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의 사진저장 공짜'..구글 '파격 제안'의 속셈은?

입력 2015. 6. 2. 15:50 수정 2015. 6. 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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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사진을 얼마든지 저장할 수 있도록 무제한 공간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구글이 5월2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연례 개발자회의(I/O)에서 스마트폰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보관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포토앱을 공개했다. 구글이 누구에게나 '무제한의 저장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함에 따라, 인터넷의 생태계와 향후 질서가 크게 요동치게 됐다. 구글의 무제한 무료 사진저장 서비스 정책은 인터넷 산업계와 이용자의 인터넷 사용 패턴에 지각 변동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구글은 왜 이런 파격적 승부수를 던졌을까?

첫째, 구글이 불붙인 '공짜 경쟁'이 시작되면서 인터넷 업계는 가장 부자와 거인만 살아남는 결투 마당이 되게 된다. 이제껏 1테라바이트(TB)의 저장공간을 이용하려면 애플 아이클라우드에서는 240달러, 드롭박스는 100달러,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84달러를 내야 했다. 구글은 무료로 무제한의 공간을 제공한다. 처음이다. 아마존이나 드롭박스 같은 유료 클라우드 사업모델이 위기에 봉착했다.

18개월마다 컴퓨터칩 성능이 2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서 저장장치 값은 지속하락하고 있다. 저장용량 1기가바이트(GB)의 값은 1993년 약 1천만원이었지만, 20년 뒤인 2013년엔 44원으로 떨어졌다. 23만분의 1 수준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5월30일 무어의 법칙에 따라서 저장장치 값은 점점 0원에 수렴하겠지만, 안정적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에는 여전히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무제한 무료 서비스를 구글보다 더 낫게 제공하지 않는다면, 이 분야는 사실상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다음카카오는 1일 구글의 발표를 기다렸다는 듯이 5년 동안 운영해온 '다음 클라우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1일부터 신규 가입을 받지 않고, 7월31일부터 피시에서의 백업을 빼곤 모든 서비스를 중단한다.  

둘째, 무제한 용량의 사진저장 서비스는 사용자들의 오랜 생활 습관 전통적인 인지 방식 그리고 지식체계에까지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인류의 지식 분류와 이용 구조는 양적 제한 환경속에서 문자 위주로 이뤄져왔다. 정보의 생성, 보관, 분류, 이용은 모두 유한성을 전제했다. 이는 도서관의 서가나 도서 분류체계, 책의 목차나 종이신문의 배열 방식 등에서 드러난다.

데이터의 크기가 큰 사진은 문자보다 훨씬 제약이 많았고 생성, 보관, 출력에 따르는 비용이 컸다. 과거 필름카메라 시절엔 고가의 카메라가 있어도 사진을 한장 얻으려면 절차와 비용이 상당했다. 필름 구입, 현상, 인화에 각각 비용이 들었고 자연히 이는 가장 적절한 촬영 순긴을 선택하는 행위와 습관을 형성했다. 한장 한장에 돈과 시간이 들어가야 했던 까닭에 사진으로 기록된 순간은 많지 않았다. 이제까지 인류의 정보 대부분이 문자로 이뤄져 있는 배경이다. 이젠 스마트폰에 장착된 카메라로 수시로 사진을 찍고, 기기는 저절로 클라우드에 무제한 업로드하는 세상이 됐다. 공짜이고, 이용 절차는 지극히 편리하다.

스마트폰 등 기기에서 사진을 올리면 구글은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적으로 주제별로 분류하고 동영상도 만들어준다. 번거롭고 시간이 필요했던 촬영후 사진 정리작업이 사라지니, 더 많은 사진을 찍는 게 자연스런 습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등에는 이미 구글 포토앱을 사용해본 이용자들의 찬사 가득한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특별히 설정하거나 개입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방대한 양의 사진이 구글의 클라우드 서버에 쌓일 수 있다. 구글은 검색 서비스와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제공하는 기업답게, 지금까지의 문자 위주와 구별되는 영상 기반의 지식 체계와 이용 구조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주로 글을 읽고 의미를 파악하던 정보소통과 인지 방식이 사진을 위주로 재편될 전망이다.

무제한 사진 저장공간 제공은 앞으로 무제한의 사진이 생산된다는 걸 의미한다. 무제한이라는 매트릭스에서 효율적인 방법은 검색과 자동화, 맞춤화이다. 무제한의 클라우드 사진저장 공간이 주어진 것은 새로운 편의이지만, 이용자와 산업은 결국 그 서비스 제공자의 매트릭스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구글은 자신이 가장 유리한 매트릭스를 만들고 사용자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초청장'을 보낸 셈이다. 새로운 기술과 그 구조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술 평론가 더글러스 러시코프는 기술을 통제하지 않으면 기술에 의해 통제당하게 된다고 말한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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