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콜센터,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있다

최규민 기자 2014. 6. 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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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장비 도입.. 내 마음을 엑스레이처럼 들여다봐] -내 기분도 안다, 콜센터의 진화 목소리 파장·크기 등 실시간 분석.. 불만전화에 바로 담당부서가 대응 내가 자주 사용하는 항목 분석.. 고객마다 다른 맞춤 ARS 안내

3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NH농협카드 콜센터에 40대 남성 고객이 전화를 걸어왔다. 연체된 카드 대금을 은행 계좌에 입금했으니 당장 인출한 뒤 연체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죄송합니다만 고객님, 타행 계좌인 경우에는 저희가 즉시 출금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요, 해당 은행의 협조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립니다." 상담원의 말에 고객의 언성이 점점 높아졌다. "아니,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그걸 바로바로 처리 못한다는 거야. 당장 연체 풀라고!"

화가 난 고객이 전화를 끊자마자, 다른 사무실에서 일하는 고객 만족 담당 직원의 컴퓨터에 '불만 콜(call)'이 들어왔다는 신호가 떴다. 직원의 모니터에는 고객의 목소리를 분석한 파형(波形)이 표시됐다. 파고가 높은 부분을 클릭하자 방금 전 고객과 상담원이 나눈 대화 중 언성이 높아진 부분의 녹음 파일이 재생된다.

불만 사항을 이해한 직원은 이 고객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가상 계좌를 통해 입금하면 곧바로 입금 처리를 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 통화 내용을 자동으로 '불만 콜'로 분류해 고객 만족 담당 직원에게 전달한 것은 농협카드 콜센터가 최근 도입한 '이모레이(emo-ray)'라는 시스템 덕이다. 이모션(emotion·감정)과 엑스레이(X-ray)의 합성어인 이 시스템은 음성 분석을 통해 고객의 감정을 엑스레이처럼 들여다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목소리의 크기, 높낮이, 파장 등을 분석해 일반적인 패턴을 벗어나는 통화를 자동적으로 추려내는 시스템으로, 국내 업체가 자체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7월 정식 운영을 앞두고 현재 시범 운영 중인데 불만 전화를 추려내는 정확도가 90%에 이른다. 농협카드 윤종은 카드고객행복센터장은 "잠재적 민원 고객을 파악하고 불만을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 회사에서는 고객 만족 담당 직원이 무작위로 일부 통화를 골라 상담 내용을 모니터링했는데 1인당 20통 정도 모니터링해 이 가운데 하루 평균 8통 정도를 처리했다. 이 시스템 도입으로 하루 4만 건에 달하는 모든 통화를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수 직원의 수고를 덜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빅데이터(Big Data) 활용기술과 스마트폰 확산 등 기술 발전에 힘입어 콜센터가 사람의 감정을 컴퓨터로 분석할 정도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신한카드는 빅데이터 기법을 이용한 '맞춤형 ARS(자동응답시스템)'를 지난해 8월 선보였다. 고객의 최근 1년간 ARS 사용내역을 분석해 가장 자주 사용한 메뉴만을 골라 배치하는 방식이다. '카드 발급 문의는 1번, 카드 이용내역 조회는 2번…' 같은 천편일률적인 안내 멘트를 기다릴 필요없이 자주 사용하는 메뉴가 곧바로 안내된다. 카드 이용 내역 조회를 자주 사용하는 고객에게는 가장 먼저 '카드 내역 조회'와 '상담원 연결'이 들린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 서비스를 도입한 뒤 고객이 원하는 메뉴에 접근할 때까지 7~10초가량 시간이 단축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상담 창구도 청각에서 벗어나 시각으로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보이는 ARS'가 대표적인 예다. GS샵이 지난달 도입한 '보이는 자동주문 서비스'는 ARS 연결 때 음성으로 안내되는 메뉴가 스마트폰 화면에도 동시에 나타난다. 화면을 보면서 메뉴 선택이 가능해 ARS 안내 멘트를 끝까지 들을 필요가 없고, 번호를 잘못 누를 가능성도 크게 줄였다. 기업은행이 선보인 'IBK 화상상담센터' 애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을 통해 상담원과 화상 채팅으로 상담할 수 있게 했다. 청각장애인도 상담이 가능하도록 수화 담당 상담원도 별도로 두고 있다.

최근에는 상담 전화 내용을 문자로 변환하는 기술 도입(데이터의 빅데이터화)을 검토하는 기업들도 있다. 전에는 그냥 흘려보냈던 고객과의 통화 내용을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든 뒤 고객들의 니즈(needs)를 정밀하게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미국에서 출시된 이 기술은 음성을 텍스트로 바꾼 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의 요구 사항과 감정, 소비패턴 등을 읽어낸다. 현재는 우리말을 한글로 변환하는 기술의 정확도가 떨어져 실제 도입까지는 1~2년 정도 걸릴 전망이다.

보이스 피싱 걱정에 소비자들이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지면서 '고객이 건 전화'는 기업들에 더 소중한 자산으로 취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콜센터들은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계속 진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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