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내 ATP 에너지원 이용, '생체 슈퍼컴퓨터' 만들어지나

주영재 기자 2016. 2. 2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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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영화 <매트릭스>에서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기계가 만들어낸 인공 자궁 안에 갇혀 기계의 에너지원으로 살아간다. 끔직하지만 이제 완전히 터무니없는 상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를 비롯해 영국, 스웨덴, 독일, 네덜란드, 캐나다 등 다국적 연구진은 세포 속 유기화합물인 ATP 분자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생체 슈퍼컴퓨터 모델에 관한 논문을 이번 주 발표된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했다.

이들 연구진은 ‘나노조직 네크워트 속 분자 모터 추진 효소를 이용한 병렬 컴퓨터’(Parallel computation with molecular-motor-propelled agents in nanofabricated networks)라는 제목의 이 논문에서 ATP를 이용한 생체 컴퓨터는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아 전자식 컴퓨터가 갖고 있는 발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성능 발전의 여지 역시 더 크다고 밝혔다.

생물체의 에너지 생성에 관여하는 대사물질 ATP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생체 슈퍼컴퓨터의 회로는 마치 잘 조직된 도시의 교통망과 같다. 출처:댄 니콜로

ATP는 모든 생물의 세포 내에 풍부하게 존재하며, 에너지 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ATP에 붙어 있는 인산기들은 인산결합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물과 결합해(가수분해) 이 결합을 끊고 떨어져 나갈 수 있다. 이때 1몰의 ATP 분자가 방출하는 에너지는 11∼13㎉에 이른다. 생물체는 이 에너지를 이용해 활동한다. ATP는 작은 분자임에도 고에너지를 저장하고 있고, 에너지 저장과 방출에 효율적이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ATP를 ‘분자 (에너지) 화폐’라고 부른다.

생체 슈퍼 컴퓨터에서 반도체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이 ATP 분자들이다. 연구진은 생체 슈퍼컴퓨터가 지금까지 풀리지 않던 수학계의 난제들을 풀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클레이 수학연구소가 푸는 사람에게 100만달러의 상금을 주겠다고 제안한 7개 문제 중 하나인 ‘P대 NP 문제’도 그 중 하나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NP(Nondeterministic Polynomial time problem·미정다항시간문제)와 같은 중요한 수학적 문제들은 기존의 연속적으로 작동하는 전자식 컴퓨터로 풀기에는 심각할 정도로 문제의 크기가 컸다”며 “DNA 컴퓨팅이나 양자 컴퓨팅과 같은 병렬 컴퓨팅 접근에 상당한 노력이 있었지만 이들 접근법은 지금까지는 규모나 조립과 작동의 측면에서 실용적이라고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나노 수준의 평면 조직 위에 분자 네트워크를 심은 뒤 그 안에 수학 문제들을 부호로 처리해 놓는 방식의 병렬 컴퓨팅 방식을 제안했다. 막대한 수의 분자들이 병렬 방식으로 만들어진 네트워크를 오가며 수학적 문제를 푸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 방법은 전통적인 컴퓨터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대폭 축소하면서 전력 소비와 냉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들은 책 한권 정도의 크기만으로도 생체 컴퓨터가 거대한 크기의 슈퍼컴퓨터를 대신할 수 있다고 본다.

논문의 주 저자인 캐나다 맥길대 바이오엔지니어링 학부의 댄 니콜로 교수는 언론성명에서 “복잡한 문제들을 풀기 위한 하나의 해법은 우리의 장치를 전통적인 컴퓨터와 결합시킨 ‘하이브리드’ 기기를 만드는 것이다”며 “그 연구를 심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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