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체제" "결사항전" 결의문 선서시킨 KT

송진식 기자 입력 2013. 10. 3. 22:41 수정 2013. 10. 4.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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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고객본부 직원에 낭송케.. 노조 "경영위기, 직원 탓 돌려"

KT가 광대역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지역고객본부 단위로 '결사항전' '기필코 사수' '총력 전시체제' 같은 권위주의 시절에서나 볼 수 있던 '결의문 선서'를 직원들로 하여금 낭독하게 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KT 전남고객본부는 지난달 30일 "전 직원은 광대역 LTE와 인터넷 전쟁에서 결사항전하여 기필코 승리할 것을 결의한다"는 내용의 '결의문 선서'를 실시했다.

전남고객본부는 3개 항의 선서문에 "모든 사원이 총력 마케팅 체제로 전환해 광대역 LTE와 인터넷 순증을 반드시 달성한다"고 적었다. 또 "우리는 경쟁사와 결사항전하여 전남고객본부 전선은 기필코 사수한다"며 "우리는 총력 전시체제 승전을 위해 굳건히 단결할 것을 결의한다"고 강조했다.

KT 새 노조가 공개한 결의문.

이는 광대역 LTE나 LTE-A(어드밴스드) 서비스를 놓고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최근 실적도 좋지 않은 KT가 최일선 조직에 목표치 달성을 독려하면서 나온 해프닝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사정권 같은 권위주의 시절에나 내걸 만한 시대착오적인 구호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이석채 회장에 반대하며 퇴진을 요구해온 KT 새 노조가 발끈하고 나섰다. KT 새 노조는 지난 2일자 논평에서 "이 회장이 전시체제같이 엄혹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경영위기의 원인을 희석시키고 직원들에게는 실적 올리기만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 노조는 또 "통신 3사 중에 유일하게 3개월 연속으로 가입자가 줄고 있으며, 가입할 의사가 있는 통신사를 묻는 선호도 조사에서도 꼴찌(3위)를 차지했으면서도 책임을 직원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표현은 다소 거칠지만 결의문 선서는 일반 영업현장에서 할 수도 있는 수준으로 본다"며 "현재는 경영위기 정도가 아니며 신용등급도 나쁘지 않다"고 해명했다.

<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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