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후, 사람은 기계와 일자리를 두고 다툴 것"

대담 2015. 1. 17.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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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자' 김대식 KAIST교수 "우리가 모르는 인공지능 시대..인간이 왜 필요한가, 기계가 묻는다면"

[머니투데이 대담=신혜선 정보미디어과학부 부장, 정리=류준영 기자 ] ['뇌 과학자' 김대식 KAIST교수 "우리가 모르는 인공지능 시대…인간이 왜 필요한가, 기계가 묻는다면"]

"인간의 지능을 이식받은 로봇은 모든 인간에게 도움이 되고, 인간을 행복하게 할까요?"

최근 '우리 시대의 31가지 위대한 질문:김대식의 빅퀘스천'이란 책을 출간한 뇌 과학 전문가 김대식(47·전기 및 전자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대뜸 묻는다.

사람과 연애하는 SW(소프트웨어)가 등장하는 영화 'Her'나 애정을 갈구하는 어린이 로봇이 나오는 'A.I',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고 죽이는 '아이로봇'. 김 교수의 질문 앞에 머릿속엔 온갖 공상과학 영화가 떠올랐다.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시대는 어떤 법이 필요할까요?" 이번엔 매트릭스 영화에 영향을 끼쳤다는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공대'다. 쉽게 대답할 수 없다.

김 교수가 계속 묻는다. "가장 똑똑한 컴퓨터가 개와 고양이를 최근에서야 구분했다는 거 아십니까?" 이상하다. 지구에 존재하는 가장 똑똑한 슈퍼컴퓨터는 그 어렵다는 두뇌 게임 체스에서 인간을 이기지 않았는가. 그런데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지 못했다고? 사실이다.

◇ 체스는 지구상 지존인데, 고양이는 못 알아본 컴퓨터?

인공지능 역사는 1950년대부터니 이제 60여 년 정도다. "당시 컴퓨터는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됐죠. 사람이 하기 어려운 최고의 일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바둑이나 체스를 해결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선택한 거예요."

그런데 막상 '어려운 숙제'를 해결한 대단한 컴퓨터가 인간에게 가장 쉬운 일을 못 하더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것처럼.

이를 고민하던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게 정답'이라는 힌트를 찾았다. "사람 뇌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그 원리를 토대로 인공지능을 운영했습니다. 컴퓨터 네트워크가 스스로 학습하면서 거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을 인식하는 사람의 뇌 구조를 모방하는 것, '딥 러닝'(Deep learning)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방식은 1980년대 고안됐지만, 최근 GPU 병렬 연산 등 컴퓨팅 성능이 개선되고 소셜 데이터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현실성이 높아졌다. 실제 2013년부터 문제가 풀리기 시작했다.

바이두의 앤드류 엔지 박사는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1000만 개 이상의 비디오 중 1만6000 개의 컴퓨터 프로세서와 10억 개 이상의 네트워크 조합을 이용해 고양이 동영상을 찾아냈다. 컴퓨터가 영상에 등장한 고양이의 생김새 자체를 인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딥 러닝'은 컴퓨터가 엄청난(Big) 양의 데이터(지금의 데이터는 '빅'이 아니고 '스몰'이라고 김 교수는 말한다)를 처리하면서도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기술을 뜻한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학습하고 질문하는 기계, 즉 영화 속에서 그려진 '인간 같은 로봇'이 현실화된다는 얘기다.

◇ "딥 러닝 전문가 모셔라" IT 공룡기업 각축

김 교수는 '딥 러닝'의 의미를 구글·페이스북·바이두 등 'IT 공룡 기업'들의 행보로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2014년 5월 얀 레쿤(미 뉴욕대학) 교수를 영입, 인공지능팀 책임자로 발탁했다.

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마크 주커버그는 주주총회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해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 취지를 이해하고 세상에 대해 새로운 통찰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이를 이용해 다른 사람들의 질문에 답을 주겠다"고 말했다.

'중국의 구글'로 통하는 검색엔진업체 바이두 역시 스탠퍼드 대학 연구원이자 '딥 러닝 권위자'로 불리는 앤드류 응을 지난해 영입했다. 구글의 움직임은 더 빨랐다. 역시 인공지능의 전문가인 제프리 힌튼(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를 2013년 CTO(최고기술책임자)로 맞이했다.

'시리'에서 "이름값을 못했다"는 평을 받으며 자존심을 구긴 애플도 바쁘다. 애플은 최근 '딥 러닝' 기술 전문가 구인 광고를 냈다. 차세대 시리 버전에 인공지능을 적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 교수는 "헤드헌터 시장에서 '딥 러닝' 전문가들의 몸값이 100만 달러(약 11억 원)까지 치솟았다"고 말했다.

/사진=이기범 기자

◇ 착한 인공지능이냐, 나쁜 인공지능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도대체 '딥 러닝'이 뭐길래 이렇게 호들갑을 떨까. 특히, 영국의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등 세계 석학들의 행보는 더욱 눈여겨볼 만하다. "인공지능이 촉발할 이른바 '2차 기계혁명'으로 사회·경제·정치가 '도미노식' 혼란을 빚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예사롭지 않다.

