. 저가 사업이 외면 받으면 추가로 적정 예산을 배정하지 않겠냐는 시각이다. 일부 사업은 제안업체가 없어 예산을 확대하거나 사업 범위를 줄이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사업 추진 일정이 잡힌 상태에서 제안업체가 없어 시작을 못하고 있다”며 “당장 예산을 늘리기 어려워 범위를 줄여 재공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출혈 경쟁에 따른 저가 수주도 줄었다. 단독계약은 대부분 투찰률이 99%를 넘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 유지관리, 사회보장정보시스템 확대 사업, 국가 수문기상 재난안전 공동활용 시스템 구축 모두 투찰률이 99.9%를 넘는다. 반면 3~4개 경쟁입찰 투찰률은 80~90% 수준이다. IT서비스기업 관계자는 “IT기업이 강점을 지닌 사업 중심으로 제안, 과당 경쟁에 따른 출혈은 줄었다”고 말했다.

유찰에 따른 재공고는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초래한다.

공공기관 발주담당자는 “상당수 사업이 발주할 때 재공고를 염두한다”며 “업무 프로세스를 복잡하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사업 추진 일정도 지연된다. 3월 발주해도 유찰에 따른 단독계약까지 진행되면 사업은 6~7월이 지나야 시작한다. 연말 완료를 위해 9개월 프로젝트가 6개월로 줄어든다. 사업 품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IT서비스기업 관계자는 “초기부터 적정 예산을 배정해 건전한 경쟁 입찰과 당초 계획에 따른 사업 추진이 해법”이라고 전했다.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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