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팬택, 다시 '벤처' 등록 추진한다..'주변 환경은 가시밭길'

전준범 기자 입력 2016. 5. 16. 12:06 수정 2016. 5. 1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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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암동에 있는 팬택 본사의 전경 / 조선일보DB
정준 팬택 대표 겸 경영위원회 의장이 올해 1월 12일 서울 상암동 팬택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2016년 경영 방향성 설명회에 참석해 올해의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팬택 제공

지난해 파산 위기에서 기사회생한 팬택이 다시 벤처기업 등록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설법인의 규모가 예전보다 작아진 만큼 사업자에게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는 벤처기업으로 돌아가 제 2의 ‘팬택 신화’를 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팬택이 벤처기업 자격을 얻는다고 해도 휴대폰 분야에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기술성 평가 65점 넘으면 벤처 자격 획득

16일 팬택과 휴대폰 제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팬택은 정부로부터 벤처기업으로 다시 인증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1998년 벤처기업 확인제도를 도입해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제시된 요건을 충족하는 사업자에게 세제 감면, 특허 우선심사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벤처 유형은 크게 벤처투자기업, 연구개발기업, 기술평가보증기업, 기술평가대출기업, 예비벤처기업 등 5가지로 나뉜다. 기술보증기금이 전체 벤처기업 확인 업무의 약 80%를 맡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한국벤처캐피탈협회도 벤처 확인기관이다.

팬택은 기술평가보증기업으로 인정받는 것에 대해 검토 중이다. 기술평가보증기업이 되려면 기술보증기금의 기술성 평가에서 총점 65점 이상을 얻어야 한다. 팬택 관계자는 “지난 25년 간 풍부한 경험과 기술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기술성 평가 정도는 충분히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아직 검토 단계일 뿐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병엽 전 부회장이 1991년 창업한 팬택은 한때 3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하며 ‘벤처 신화’로 불렸다. LG전자를 누르고 국내 휴대폰 시장 점유율 2위에 오르는 등 전성기를 누렸지만, 2005년 휴대폰 제조사 SK텔레텍을 3000억원에 인수한 뒤 자금 사정이 악화돼 2007년과 2014년 두 차례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갔다. 청산 위기에 몰렸던 팬택은 지난해 통신장비 업체 쏠리드와 광학기기 업체 옵티스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극적으로 인수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준 팬택 대표 겸 경영위원회 의장(쏠리드 대표이사 사장)이 현재 벤처기업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팬택의 이번 벤처기업 등록 추진이 정 대표의 아이디어일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정 대표는 외환 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KT 연구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쏠리드를 설립하고 연매출 2000억원대의 중견기업으로 키운 인물이다. 지난해 2월 벤처기업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 전문가들 “벤처 혜택 누리더라도 성공 여부는 불투명”

하지만 전문가들은 “팬택이 다시 벤처기업으로 돌아가 각종 사업적 혜택을 누린다고 해도 휴대폰 시장에서는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팬택은 2001년 현대큐리텔 인수를 기점으로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2005년 중견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이후 워크아웃 등을 거치면서 현재는 중소기업에 속한다.

팬택은 올해 6월 국내외 시장에서 중저가 스마트폰 신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해외 진출 거점 국가로 정한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유통을 맡아줄 파트너를 구하지 못하는 등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팬택은 여러 현지 업체들과 파트너십에 관한 협의를 진행해 왔지만 아직 계약을 성사시키진 못했다. (☞관련 기사 [단독] 팬택, 인도네시아 진출 난항…“현지 파트너 구하기 어렵네”)

국내 휴대폰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등 강력한 경쟁사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중저가 스마트폰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팬택 제품이 경쟁력을 갖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이 재배적이다. 40만원대에 살 수 있는 애플 ‘아이폰SE’도 팬택에는 악재다.

특히 이동통신사를 통한 휴대폰 구매 비율이 높은 한국에서는 현금 사정이 취약한 팬택이 공시지원금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공시지원금은 보통 휴대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함께 마련한다. 이동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팬택이 삼성이나 LG 수준의 보조금을 풀지 못한다면 가격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며 “팬택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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