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책사업' 와이브로 사실상 포기

입력 2013. 10. 3. 20:10 수정 2013. 10. 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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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와이브로→LTE-TDD' 전환 허용

업계 민원 반영…기존 서비스 유지

"통신사 이기심에 국비만 낭비"

정부가 토종 이동통신 기술로 불러온 '와이브로'(휴대인터넷) 육성정책을 사실상 포기하기로 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3일 "현재 제공중인 와이브로 서비스는 유지하되, 와이브로용으로 지정한 2.5㎓ 대역 40㎒ 폭 주파수는 사업자가 '와이브로'와 '시분할 엘티이'(LTE-TDD) 방식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와이브로용으로 할당돼 있는 2.3㎓ 대역 주파수도 사업자 요청이 있으면, 와이브로 서비스 가입자들에 대한 이용자 보호 대책을 전제로 주파수 회수 및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미래부는 지난 5월 와이브로 정책방향을 논의할 연구반을 꾸려 업계와 학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왔다.

무선(wireless)과 광대역(broadband)의 머리 글자를 따서 만든 와이브로(WiBro)로는, 국내에서 개발된 초고속인터넷 접속 기술이다. 정부 뒷받침 아래 2000년대 초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성전자 등이 주축이 돼 개발에 나섰고, 2000년대 중반 국내에서 상용화됐다. 와이브로는 국제표준으로 지정돼, 원천기술이 세계 수십개국에 수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종주국인 한국에서조차 엘티이(LTE)에 밀렸고, 미국과 유럽의 주요 통신사들도 엘티이를 잇따라 채택했다. 와이브로를 채택했던 미국의 스프린트와 러시아·대만 업체 등도 최근 몇년 사이 망 구축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엘티이로 말을 갈아탔다.

정부가 나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황금알을 낳을 거위'가 버릴 수도 없고 계속 가지고 갈 수도 없는 '계륵'과도 같은 존재가 돼버린 셈이다. 현재 국내 와이브로 가입자는 수년째 100만명 가량을 유지하고 있는데, 정부는 제4 이동통신 사업자로 하여금 와이브로 전국망을 구축하도록 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만큼 와이브로용 주파수를 시분할-엘티이용으로 바꿔달라는 의견을 냈다. 현재 한국 등 대부분 나라에서 채택한 엘티이 기술은 '주파수분할-엘티이'(LTE-FDD) 방식인데, 중국에서 개발한 '시분할-엘티이' 방식을 채택하는 나라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

결국 이런 현실을 감안해, 정부가 '기존 와이브로 서비스는 유지하되, 와이브로 몫으로 할당될 예정인 주파수 대역은 시분할-엘티이 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국책사업으로 야심차게 개발해온 기술의 좌초를 두고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업계에서는 "결과적으로 정부의 정책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와이브로가 엘티이에 비해 못한 기술이 아니다. 통신사들이 당장의 이익 때문에 자기 나라 기술을 버리고 대신 엘티이를 채택했다. 이 때문에 막대한 국가 (개발) 재원만 낭비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와이브로는 현재 국방분야 등 특수목적용으로 활용되고 있어, 틈새시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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