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로비에 일방적 '애플 편들기'.. 기업분쟁 나쁜 선례

2013. 8. 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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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제무역위 결정 26년 만에 번복 파장

미국 정부가 애플의 삼성 특허 침해를 인정한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정에 이례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전형적인 자국 업체 감싸기 정책의 일환이다. 정보기술(IT) 분야의 두 거대 공룡 기업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2010년부터 특허 침해 문제를 놓고 혈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노골적으로 애플 편들기에 나선 것이다. ITC는 법적인 차원에서 애플이 삼성의 특허를 침해한 사실을 공식 인정했으나 오바마 정부는 정치적인 이유로 애플 손을 들어줬다. 이번 결정은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삼성과 애플의 특허권 법정 싸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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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 결정"… 정·재계 로비 통했나

ITC는 지난 6월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구형 모델에 사용되는 기술이 삼성의 특혜를 침해했다고 판정하고, 애플이 중국 등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미국으로 들여오지 못하도록 수입 금지 결정을 내렸다. 3일(현지시간) 이를 거부한 마이클 프로먼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서한은 ITC의 권고에 대해 대통령이 60일 이내에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나온 것으로, 1987년 이후 25년간 행정부가 ITC 권고를 거부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 특허 분쟁 전문가인 수전 로스 변호사는 이날 IT 전문매체 '씨넷'과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정책적인 고려보다는 특허가 침해됐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게 그동안의 관행이었다"고 말했다.

이례적 결정이라는 점에서 최근 미국의 정·재계가 백악관을 상대로 파상적인 로비 공세를 벌인 게 주효했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4명은 최근 프로먼 USTR 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공익을 신중하게 고려해 줄 것을 촉구한다"며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통신 업체인 AT & T도 USTR에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집요하게 로비했다.

◆기업 간 특허분쟁에 정부 개입 선례 남겨

미국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내세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미국 소비자의 이익을 고려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위 '프랜드'(FRAND) 원칙이다.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이라는 영어 첫 글자를 딴 프랜드는 표준특허 보유자가 무리한 요구로 다른 업체의 제품 생산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다. 이번 ITC 판정 대상인 삼성전자의 3세대(3G) 이동통신 관련 특허가 바로 표준특허다. 프로먼 대표는 ITC가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삼성전자가 이 프랜드 원칙을 충분히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정부의 이번 거부권 행사로 향후 기업 간 특허 분쟁 해결 시스템을 약화시키는 선례로 남을 것이라는 주장이 미국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특허 보유자가 지적재산권을 지키려고 수입 금지 또는 법원의 개입을 요구하기 어렵게 됐다고 전망했다. 특히 ITC가 지난 수십 년 동안 통상 분쟁의 해결사 역할을 수행했으나 미국 정부가 (이번 결정으로) 이 같은 ITC의 기능을 무력화했다고 삼성과 미국 일부 첨단기술 업체들은 주장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바로가기[ 사람을 만나다-스마트피플 ] [ 지구촌 별별뉴스 ][ 세계일보 모바일웹 ] [ 무기이야기-밀리터리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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