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이 구산업 몰락 촉진하나..전세계가 논란중

최은혜| 차예지 기자 2014. 6. 2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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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은혜기자]

지난 11일 영국 런던에서는 '런던의 명물'로 알려진 블랙캡(택시)들이 운행을 멈춘 채 도로에 늘어섰다. 택시기사들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시위를 벌인 것이다. 영국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밀라노, 독일의 베를린,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등에서도 택시 기사들이 대규모 파업을 벌였다.

이들을 화나게 만든 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우버(Uber)'라는 이름의 이 앱은 인근 자가용이나 렌터카 등을 불러 이용하는 주문형 개인기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택시 업계는 우버가 관련 법규를 준수하지 않고 불공정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당국에 규제를 촉구하고 있다.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이 같은 택시기사들의 시위에 대해 우리 사회가 앞으로 목격하게 될 수많은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남아도는' 인력으로 전락한 근로자들이나 설 곳을 잃은 기존 산업계가 반발하고 나서는 일은 계속되리란 예측이다.

개인기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가운데 택시업계는 불공정서비스를 주장하며 규제를 요청했다./사진=블룸버그

◇신·구산업 격돌…"거스를 수 없는 대세" vs. "법망 회피"

지난 11일 유럽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택시 파업은 우버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도대체 우버가 뭐길래 세계 곳곳의 택시기사들이 함께 들고 일어난 것일까?"란 궁금증을 유발한 것. 파업이 이뤄진 날 우버는 평소보다 하루 가입자 수가 8.5배 폭증했다. 이전까지 유럽에서 우버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서비스였지만 파업 탓에 '홍보 효과'를 얻었다.

우버를 계기로 '공유 경제'(Sharing Economy)와 기존 산업이 가진 독점적 지위에 대한 논란도 가열됐다. 공유 경제란 소유하고 있는 물품이나 자원, 재능 등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공유 경제는 이미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든 대세라는 주장과 아직 한계점이 많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 엇갈린다. 또 기존 법규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새로운 서비스의 출현에 대해서도 편리성에 대한 옹호론과 법망 회피라는 비판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우버의 경우 택시 면허가 없는 운전자도 택시와 유사한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법 논란이 일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 법원은 지난 4월 우버에 서비스 금지 명령을 내리고 적발되면 1만유로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반면 일부 유럽 규제 당국에서는 불법보다 교통수단의 혁신 쪽을 중시하며 규제를 재검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닐리 크로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의장은 블로그를 통해 "택시 앱과 같은 디지털 혁신은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낡은 서비스 규제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버를 옹호하는 입장을 밝혔다.

우버측은 고객들에게 규제 당국에 이메일과 전화, 트위터 등을 통해 서비스 금지를 철회하도록 요청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이러한 요청은 실제로 힘을 발휘해 지난달 미국 시카고 시의회는 시민들에게 교통 편의성을 제공한다며 우버의 영업을 인정했다.

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버는 최근 블랙록과 피델리티 등에서 거액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우버의 가치는 182억달러(18조6000억원)로 매겨졌다. 손가락으로 편리하게 택시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 힘입어 인기를 모은 우버는 지난해 7월 한국에도 진출했다.

◇'영역파괴' 경제의 힘…손끝으로 숙박예약·송금·결제도

우버와 비슷한 사례로 꼽히는 것이 숙박 공유 사이트를 운영하는 '에어비앤비(Airbnb)'다. 2008년에 설립된 에어비앤비는 온라인 장터를 통해 개인들이 자신에게 있는 비어있는 방을남들에게 빌려줄 수 있도록 중개한다. 거래가 이뤄지면 에어비앤비는 수수료를 받는다.

구체적인 매출액이나 수익 규모는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에어비앤비는 웬만한 호텔체인 기업을 능가하는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JS)에 따르면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100억달러(약 11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인터콘티넨탈 호텔 체인보다 2억달러, 하얏트 호텔보다는 16억달러 이상 높은 수준이다.

