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개발자들의 설움, 박원순 시장에게 닿았을까

배소진 기자 2013. 6. 2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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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서울시 '청책토론회' 참석한 IT개발자들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머니투데이 배소진기자][[현장클릭]서울시 '청책토론회' 참석한 IT개발자들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지난 24일 오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IT개발자 대상 청책토론회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최부석 기자

지난 24일 오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 IT개발자 150여명이 모여들었다. '세상을 움직이는 IT개발자들의 목소리'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 박원순 시장이 직접 IT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나섰기 때문이다.

흔히 IT개발자들은 내성적이고 앞에 나서기를 꺼린다고들 한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이날 사회를 맡은 곽동수 숭실사이버대학 외래교수는 행사 시작 전부터 개발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특히 강조했다.

행사 자체가 '시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정책토론회'였다. 주최측인 서울시에서 준비한 것이라고는 장소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중계장비 그리고 국민의례 정도. 참석한 IT개발자들의 발언이 없이는 예정된 1시간 30분을 어색한 침묵 속에서 보낼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IT 개발자들은 입을 모아 "시간이 너무 짧아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너도나도 손을 들어 미처 발언을 하지 못한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IT개발자들은 이날 서울시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IT사업 발주, 가격산정 등에 대한 문제를 넘어서서 업계 전반의 불공정 관행, 종사자들의 열악한 근무여건을 털어놓으며 '한풀이'를 했다. 서울시가 실제로 해줄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질문도 줄을 이었지만, 그만큼 IT개발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할 통로가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은 20명이 넘는 IT개발자들의 발언을 메모해뒀다 행사 마지막 순간 하나하나 짚어가며 꼼꼼히 답변했다.

가장 먼저 "서울시가 할 수 있는 것은 제대로 하겠다"며 "재하청을 없애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재하청을 하더라도 하도급 업체가 제대로 돈을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서울시 차원에서는 하도급 업체에 제대로 지불이 진행되도록 각종 정책을 펼쳐서 'UN공공행정상'을 받았다는 점을 들기도 했다.

한 개발자가 SW사업의 발주처가 저작권을 가져가 이를 개발한 SW기업이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SW저작권 문제를 지적하자 박 시장은 "개발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라면 서울시가 굳이 저작권을 보유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SI(시스템통합)에 파견개발이 필수적이라면 통합작업실을 만들어 IT개발자들이 최고수준의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지속적인 소통이 가능하도록 상시채널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시원시원한 박 시장의 화답에 행사장을 나서는 IT개발자들의 표정도 밝았다.

한 개발자는 예전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 행사를 우연히 보고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날 자리에서 오갔던 얘기들이 며칠 뒤 실제로 서울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유되고 결과로 나타나는 모습을 지켜봤다는 것.

그는 "최근 IT개발자들을 대상으로하는 정책토론회는 많이 생겼지만 항상 자기들이 준비해 온 자료를 그대로 읽고 질문을 받는 정도"였다며 "하지만 이런 토론회라면 내가 얘기를 했을 때 진짜 들어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시작하는 발표를 맡았던 노상범 OKJSP 대표도 "무척 고무적"이라며 "희망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이날 청책토론회는 '라이브서울'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한 때 동시접속자수가 500명에 달할 정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수많은 개발자들이 함께 참여했다. 이를 지켜본 서울시 관계자들도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단 한가지 아쉬웠던 건 우리가 먼저 이런 자리를 마련했어야 하는데 시장님이 먼저 제안했다는 점"이라는 게 한 관계자의 말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은 오는 7월 중 정리돼 서울시 홈페이지에 개선방안이 올라올 예정이다. 박 시장은 "서울시 직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초안을 만들테니 다시 한 번 이같은 자리를 통해 다듬어주시라"는 말로 행사를 마무리해 떠나는 IT개발자들의 발걸음을 다시 한 번 가볍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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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배소진기자 soji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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