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 "정보주체의 참여권·통제권 보장해야"

박소연 기자 2014. 10. 21.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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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통신기술 발전하는데 법제도 못 따라가..현실 맞는 법개정 필요

[머니투데이 박소연기자][편집자주] 올해 국정감사에선 수사당국의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과 허술한 사후관리 행태가 '사이버 검열' 논란을 초래했다. 시민단체들은 관련 법 개정을 검토하며 정보인권 지키기에 나섰다. 수사 과정에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경찰 스스로도 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그동안의 통신수사 관행을 되돌아볼 시점이다.

[[기획]통신기술 발전하는데 법제도 못 따라가...현실 맞는 법개정 필요]

#1. A씨가 어떤 사건에 연루돼 자택을 압수수색 당한다고 가정해 보자. 대개의 경우 수사기관은 A씨의 입회하에 자택에 들어올 것이고 정보 주체자인 A씨는 압수수색 과정에 참여해 수사기관이 요청한 자료 목록 중 사건과 관련이 없는 부분을 선별해 과잉 정보유출을 차단할 수 있다.

#2. A씨의 통신내용이 압수수색 당할 때 상황은 판이하게 다르다. 수사기관은 A씨도 모르는 사이 일정기간 동안의 A씨의 메신저 대화내용을 모조리 수집할 수 있다. 피의사실과 무관한 내용도 포함돼 있음은 물론이다. A씨뿐 아니라 A씨와 같은 대화방에 있는 수십 명의 대화내용도 압수 대상이 된다.

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통상적인 압수수색과 '통신'에 대한 압수수색의 극명한 차이는 '정보주체의 참여권과 통제권' 보장 여부로 나타난다. 하지만 우리의 법제도는 통신기술의 빠른 발전을 따라가지 못해 상당기간 둘을 동일시 취급해왔다. 최근 '사이버사찰' 논란이 불거지며 개인의 행적과 생각 등 내밀한 사생활을 담고 있는 '통신' 비밀을 더욱 강력히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진보네트워크 시민단체는 수년 전부터 정보인권을 높이기 위해 현행 통신비밀보호법과 전기통신사업법, 형사소송법의 문제를 지적하고 개정을 준비해왔다. 수사당국이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정보주체의 참여권을 보장하고 의견이 사전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 하에서 수사기관이 영장제도나 사전통지, 사후통제 절차 없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손쉽게 요청할 수 있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또 수사기관이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취득하기 위한 요건인 '수사의 필요성' 또한 빈약하다는 의견이다.

가장 큰 문제는 통신 '내용'에 대한 사찰이 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통신내용을 수사기관이 취득하기 위해서는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이나 형사소송법에 의한 압수수색을 통해야 하는데, '통신감청'은 훨씬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다.

반면 압수수색영장은 형사소송법상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으면 비교적 손쉽게 발부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모든 것을 거의 실시간으로 저장하고 기록함을 감안할 때 '감청'과 '압수수색'의 구별이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으므로 통신정보 전반에 통신감청에 준하는 요건을 규정해 엄격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2005년 대법원 판례로 실시간 통신에 대한 '감청'은 통신비밀보호법으로 엄격히 보호하기 시작했지만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메신저는 서버에 저장돼 있다는 이유로 무분별한 압수수색 대상이 되고 있다"며 "제대로 된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사당국의 개인정보 수집에 맞서 각국 통신기업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트위터는 이달 초 "미국 정부에 의한 고객정보 감시 실태를 보다 자세히 공개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며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국내 카카오톡 유저들의 대규모 '사이버 망명'도 시민들의 정보인권 의식의 향상으로 기업에 대한 기대치가 달라졌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랑희 인권단체 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는 "내가 생산한 정보에 대해 정보주체인 내 권리가 전혀 없다는 사실에 광범위한 두려움과 불안이 형성돼 있다"며 "과거엔 국가를 위해 개인의 자유나 프라이버시가 묵살돼왔지만 개인의 정보인권 의식이 향상된 만큼 기업은 시민들과 소통하며 사회와 개인의 권리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법 제도를 개선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박소연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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