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LCD까지 넘보는 중국..국내 기업 '텃밭' 빼앗길 위기

이재은 기자 2016. 1. 1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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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년 내 스마트폰에 이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까지 중국 기업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중국 기업으로 빠져나가는 국내 반도체 인력도 계속 증가 추세이다.

중국 정부는 2010년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7대 신성장 산업’으로 선정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메모리 반도체 관련 투자를 늘리고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이다. 중국 기업들이 공략하는 분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낸드플래시다. 낸드플래시는 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으로 휴대전화기에 주로 들어간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낸드플래시 사업을 강화할 목적으로 작년 10월 미국업체 샌디스크를 190억달러(21조9000억원)에 인수했다. 자오웨이궈(趙偉國) 칭화유니그룹 회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5년간 3000억 위안(약 54조 9400억원)을 투자해 세계 3위 반도체 업체로 올라서겠다”고 밝혔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 2년간 94억 달러(약 11조2500억원)를 들여 미국 웨스턴디지털그룹, 대만 파워텍 같은 반도체업체를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의 인수도 추진했지만, 미국에서 국가안보 우려가 제기되면서 무산됐다.

중국 기업과 기술 격차가 좁혀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비상이 걸렸다. D램 시장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앞서고 있지만, 낸드플래시는 수년 안에 따라잡힐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가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칭화유니그룹이 우수한 기술력의 샌디스크를 인수하면서 사실상 국내 기업과 기술 격차는 없어졌다”며 “오히려 낸드플래시의 근간이 되는 특허는 샌디스크가 더 많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의 약진은 한국 경제 전반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629억 달러(약 75조원)를 기록했고,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육박한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중국 최대 LCD 디스플레이 제조사인 BOE(징둥팡·京東方)는 20조원을 들여 안후이성 허페이(合肥)에 도쿄돔 17배 규모의 LCD 패널 공장을 짓는다. 왕둥성(王東升) BOE 회장은 지난해 현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투자를 늘려 2022년 삼성과 LG를 넘어 세계 1위가 되겠다”고 말했다. 가격 하락의 위험을 감수하고 생산량을 늘려 경쟁사들을 추월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오는 2018년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37%로 떨어지고 중국과 대만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점유율은 42%로 오르면서 디스플레이 시장이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물량 공세로 LCD 가격이 하락하면서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분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중국의 추격에 대응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한국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올해 반도체 연구개발(R&D)에 편성한 신규 사업 예산은 ‘0원’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을 키울 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구용서 대한전자공학회 회장은 “반도체 업계는 향후 5년간 4만명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석·박사 기준으로 연간 500명밖에 배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대에서 배출하는 반도체 분야 석·박사 인력은 2005년 약 100명에서 10년 만에 40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이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주요 인력도 빠져나가는 추세다. 국내 한 헤드헌팅업체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지금 받는 연봉의 3~4배, 많게는 9배의 조건을 내걸고 대기업 인력을 모셔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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