김 교수는 "20~30년 후엔 낮은 수준의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는 기계가 등장하고 다시 20년 후에는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기계가 등장할 것"이라며 "그땐 인간이 기계와 일자리를 두고 다툴 것"이라고 확신했다. 여기까지는 뇌 과학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후는 김 교수도 잘 모르겠단다. 앞서 던진 "왜 인공지능인가"라는 질문이 성립한 이유는 간결해졌다. '과거 인공지능에 대한 생각이 틀렸고, 앞으로 인공지능이 만들어 낼 세상을 우리가 모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기계가 지능을 가지면 인간의 삶이 편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더 먼 미래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이 필요했다. 인공지능이 인류 문명에 가져올 위험성은 혜택과 함께 검토해야 할 문제였다. 그렇다고 뇌 과학자 김 교수가 인공지능을 무조건 반대할 리 없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그 기술을 만들 사람들 아닙니까. 자신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아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어요. 엄청난 혜택이 있는 게 사실이니까요."

김 교수는 '효율적인 암 치료법'을 찾고 있는 IBM 사례를 들었다. "암 관련 논문이 전 세계에서 30초에 한 권씩 나옵니다. 최고 전문가도 다 알 수 없는 엄청난 분량이죠. IBM은 암 관련 논문 몇백 년 치를 인공지능 슈퍼컴 '왓슨'에 입력했습니다. 단 몇 시간 만에 '새 단백질 12개를 찾아보라'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이건 왜 아직 한 번도 안 봤나?'라는 메시지를 보내온 거죠."

미국 존 홉킨스 의과대학이 이를 찾아봤더니 놀랍게도 9개 정도는 아직 인간이 발견하지 못한 중요한 단백질이었다고 한다. 불과 두 달 전 얘기다. 김 교수는 한 달 전 IBM 연구소에 다녀왔다.

"인건비 때문에 현재 제3국에 아웃소싱하는 미국 콜 센터들이 사라지겠더군요. 보험회사는 수백, 수천 명의 인력을 고용할 필요 없이 '왓슨' 하나만 설치하면 끝입니다. 제가 특허를 대충 썼다고 합시다. 왓슨은 빅데이터에서 비슷한 특허를 찾아줘요. 여기까지는 지금도 하죠? 왓슨은 더 나아가 기본 특허를 피해 새롭게 써 줍니다. 변리사의 역할을 대신하는 거죠. 그 시스템은 5년 안에 완벽하게 구현될 것처럼 보였어요."

김 교수의 판단대로라면 '감정노동'의 고통을 호소하는 콜 센터 직원이나 고급 노동자로 평가받는 변리사 모두 똑같이 예비 실업자다. 50대 아버지와 자식들이 일자리를 다툰다는 지금의 걱정은 우스워진다. 20년 후엔 '기계와 일자리를 다투는 인간'들이 더 큰 사회 문제가 될 게 자명하다.

"1차 산업혁명 때 기계가 인간의 팔, 다리를 대신해 화이트칼라(사무직 종사자)가 등장했습니다. 2차 기계혁명에선 기계가 사람의 머리를 대신합니다. 이제 화이트칼라 직업이 사라질 차례입니다. 우리가 화이트칼라 마지막 세대가 된다는 게 무리한 예측일까요?"

◇ 초등학생에게 기계가 할 수 없는 걸 가르치자

김 교수가 우려하는 지점은 '일자리를 잃은 인간' 그 자체가 아니다.

"1%대 99%가 아닌 0.00001%대 나머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를 안 꺼낼 수가 없죠. 인공지능 때문에 실업률이 70, 80%에 육박했다고 가정해보죠. 이들은 국가 기초생활지원비를 받고 생활해요. 정부 예산 대부분은 인공지능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한 실리콘밸리 고급 직업군 1000명이 책임져요. 그들이 '정부 예산 1%에도 못 미치는 세금을 내는 실업자들이 왜 나와 똑같은 혜택을 누려야 하나'라고 묻는다면요? 민주주의는 투표권처럼 '공평함'을 토대로 하는데 그런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얘기한다는 건 중세기로 돌아가자는 얘기로 취급되지 않을까요?"

김 교수는 과학의 궁극적인 소비자들인 '국민'들이 알고 토론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한다.

"현재 초등학생들에게는 분명히 다른 무엇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죠.'국·영·수 학습'은 200년 전 프랑스 공교육 시스템입니다. 산업혁명 당시엔 유럽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농부들을 공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했어요. 글을 읽고 쓰고 계산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친 거죠. 인공지능 시대에서는 '국·영·수'가 아닌 미래 기계가 할 수 없는 것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기계가 할 수 없는 건 도대체 뭘까. 김 교수도 모른단다. 다만 그는 두 가지 논의를 제안했다. '국내 기업들이 이것(인공지능)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것이 가져올 사회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다.

김 교수의 책 마지막 장 제목은 '인간은 왜 필요한가'이다. "객관적인 답을 원하는 기계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인간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인간이 존재하는 우주가 인간 없는 우주보다 왜 바람직한지에 대한 답을 준비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은 인류가 만들어 낼 '마지막 발명품'일지 모른다"고 말하는 김 교수는 기계로부터 존경받는 현명한 인류로 거듭나야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이야말로 인류에게 주어진 '계몽'의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다.

◇김대식의 빅퀘스천=김대식, 동아시아, 동아시아, 320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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