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天下, 누가 잡을까

박순찬 기자 2014. 9. 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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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애플의 스마트워치, 직접 사용해보고 분석해보니.. 디자인 G워치R - 아날로그 시계와 유사한 디자인 기어S - 휜 화면에 생김새는 미니 스마트폰 애플워치 - 일반·스포츠·에디션 3종류 기능 기어S와 애플은 자기 휴대폰과만 연동 G워치R, 안드로이드폰이면 연동 가능 시계보다 휴대폰 배터리 소모가 심해

'스마트워치(smart watch)'란 단어는 1년 전만 해도 낯설었다. 누군가 손목에 차고 나왔다면, 신제품을 누구보다 빨리 써봐야 직성이 풀리는 '얼리어답터'거나 삼성 직원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삼성전자·애플·LG전자 등 글로벌 '빅3'가 나란히 스마트워치 신제품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독주(獨走)해 온 삼성전자는 전화 기능을 내장한 '기어S'를, LG전자는 동그란 플라스틱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G워치R'을 공개했다. 애플의 첫 스마트워치 '애플워치'도 최근 모습을 드러냈다. 스마트폰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온 이 업체들은 이젠 사람들의 손목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에 나섰다. 아직 출시 전인 '기어S'와 'G워치R'을 입수해 수일간 꼼꼼히 사용해봤다. 내년 초 출시예정인 애플워치는 제품 발표회 때 공개된 것을 참조했다.

◇삼성·LG·애플의 스마트워치 三國志

국내 제품 2종을 써보고 내린 결론은, 둘이 완전히 다른 제품이란 것이다. 외관은 물론이고 개발 콘셉트도 분명히 다르다. LG는 방점을 '시계'에 찍고 G워치R을 개발했다. 디자인도 일반 시계와 같고, 손목에 차보니 일반시계를 찬 듯 친숙한 느낌이었다. 시계를 차고 다닌 사흘간 이것이 '스마트워치'라는 것을 알아챈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밤에 야광으로 표시되는 시·분침이 눈에 띄는 정도였다. LG전자는 "우리의 개발 콘셉트는 '진짜 시계(real watch)'에 스마트 기능을 더한(add on) 개념"이라고 말했다.

외관을 꼼꼼히 살펴보면 G워치R은 시계의 전통을 따르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원형(圓形) 디스플레이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계와 똑같다. 시침이나 분침을 돌릴 때 쓰는 용두(龍頭) 모양의 버튼을 만들어 홈 버튼처럼 쓰게 한 것도 이 때문이다.

22㎜ 표준 밴드를 채택해 마음대로 시곗줄을 바꾸는 이른바 '줄질'도 자유롭다. 언제 싫증 날지 모르는 특이한 외형보다 역시 '아날로그가 제일'이라고 여기는 이에겐 최적의 제품이다. 크게 튀지 않으면서 제 기능은 충실히 한다. 반면 가격이 저렴한 패션 시계 혹은 '장난감 시계' 같다는 느낌도 든다. 스마트워치를 차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과시'인 이용자에겐 아쉬울 수 있다.

삼성은 '스마트' 기능을 강조한다. 2인치 디스플레이는 성인 남자의 손목을 다 덮는 크기로, 일반 시계와는 확연히 다르다. 휘어진 화면에 조그만 홈 버튼이 달려있어, 마치 갤럭시 스마트폰의 축소판을 차고 다니는 듯한 느낌이었다.

여성이 손목에 차는 큰 팔찌와 비슷하게 보인다. 삼성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듯 주얼리 브랜드 '스와로브스키'와 협업한 보석 팔찌형 시곗줄, 패션 브랜드 '디젤'과 손잡은 가죽 팔찌형 시곗줄도 선보였다.

애플워치의 디자인은 '시계'와 '스마트기기'의 가운데쯤에 있다. 직사각형에 다소 도톰하다 싶은 두께다. 애플 측은 "매일 쓰고 싶고, 매일 아침 손목에 차는 순간이 기다려지는 제품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3종의 제품 컬렉션을 갖췄다. 일반형인 '애플워치', 활동적인 느낌의 '애플워치 스포츠', 18K로 도금돼 고급스러운 느낌의 '애플워치 에디션'이 그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손목 굵기 차이를 고려해, 제품 크기를 두 가지로 나눈 것도 애플이 유일하다. 삼성의 디자인은 과하고, LG는 밋밋하게 느껴진다면 애플이 대안(代案)이 될 수 있다.