미국 서부지역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최근 정보분석업체 코노테이트에 의뢰해 샌프란시스코 내 에어비엔비의 영업 실태를 자체 조사했다. 이 결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에어비앤비를 통해 거주공간을 빌려주고 있는 가구 수는 5000여가구에 달하며 하루 평균 임대료는 183달러(약 19만원)로 나타났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그러나 에어비앤비의 서비스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고 전했다. 관련 법망을 피해가고 있는 것은 물론 그나마도 부족한 주택 재고를 감소시켜 임대료 상승을 부추기고 이웃 거주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방을 빌려주는 가구 중 3분의 2는 아파트나 주택 전체를 빌려주고 있다며 서비스의 당초 취지인 '남는 방'을 활용한다는 것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5000여 가구 가운데 160여 가구는 전일제(full-time)로 집을 임대하고 있었다.

◇금융권도 SNS회사에 시장 잠식..중국에선 전자상거래 업체가 MMF 팔아

신기술 발전으로 예상치 못한 경쟁자의 출현에 긴장하는 것은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은 온라인 쇼핑 등에 이용되는 자체 결제수단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에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두면 다른 웹사이트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페이스북 로그인을 통해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와 게임업체 텐센트도 모바일 결제 플랫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사는 전통적인 금융회사 서비스인 머니마켓판매(MMF) 판매에서도 기존 금융회사를 뛰어넘는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MMF 계좌수는 상품이 출시된 지 1년도 안 돼 중국의 전체 주식 계좌수를 넘어섰다.

'인터넷 공룡' 구글도 온라인 결제 및 전자지갑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다. 구글은 전자화폐를 발행하기 위해 영국 규제당국을 상대로 승인절차를 밟고 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가 메신저 앱 '카카오톡'을 통한 금융거래 서비스 '뱅크 월렛 카카오'가 올 하반기에 상용화될 예정이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영역파괴(disruption)'가 최근 경영전략의 유행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모바일 앱을 개발하는 IT(정보기술) 기업이 택시업계와 호텔산업에 위협이 되고, SNS 회사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업종 장벽이 무너졌다는 의미다.

포브스는 영역파괴 경제가 기존 산업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력은 무한대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스타트업(신생기업)이 대형 기업, 나아가 산업 전반을 쓰러뜨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견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제작한 로봇들. 인공지능 발달과 함께 전문직 종사자들의 일자리까지 대체한다./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똑똑한 로봇 온다…전문직 일자리도 대체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이라는 이야기는 지난 100년 이상 논의됐던 '무서운' 주제다. 앞으로는 로봇이 단순노동직뿐만 아니라 변호사와 애널리스트 등 전문직 일자리도 대체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로봇은 나날이 똑똑해지며 전문직 종사자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7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연합팀이 개발한 13세 수준의 컴퓨터 인공지능 '유진 구스트먼'은 사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사람으로 오인할 정도로 정확한 답변을 제시했다. 일본 통신업체 소프트뱅크는 사람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말하는 로봇 '페퍼'(Pepper)를 개발했으며 내년 2월부터 판매한다.

내러티브사이언스가 만든 '퀼'이라는 이름의 로봇 기자는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에서 금융 전문 기자로 활약하고 있으며 구글 출신이 만든 로봇 애널리스트인 '워런'은 경제지표가 발표되면 증시가 어떻게 반응할지 분석하고 종목도 추천한다.

인공지능의 축소판인 무인차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며 관련업 종사자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 구글은 2017년 상용화를 목표로 무인자동차를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 핸들과 액셀, 브레이크가 없는 무인차를 시연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2012년 구글이 무인차 주행 테스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다른 업체가 이같은 기술을 따라오려면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2년 만에 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자동차업체들은 무인차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산업 발달로 현재 농업 종사자가 전체 노동자의 2%로 줄어든 것처럼 무인차가 수백만명의 운수직 종사자의 밥그릇을 빼앗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옥스포드대 연구진은 향후 20년 안에 미국 일자리의 49%가 컴퓨터 발달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지난해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심각해져 수백만명의 중년 미숙련 노동자들이 일자리에서 쫓겨나 다른 일자리를 잡을 가능성도 없이 길거리에 나앉는 일이 벌어지기 전에 이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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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은혜기자 g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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