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밀린 日전자업체, '차떼고 포뗀 처량한 신세'

김유성 2014. 7. 1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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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이코노미스트, 혁신성 잃은 소니 등 조명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지난 1일은 일본 대표 가전사 소니에게 있어 '씁쓸한 날'이었다. 소니의 대표 노트북 브랜드 '바이오'가 지난 5월 사모펀드(PEF)에 매각된지 두 달만에 '주식회사 바이오'라는 이름으로 공식 출범했기 때문이다. 소니의 대표 브랜드이자 전성기 소니를 상징하던 바이오가 '남의 식구'가 된 것이다.

같은날 소니는 TV 사업부 법인을 계열사로 분리시켰다. 자회사 개념이긴 하지만 한 때 TV는 소니의 간판 사업부서였다.

애플과 소니 실적 비교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2일 '애플, 일본 전자기업을 잠식하다'라는 기사에서 일본 전자기업들에 닥친 '씁쓸한 현실'을 조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혁신의 화신' 스티브 잡스마저 반하게 만들었던 소니가 가격 면에서 삼성전자와 중국·대만 기업에, 혁신성 면에서는 애플 등에 뒤져 몰락의 길을 걸었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가전사들이 특히 모바일 시장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세계 가전업계 혁신을 이끌던 성공신화가 무색해졌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MM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애플 아이폰의 일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6.6%였다. 1년전 25.5%에서 10%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일본 샤프와 소니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13%와 12.3%였다. 샤프와 소니를 합쳐도 애플 판매량만 못하다. 전자기기 강국 일본의 자존심이 안방에서도 무너진 셈이다.

세계 전자업체를 선도했던 일본 가전 업체들이 무너진 이유로 이코노미스트는 '하드웨어 집중 전략의 실패'를 꼽았다. 하드웨어 제작에 지나치게 힘을 쏟다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시장을 놓친 것이다. 이는 일본 전자 기업들의 혁신성을 무디게 만들었다.

예컨대 애플은 PC에서 MP3플레이어, 스마트폰까지 한 데 아우를 수 있는 운영체제(OS)와 앱 생태계를 구축했다. 아이튠즈 같은 독자적 음원 서비스 시장도 키웠다. 애플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개발해 혁신을 주도했다.

두번째는 시장 전략의 실패다. 일본 기업들은 아시아·남미 시장을 단지 제품생산기지로 봤다. 이들 나라 국민들이 갖고 있는 구매력을 간과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 PC기업 레노보나 인도 스마트폰 기업의 선전에서 보듯 개발도상국 국민들도 IT기기에 대한 소비 욕구는 선진국 못지 않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경영진도 회사의 혁신을 가로막았다. 일본 기업 대부분의 최고경영자(CEO)는 60대다. 변화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나이다. 경영진의 극단적인 안정 추구는 일본 전자 기업들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일본 기업들의 고용문화도 일본 기업들을 위험에 빠뜨린 리스크(위험요소)였다. 이들의 평생 고용 문화는 조직 순혈주의를 낳았고 기업 문화는 경직됐다.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단시간에 바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일본 전자회사들은 본업을 버리고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PDP TV 사업을 버리고 에너지절감형 스마트홈, 전기자동차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도시바는 소비재 산업에서 손을 뗐다. 대신 중공업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기업에서 턴어라운드(실적 개선) 조짐이 보이지만 이들 앞날에는 여전히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고 전했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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