삼성·LG 제품을 쓰면서 거추장스럽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모두 무게가 60g대여서 웬만한 금속 시계보다는 훨씬 가볍게 느껴졌다. 애플은 무게를 비롯한 시계의 제원을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

◇활동성향·운영체제 등 고려해야

스마트워치를 차면서 가장 편리하다고 느꼈을 때는 사무실과 차 안에 있을 때였다.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아도, 손목을 통해 카카오톡·페이스북·택배 도착과 같은 알림이 진동으로 느껴졌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손목을 한번 쓱 보는 것만으로 '지금 바로 답해야 할 연락인지' '나중에 확인해도 되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과거엔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위험한 일을 종종 했는데 스마트워치를 쓰는 동안은 그럴 일이 없었다.

기어S와 G워치R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스마트폰과 떨어져 단독으로 쓸 수 있느냐'다. 기어S는 3G(3세대) 통신을 할 수 있는 유심칩을 탑재해, 스마트폰을 두고 시계만 달랑 차고 멀리 나와도 각종 알림 수신은 물론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기어S를 처음 본 사람들은 "아이들 데리고 놀이터 나가 놀 때 좋겠다" "조깅이나 자전거 타러 갈 때 스마트폰 없어도 돼서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자판이 작은데다 배터리 용량(300mAh)의 한계 때문에, 짧은 통화나 문자를 하는 정도가 적합하다. 삼성 측도 "스마트폰 대용으로 쓰는 기기가 아니라 물리적인 거리 제약 없이 스마트폰을 더 잘 쓸 수 있게 만든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G워치R이나 애플워치는 스마트폰과 근거리에서 연동해서 쓰는 기기다. 거리의 제약은 있지만, 통신칩을 탑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자파나 발열(發熱)에선 다소 자유롭다. 사실 스마트폰을 늘 지니고 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개인의 활동성향에 맞게 선택하면 될 문제다.

배터리의 지속 시간도 중요하다. G워치R은 410mAh(밀리암페어시), 기어S는 300mAh의 배터리를 탑재했다. 일반적인 이용환경에서 이틀 정도 이용 가능하다는 것이 두 회사의 설명이다. 실제로 써보니 정작 문제는 시계가 아니라 스마트폰의 배터리였다. 항시 블루투스(근거리무선통신)로 스마트폰과 통신을 주고받다 보니 평소보다 배터리 소모가 심했다. 1년 정도 사용한 안드로이드폰을, 아침에 완전히 충전하고 나왔는데 두 시간쯤 뒤 회사에서 확인해보니 배터리 수치가 50%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보조 배터리를 쓸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배터리가 일체형인 애플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궁금하다.

시계는 일반 스마트폰 충전기를 꽂으면 충전할 수 있다. G워치R과 애플워치는 충전 패드가 시계 뒷면에 자석처럼 찰싹 달라붙는다. 기어S는 시계 뒷면에 '딸각'하고 결합하는 방식인데, 충전 패드 자체에 350mAh의 배터리가 내장돼 있어 보조배터리처럼 쓸 수 있다.

스마트워치를 고르기 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은 시계를 구동시키는 운영체제(OS)다. LG의 G워치R은 '안드로이드웨어', 애플워치는 'iOS', 삼성 기어S는 '타이젠'을 쓴다. G워치R은 안드로이드폰(버전 4.3 이상)이라면 삼성·LG든 중국 화웨이든 상관없이 연동해서 쓸 수 있다. 다만 애플워치는 아이폰(5 이상), 기어S는 삼성의 갤럭시S(S3 이상)나 갤럭시노트(2 이상)와만 연동한다. 삼성폰 이용자가 애플워치를, 아이폰 이용자가 기어S를 쓸 순 없다. 스마트워치가 부수적인 기기가 아니라, 이젠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주요 변수(變數)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손목시계 이길 수 있을까

스마트워치가 과연 '소수 마니아를 위한 제품'이 될 것인지, '세계인의 손목을 차지하는 대세(大勢)'가 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손목시계'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워치를 담당하는 LG전자 이성진 팀장은 "30대 이상 기혼자의 경우엔 고가(高價)의 예물시계나 자기만의 사연이 담긴 시계를 가진 경우가 많다"며 "그 시계를 풀고 스마트워치를 차게 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숙제"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시계는 안 차고 다녀도 스마트폰은 꼭 들고 다니는' 10~20대를 미래의 주요 타깃으로 보고 있다. 손목에서 시간과 정보를 동시에 접해 온 세대들이 사회의 주류가 되면,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롤렉스·오메가와 같은 명품 시계 브랜드와 협업(協業)을 통해 '시계 자체의 가치'와 '스마트'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판매가가 1200달러(약 124만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애플워치의 최고가 라인 '애플워치 에디션'은 이미 이 같은 단계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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